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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tori Aug 25. 2021

​그렇게 나도 반짝이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

동남아 배낭여행 - 베트남,나트랑(2)



나트랑에 오면 필수코스라 불리는 빈펄랜드를 뒤로 하고, 나는 서핑을 선택했다.

‘서핑?’이라고 의아해할지 모르겠지만, 놀이공원에 딱히 흥미가 없던 나는 (놀이기구를 무서워하는 편) 이것저것 검색해보다 나트랑에서도 서핑을 할 수 있다는 걸 보고 얼른 부랴부랴 예약을 했다.


베트남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아침 식사 조합이랄까? 1,000원의 행복!


아침에 일찍 일어나 혼자 길거리 반미와 커피를 사들고 호스텔로 돌아와 로비에 앉아서 우걱우걱 먹기 시작했다. 아침 먹는 걸 즐기는 건 아니지만, 발리에서 몇 번 서핑을 해보니, 서핑은 체력소모가 심하다. 중간에 나가떨어지지 않으려면 먹자.


약속시간에 길거리에 서있으니 까만 중형차 한 대가 빵빵하며 알은체를 한다. 차에 타니 동양인 여자 선생님과 서양인 남자 선생님 그리고 오늘 서핑 수업을 같이 들을 사람 2명이 더 기다리고 있었다.


나트랑의 시내에서 벗어나 구불구불한 산길을 지나가니 뻥 뚫린 푸른 바닷물이 일렁거리며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트랑의 바닷가는 항상 사람들로 북적거렸는데, 이곳의 해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주인 없이 덩그러니 앉아서 바다 경치 구경하고 있던 오토바이 한 대, 너 팔자 좋다야 :)

오죽하면 차에서 내려서 차 문을 닫는데, 그 소리가 더 크게 느껴져서 마치 독서실에서 실수한 것 마냥 나도 모르게 주위를 살폈지 뭐람



이곳에 길이 있을까 싶은 곳을 따라 들어가다 보니, 모래가 어지럽게 흩어져 있는 곳에 해먹이 덩그러니 걸려 있고, 선생님의 화이트보드 그리고 테이블이 놓여 있었다.


구멍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하게 부서져 있던 지붕 아래에서 우리는 매트를 깔고 선생님과 이론 수업, 자세 연습을 한 시간 가량 하고 바다로 나갔다.


2년 전에 처음 도전해 본 서핑과 마찬가지로, 선생님의 도움 없이는 물만 잔뜩 먹고 보드에서 고꾸라지기는 게 대부분인 시간이었지만 그렇게 재밌을 수가 없었다.



쉬는 시간에 해변가에 앉아서 서핑 강사님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싱가포르’라는 공통점을 찾았다!

싱가포르에서 법조계에서 일을 하던 여자 강사님은 서핑과 사랑에 빠져서 열심히 다니던 직장을 뒤로하고, 싱가포르를 떠나셨단다.

그러다 카이트서핑을 하던 러시아인 남자 강사님을 만나서 두 분은 이 나트랑에 자리를 잡고 계시고 있었다.


‘아니 어떻게 그 좋은 직장을 그만둘 수가 있었어요?’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럼과 동시에 ‘좋은 직장’이 뭐지 라는 질문도 동시에 던졌다.


좋은 직장의 기준은 뭘까? 돈을 많이 버는 직업? 정년이 보장된 직업? 안정적인 직장?


햇볕이 내리쬐는 바닷가에 서서 우리를 지도할 때에도, 우리의 모습을 사진으로 열심히 담을 때에도 강사님은 인상 한 번 찌푸리지 않고 연신 웃음이 가득한 모습으로, 물속으로 고꾸라지는 우리들에게 연신 파이팅을 외치셨다.

그랬다. 강사님의 얼굴은 반짝거렸다.


좋은 직장이란 저런 거구나.


내가 웃으면서 일할 수 있고, 일하면서도 행복한 거, 그거였구나.

안정적인 회사, 좋은 직장 동료들과 지내면서도 회사를 항상 다녀야 할까 라는 고민을 하며, 울고 지냈던 과거의 나를 생각해보면 ‘좋은 직장을 어떻게 그만둘 수가 있는지’에 대해 질문을 던진 나 자신을 보면 난 아직 멀었구나 싶어서 웃음이 피식 나왔다.


2시간 동안 열심히 서핑을 하고, 돌아가는 길에 친해진 강사님들과 학생들과 조잘조잘 이야기를 나누며 나트랑으로 돌아갔다.


역시 로컬이 추천해준 식당은 실패가 없다. 접시채 먹을 뻔했던 껌땀 맛집!


강사님이 추천해주신 식당에서 밥도 먹고, 같이 수업을 들은 학생과 함께 커피도 마시고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로 돌아와서 강사님께서 보내주신 오늘의 사진과 영상들이 이메일이 와 있었다.


꼬들꼬들하게 샤워하고, 맥주 한 캔 따서 테라스에 앉아서 사진과 영상을 보는데, 영상 속에 나를 보고 얼굴이 벌게져라 웃었다.


서핑보드 위에서 뒤뚱뒤뚱거리면서 일어나서 겨우 중심을 잡으면서 신이 나서 잇몸을 훤히 드러내고 웃고 있는 내 모습을 보고 있자니 부끄러워서 웃음이 절로 났다.


영상과 사진 속에서 본 나는, 여행을 시작하기 전부터, 여행을 시작하는 날에도 걱정이 많았던 나는 온데간데없었다.


그래, 나는 반짝거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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