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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tori Aug 31. 2021

마음을 찌릿하게 하는 그 순간

동남아 배낭여행 - 베트남, 퐁냐(1)


4번이나 도시를 옮겨 다녔지만, 이번 여정은 만만치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이 달리고 있는 이 도로에서부터 온다.

경계선은 보일 듯 말 듯 한 2차선 도로를 이 커다란 버스가 아슬아슬하게 달려가고 있다. 가로등 조차 몇 개 없는 도로에 을씨년스럽게 비는 또 왜 이렇게 추적추적 내리는지

뭐가 있는지도 모르겠는 깜깜한 도로에 차가 몇 번을 섰다 멈췄다를 반복하고, 드디어 버스에 불이 환하게 켜진다.

버스정류장 표시도 없는 도로 한 복판에 내려서 둘러보니 그래도 사람이 사는구나 싶은 느낌의 거리가 눈에 들어왔다.

그래 봤자 일자로 쭉 이어진 거리에 작은 식당, 숙소가 마주 보고 있는 곳이다.

등불이며 거리에 나가기만 하면 볼 수 있던 슈퍼, 식당이 그득한 호이안은 이곳 퐁냐와 비교하면 대도시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맞으며 배낭을 들춰 매니 작고 귀여운 인상의 여자가 다가왔다.


-가람?

-응. 어떻게 알았어?

-너 호스텔 예약했지? 데리러 왔어! 가자~


저녁에 도착한 버스에 맞춰서 친절하게 데리러 온 호스텔 여직원이었다.

“린스 홈스테이”

호스텔도 아니고 홈스테이? 홈스테이 하러 온 학생들을 챙겨주는 그런 엄마 같은 마음처럼 손님을 생각하겠다고 이름을 지은 걸까?

비 오는 날 저녁, 얼굴도 모르는 손님을 버스 정류장에서 오매불망 기다려 준 그 따스한 마음이 느껴진 걸 보면, 이름 따라서 운영하고 있구나 싶었다.


‘쉴 새 없이 옆에서 조잘거리는 저 사람은 린 아니면 린의 딸 일거야’ 그렇지 않고서야 처음 보는 손님에게 저렇게 친절하게 할 수가 없지 않을까?


‘린스 홈스테이’는 베트남 거리를 걷다 보면 볼 수 있는 전형적인 베트남 집이었다.

1층엔 ‘누구든 들어와도 환영합니다’라는 느낌을 주는 오픈된 리셉션과 테이블들이 놓여 있었고, 2층에는 개인 실과 2층 침대 2개가 놓여있는 방이 있었다.


1층에 자리를 잡고, 이미 옆 침대에 자리를 잡은 남자와 인사를 나눴다. 오토바이 여행을 하는 베트남 친구는 내일 아침 일찍 떠난다고 했다.


간단히 샤워를 하고 1층으로 내려와서 린 인지 린의 딸인지 아직도 모르는 그녀와 이야기를 나눴다.



사실 그녀는 ‘퀸’이라는 이름을 가진 ‘린’도 아니고 ‘린의 딸’도 아니었다. 그냥 밝은 기운을 뿜 뿜 품기는 직원이었다.


쉬는 날도 하루 없이 일 하지만, 피곤한 기색은 전혀 없었다. 여행 오는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고 시간을 보내는 게 행복한 퀸은 하루빨리 돈을 벌어서 큰 도시로 나가고 싶다고 했다.

 나이도 다르고, 국적도 다르고, 살아온 환경도 다른 우리는 이야기가 꽤 잘 통했다.


퀸의 얼굴엔 항상 웃음이 가득했다. 밝았고, 희망적이었고, 긍정적이었다. 각국에서 오는 우리들을 보면서 세상을 보고 경험하고 또 꿈을 키운다. 그리고 꿈을 향해 열심히 달리면서, 그 달리는 여정조차 열심히 즐기는 사람이다.


그런 퀸을 보면서 조금은 부정적이고, 내가 꾸는 꿈은 너무 커서 이루어지지 않을 거라고 자주 생각하는 나를 잊고, 그녀와 함께 내 꿈을 이야기하고, 상상하고 또 웃었다.


밝은 그녀의 기운이 나까지 환하게 밝혀주었다.



오랜 시간 동안 알고 지낸다고 해서 그 사람과 마음을 나누고 지내지는 않는다.

이야기를 나누던 도중에, 상대의 어떠한 말에서 행동에서 찌릿하고 내 마음을 때릴 때가 있다.

그 순간에 나는 그 사람과 마음을 나눌 수 있구나, 마음을 나누었구나 라고 생각한다.


나의 사회생활은 5살 유치원 때부터 시작되었다. 그때부터 내가 알고 지낸, 내 인생에서 친구 또는 선후배라는 이름으로 대화를 나눈 사람들을 운동장에 세워놓으면 아마도 초등학교 1학년부터 6학년 학급을 세워 놓은 것만큼 많겠지만, 그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 마음을 나눈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하지만 여행지에서는 특별하다.

제각기 사정을 가지고 여행을 다니는 사람들, 나와는 다른 삶을 살아온 현지 사람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찌릿한 순간이 자주 찾아온다.


그렇게 베트남 시골마을 퐁냐에서 나는 내 마음을 찌릿하게 하는 또 하나의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친구를 만났다.

내 마음을 찌릿하게 했던 퐁냐케방, 사람들도 풍경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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