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otori Sep 01. 2021

2주치의 방값을 반나절 투어에지불했다

동남아 배낭여행 - 베트남, 퐁냐(2)


파라다이스 케이브와 다크 케이브 투어는 무려 $60 였다. 숙소가 하룻밤에 $4불 정도인데, 베트남 물가를 생각하면 아주 어마어마한 거금이다.


무려 2주 숙박비를 반나절 투어에 지불해야 한다는 생각에 손을 부들부들 떨면서, 가방 저 깊숙이 숨겨놓은 빳빳한 달러를 꺼내서 지불했다.


‘얼마나 대단한 동굴이길래 이렇게 비싸게 받는 거야? 어디 한 번 두고 보자.’


퐁냐로 오기까지 구글에 검색해보고, 멋진 풍경에 홀려서 온 거면서 이렇게 큰돈을 지불해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괜히 심술이 났다.

사람이 이렇다. 이렇게 간사하다.




비가 역시나 추적추적 내린다. 비싼 돈 까지 주고 투어를 예약했는데 비가 내리다니, 운도 오지게도 없구나.

계속 내리는 비로 사방이 안개로 가득했음에도 불구하고 가슴 찌릿하게 아름다웠던 풍경


작은 봉고차에 여러 국적의 친구들과 함께 투어를 시작했다. 후드 모자를 둘러쓰고 가이드를 따라서 보타닉 가든을 걸었다. 

“우와…”

다 같이 약속이라도 한 듯이 동시에 감탄을 내뱉었다. 주만지나 다큐멘터리에서나 볼 법한 풍경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비가 와서 미끄러질 수가 있어서 폭포 근처에서 자연경관을 눈으로 열심히 담았다.


퐁냐케방은 세계 최대 동굴이 있으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국립공원이다.

동굴에서 숙박을 할 수 있는 투어도 있는데, 금액이 어마어마하고 예약도 쉽지 않다.


나는 유명한 동굴 중에 하나인 파라다이스 동굴로 들어갔다. 여기서 발을 헛디뎌서 살짝 미끄러졌는데, 마치 영화에 나오는 주인공이 된 줄 알았다.

조용한 동굴 내에서 우당탕탕.. 얼마나 부끄럽던지. 박쥐들이 없길 망정이지, 박쥐들까지 놀래서 날아다녔으면 정말 더 부끄러울 뻔했다.

파라다이스 동굴 조차도 사진으로는 담기지 않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동굴이었다.

너무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보면 보기만 해도 가슴이 웅장해지고 찡한 맘이 드는데, 이곳 퐁냐가 바로 그런 곳이었다.


아름다운 동굴 투어를 마치고 다음은 다크 케이브로 향했다.


정말 맛있었던 점심 중 하나! 그러나 많이 못 먹어서 속상했던 점심 식사 중 하나

투어를 하기 전에 다 함께 점심을 먹고, 수영복 차림에 안전모에 구명조끼까지 입었다.

높은 곳으로 올라가서 짚라인을 타고 동굴 앞까지 날아서 내려간다.

그다음 동굴까지 헤엄을 쳐서 가야 하는데, 정말 주만지처럼 게임을 하는 느낌이 들어서 얼마나 신이 났는지 모른다.

물은 정말 얼음장처럼 차가웠지만, 너무 신이 나서 추운지도 모르고 친구들과 함께 열심히 헤엄을 쳐서 들어갔다.

동굴 안이 너무 깜깜해서 안전모에 달린 헤드라이트를 켜고 동굴을 탐험한다. 헤드라이트에 달린 빛만 보면서 조심조심 걸었다.


한참을 걸어 들어가다 보면 동굴 내에 자연적으로 생긴 머드 온천이 나온다. 

다들 아이처럼 웃으면서 서로에게 머드를 발라주면서 온천을 즐겼다.

한참 온천을 즐기고 나와서 동굴 물로 몸을 씻는다. 그리고 헤드라이트를 끄고 동굴 밖에서 흘러들어온 빛을 따라서 동굴을 빠져나갔다.

동굴을 나오면 카약이 있는데, 그 카약을 타고 동굴을 떠나면 탐험이 끝이 난다.



카약이 끝나는 지점에는 작은 짚라인이랑 여러 가지 액티비티가 있다. 

열심히 즐기고 올라가면 세상에 테이블마다 큰 럼과 콜라가 한 병씩 준비되어 있다.


다 함께 열심히 퀘스트를 끝내고 나온 역전의 용사처럼 오후 4시에 다들 치얼스! 를 외쳤다.


세상에 아침부터 오후까지 이런 엄청난 투어를 제공하고 겨우 $60불이라니.


게다가 친절한 가이드분까지 함께 해서 더욱 금액이 아깝지 않은 투어였다.



이 투어 후에 나는 만나는 배낭여행객들에게

“혹시 베트남 퐁냐 가봤어?” 질문을 빼놓지 않고 했다. 안 가본 친구들에게는 엄지를 두 개나 들고 가야 한다고 추천을 했다.

2주 치의 방값이 반나절 만에 사라졌지만, 전혀 아깝지 않은 시간이었다.


아직도 눈을 감으면 퐁냐의 그 아름다운 풍경들이 생생히 생각난다. 자연이 만든 아름다운 그림과 음악들, 한 편의 영화를 찍은 듯한 다크 케이브에서의 시간들이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마음을 찌릿하게 하는 그 순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