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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tori Sep 07. 2021

tv에서는 볼 수 없는 여행지의 모습

동남아 배낭여행 - 베트남, 사파(1)


마음 따뜻하고 아름다운 퐁냐를 뒤로하고 사파로 떠났다.

사파는 신서유기 때문에 한국인들에게 꽤나 유명한 관광지다. 중국과 국경을 이루는 베트남의 고산지대로 사파 하면 트레킹 투어를 빼놓을 수가 없다. 나 역시 트레킹 투어를 위해서 단단히 준비를 하고 사파행 버스에 올라탔다.


퐁냐에서 사파까지는 무려 15시간이나 걸리는 꽤나 먼 거리이다. 장거리 버스 몇 번 타 봤다고, 아침부터 음식도 조절하고 옷도 편한 옷으로 제대로 갈아 입고 두꺼운 후드를 머리 끝까지 덮고 중무장을 했다.


15시간은 생각보다 더 긴 시간이었다. 버스에서 한 숨 열심히 자고 일어나서 노래도 듣고, 창 밖도 구경도 하니 이제 겨우 하노이에 도착했다.


하노이에서 잠깐 화장실에 들렀다 얼른 다시 버스에 올라탔다.

산 넘고 물 건너 멀미 날 것 같은 구불구불한 도로에 들어섰다면 사파가 멀지 않았다는 신호다.

눈 질끈 감고 시간 좀 보내니 버스가 멈춰 섰다.


드디어 도착이다!


Welcome to SAPA! 웰컴 투 사파

사파는 고산지대답게 정말 추웠다. 거기에 비까지 내리니, 이곳이 정말 겨울을 피해 도망 오는 따뜻한 나라 베트남이 맞나 싶다.

겨우 숙소를 찾아서 짐을 내리고, 사파를 둘러봤다.

신서유기에 나온 자연 가득한 느낌보다는 공사 현장이 더 많은 이곳의 모습에 조금은 실망을 했다.

관광객이 많아지면서 이 높은 곳까지 포크레인이며 모든 장비들을 열심히들 가지고 와서 호텔을 짓기에 바쁘다.


그런 공사현장과는 대비되게 100년 전 책에서나 볼 법한 전통의상을 입고 돌아다니는 소수민족들을 볼 수 있었다.

그들은 아이를 둘레 매고 관광객들에게 수공예품을 팔고 있었다.


어느 트래킹 투어 업체를 가야 할까 서성이고 있을 때, 아이를 업은 정말 앳된 한 소수민족 여성이 다가왔다.


-트래킹 할 거야?

-응, 내일 트래킹 하려고

-나도 트래킹 투어 하는데, 나랑 함께 하지 않을래? 업체보다는 훨씬 저렴해.

-트래킹 투어도 한다고? 그럼 얼만데?


못 믿음직스러웠지만, 그래도 저렴하고, 뒤에 업혀 있는 애기가 너무 귀여워서 나도 모르게 내일 광장 앞에서 10시에 만나자고 약속을 해버렸다.

돌아서는 나를 붙잡고 내 손에 갑자기 팔찌 하나를 걸어준다.


-왜 그래? 괜찮아!

-아니야, 고마워서 그래


한사코 사양하는 내 팔에 팔찌를 걸어주고, 내가 가는 데 뒤에서 한참을 손을 흔든다.


아기 엄마가 선물로 준 팔찌, 나의 여행 팔찌 중 첫 번째 팔찌다. 이 팔찌를 시작으로 아주 많은 팔찌들을 치렁치렁 달고 다녔다.



사파 광장을 걷다 보면 전통의상을 입은 소수민족들을 볼 수도 있지만, 3살도 안 되어 보이는 아기들이 기념품들과 함께 앉아서 물건을 팔고 있다.


얼굴에는 콧물로 범벅이 되어서 이 추운 날씨에 양말도 안 신은 아가들 손은 전통의상보다도 빨갛게 물들어있었다.

아이들 주변을 둘러보면 엄마들은 삼삼오오 모여서 얘기를 하고 있거나, 핸드폰을 하고 있다.

어느 서양인 아줌마가 아가 손을 꼭 잡고 한 참을 앉아있더니, 아기와 떨어진 엄마에게 다가가서 소리를 지른다.

-You are a bad mom!


양말도 신지 않고 추운 날씨에 늦게까지 길에 앉아있던 아이, 몇 살이나 됐을까?


신경도 안 쓴다. 신경도 쓰지 않고 핸드폰 하기 바쁘다.

tv에서는 전혀 비치지 않는 모습들에 조금 당황스럽기도 또 씁쓸하기도 했다.


시시각각 변하는 변화무쌍한 사파의 날씨처럼, 사파에 대한 나의 마음도 왔다 갔다 한 사파의 첫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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