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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tori Sep 09. 2021

하노이를 좋아하게 된 단 하나의 이유

동남아 배낭여행 - 베트남, 하노이


사파 시골쥐가 베트남에 오니 여기저기 별천지다. 휘황찬란한 간판들과 한 집 건너 한 집에 위치한 식당들과 마사지샵, 카페들이 넘쳐난다.

도시로 오니 괜히 좋은 카페도 가보고 싶고, 마사지도 받고 싶어서 여기저기 인스타그램으로 카페들을 찾아봤다.

누구나 다 가는 콩 카페는 싫다.


동남아는 기후 특성상 야외 카페들이 많다. 조금만 찾아보면 인테리어며, 카페 외관이며 싱가포르보다 더 힙한 카페들이 넘쳐난다.


베트남 옛날 집을 그대로 재현해낸 카페

인스타그램에서 보니 예쁜 카페를 올려놓은 베트남 친구 인스타를 보고 첫 번째 카페에 방문했다.

옛날 느낌을 그대로 살린 카페는, 계단을 오를 때마다 삐걱삐걱 소리가 난다.


커피를 주문하고 앉아서 사진을 찍으려고 보니, 앗차! 삼각대를 놓고 왔다. 아쉬운 대로 사진을 찍어서 인스타그램에 올리니, 베트남 친구가 dm(다이렉트메세지)를 보냈다.


-너 여기 갔구나!

-응! 너 인스타에서 보니까 너무 예뻐서 한 번 와봤는데 너무 좋다 :)

-좋다고 하니까 다행이네.

-응 고마워! 그런데 삼각대를 안 가져와서 사진을 못 찍으니 속상하네

-그럼 내가 가서 사진도 찍어주고 구경도 시켜줄까?

-정말? 나야 고맙지!


이 친구와 나는 모르는 사이다. 그냥 우연히 그녀의 인스타를 봤고, 카페 사진이 너무 예뻐서 좋아요를 누르고 카페에 왔다. 그리고 이제 그녀가 이 카페에 나를 만나러 온다.


30분이 지났을까? 저기서 헬맷을 벗고 긴 머리를 휘날리며 한 여학생이 다가온다.


-너 맞지?

-응! 와줘서 고마워.


대학생인 친구는 대학 과제를 하는 도중에 공부가 하기 싫어서 도망 나왔단다.

처음에는 수줍음이 많아 보였지만, 이내 조잘조잘 이야기를 시작했다.

카페를 좋아하고, 커피를 좋아하는 친구는 나에게 더 많은 카페를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하노이에 오면 사파처럼 춥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고 버려버린 후드티가 그리울 만큼 하노이의 날씨는 추웠다.

그런 나를 보면서 그녀는 자기의 두꺼운 남방을 벗어주며 얼른 입으라고 걸쳐주었다.



그녀의 오토바이를 타고 도착한 한 건물

이 낡은 곳에 뭐가 있을까 싶었는데, 폐건물을 각각 층마다 개조해서 카페, 작업실 등으로 쓰이고 있었다.

건물에서 들려오는 기타 소리, 노랫소리, 음악소리, 그리고 건물에서 주는 그 느낌이 나를 벌써 설레게 했다.


계단을 한걸음 한걸음 올라가서 창가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내 옆에서는 베트남 친구들이 기타를 연주하고 있었고, 귀엽게도 이곳의 메뉴판은 레코드판에 적혀 있었다.

주문을 받으러 온 직원이 방긋 웃으며 물어본다.


레코드판 메뉴, 너무 귀엽다. 집에 가져가고 싶을 만큼!

-어디 나라 사람이야?

-나 한국 사람이야. 이 친구 때문에 오게 됐는데 여기 너무 좋다.

-그렇지? 자유롭게 구경하고 즐기다 가


내가 여기저기 둘러보며 정신없는 사이, 핸드폰으로 찰칵찰칵 내 모습을 담는 친구.

사진도 제법 잘 찍는 그녀는, 나와 맞는 구석이 있다.


한참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고 내 팔을 잡아끌고 여기저기 데리고 간다.

이 카페에 들어가서 구경시켜주고, 저기에 세워놓고 사진을 찍어주고, 사진을 찍고 있는 내 모습을 찍어준다.



시간은 어느새 흘러 벌써 5시가 되었다.


더 이상 과제를 미룰 수 없다는 그녀는 아쉬운 얼굴로 떠나기 싫다고 한껏 한숨을 쉰다.

그런 그녀를 어르고 달랬다.

그리고 꼭 안아줬다.


-오늘 너무 고마웠어. 네 덕에 하노이가 너무 좋아졌어.

-나도, 너랑 보낸 몇 시간이 정말 즐거웠어. 나도 너랑 보낸 하노이가 좋아.


얼른 가라고 등을 떠밀었지만, 기어코 내 그랩이 오는지 확인하고 간다고 돌부처처럼 서서 한사코 기다린다.

그랩이 오고, 남방을 벗어 주려고 하는데


-하노이는 생각보다 추워. 그리고 앞으로 여행하면서 은근히 추운 곳들 많을걸? 그러니까 이거 입고 여행해.


베트남 여행의 마지막 목적지인 하노이에서 혜성처럼 내 앞에 나타나서 하노이를 사랑하게 만들어준 친구의 남방은 내 마음까지 따뜻하게 했다. 그 남방은 여행 내내 함께 했고, 지금도 내 방 옷장에 걸려있다.


친구가 몰래 찍은 내 사진, 그리고 남방


첫 스타트 여행지 베트남은 나에게 많은 기쁨, 웃음, 행복, 자신감 그리고 좋은 사람들을 안겨주었다.

베트남을 떠나는 공항에 앉아서 사진들을 보는 내내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벌써 베트남이 그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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