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otori Sep 13. 2021

욕심, 걱정이 없는 곳

동남아 배낭여행 - 라오스(2)


해도 뜨지 않은 새벽에 알람소리가 시끄럽게 울린다. 누가 들을 새 얼른 알람을 끄고, 점퍼를 걸치고 밖으로 나섰다. 얼마나 피곤한지 내가 어디로 걷고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우선 가로등 불 빛을 따라서 걸었다.

턱이 높은 도로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이미 자리를 잡고 분주히 무언가를 준비하시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나자 길거리에 사람들이 차기 시작한다. 다들 자리를 잡고 앉아서 누군가를 기다린다.


어둠이 사라질 때 쯤 저 멀리 주황 옷을 입은 사람들이 줄지어 걸어 오기 시작한다.



루앙프라방의 아침을 여는 사람들이다.


어른 스님, 동자 스님들의 탁발행렬 의식이다.

경건한 마음으로 앉아서 탁발 의식을 한다. 다행히 무례하게 큰 소리를 내는 사람들은 찾아볼 수 없었다.


아무것도 준비를 못한 나는 뒤로 물러나 스님들의 탁발의식을 조용히 지켜보았다.


탁발 의식을 보면 길거리에 큰 플라스틱 통이 있는데 자칫하면 쓰레기통으로 오해할 모습이다.

스님들께서 음식을 받고 가시면서 그 플라스틱 통에 본인의 음식에서 조금씩 떼어서 두고 가시는데, 이는 가난한 이들과 길거리의 동물들을 위한 스님의 공양이다.


아기 동자 스님들은 조금 더 욕심부려서 드실법도 한데, 어른 스님, 동자 스님 할 것 없이 본인 드실 만큼만 제외하시고 너나 할 것 없이 음식을 두고 가신다.


욕심 부리지 않고, 다른 사람을 생각하는 그 마음에 또 한 번 ‘아차’ 싶었던 순간이다.




루앙프라방의 아침을 여는 동시에, 많은 사람들에게 깨달음을 주는 아침이었다.


탁발의식을 보고 숙소로 돌아와 짐을 싸고, 태국으로 넘어갈 준비를 했다.

버스를 타고 나라간의 이동은 처음이라서 떨렸지만, 그래도 다 사람 사는 곳 아니겠어 라며 마음을 다 잡았다.


탁발 의식 때문에 일찍 일어났더니, 늦장을 부리며 샤워를 하고 짐을 싸도 아직 한 낮이다.


남은 라오스 돈이라도 쓰자 싶어서, 괜히 길을 돌아다니다 보이는 식당에 들어가서 까오삐약 (라오스 국수)를 시켜서 먹으며 시간을 보냈다.



해가 어둑어둑해질 때 쯤, 가방을 들춰메고 버스회사로 갔다.

사람들이 붐비는 야시장을 지나서 가는데, 떠나는 날까지도 루앙프라방의 야시장은 소란스럽지 않다.


아침이고 낮이고, 저녁에도 소란스럽지 않고 평화로운 루앙프라방을 뒤로하고 나는 태국으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는 이 곳을 유토피아라고 부르겠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