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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tori Mar 19. 2020

나의 첫 배낭여행 그리고 첫 동행

동남아 배낭여행 - 베트남, 호치민


나의 배낭여행지의 첫 번째 목적지는 베트남 호치민


비행기 가격도 싱가포르에서 가는 편도가 제일 저렴하기도 했고, 베트남의 남쪽에서 시작해서 북쪽으로 올라가 라오스로 넘어가서, 태국 그리고 말레이시아를 거쳐서 싱가포르로 큰 원을 그려서 돌아오는 경로로 두 달 경로로 계획하고 나름 호치민에서 베트남을 떠나는 비행기표도 예약해놨다. (한국 가는 비행기표도 예약해 놓은 정말 엄청난 계획 주의자였다.)


벌써 네 번째 방문이지만 또 새로운 느낌의 베트남, 절대로 익숙해질 수 없는 오토바이 군단들과 경적소리들이 나를 반겨주었다.


배낭여행자들처럼 버스도 타고 갈까 생각했지만 10kg가 넘는 배낭에 나는 벌써 지쳐서 ‘첫 여행부터 일부러 힘들게 할 필요가 뭐가 있어?’ 라며 택시를 얼른 잡아탔다. 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들을 보니, 비행기 타기 전에 했던 걱정했던 게 무색할 만큼 설레어 콧구멍이 나도 모르게 벌렁벌렁거렸다. (기분이 좋으면 한 번씩 저런다)


여행지 첫 호스텔, 호치민 시티포쉬텔


그리고 도착한 나의 첫 20인실 호스텔! 금액은 무려 1박에 7천 원 정도밖에 안 한다.


조용히 문을 열고 들어간 첫 호스텔의 느낌은 포근했다.  어둡지만 빛이 살짝 새어 들어오는 호스텔에서 숨죽이고 둘러보고 내 자리에 짐을 두었다.


다이소 빨랫줄과 자물쇠는 배낭여행자에게는 정말 유용한 물품 중 하나!


처음 호스텔에서 배낭을 두고 가는 게 걱정되어서 다이소에서 구매한 빨랫줄을 돌돌 말아서 자물쇠를 채워두고 나갔다. 그 후로는 짐을 널부러 넣고 다녔지만! 원래 처음에는 다 긴장되고 걱정도 되는 법이지 않은가?



호기롭게 동남아 배낭여행 카카오톡 단톡방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저녁 먹는 약속까지 잡았다.

낯을 가리는 나에게는 벌써 첫날부터 엄청난 도전이었다.


사실 혼자 여행자는 해산물 가격이 엄청나게 저렴한 동남아시아에서는 엄청난 손해다.

저렴하고 맛있고 신선한 해산물 요리를 양껏 시켜서 이것저것 맛봐야 하는데, 혼자 간다면 요리를 시키는데 제약이 있다. 1인분만 시키자니 다른 것도 먹어보고 싶고, 2-3개를 시키면 다 먹지도 못하고 아까운 요리들을 남기고 뒤를 돌아설 때의 그 아쉬움이란..


호치민 해산물 거리에 가면 싱싱한 해산물들이 정말 저렴하다. 로컬 사람들도 애정하는 곳이라서 그런지 로컬 느낌이 물씬난다.


단톡방에서 만나기로 한 친구들도 다 혼자 여행 온 여행자들이었다. 그중 한 친구가 찾아낸 로컬 사람들로 가득 찬 해산물 골목이 즐비한 거리에서 처음 만났다. 잠깐이나마 어색한 기류가 흘렀지만, 우리 셋 다 일상에서 벗어나서 여행을 온 사람들이라 그 행복함을 공유하고 이야기하느라 시간이 가는 줄 몰랐다.


선풍기 하나 없는 무더운 골목에 앉아서 왁자지껄한 사람들 사이에 둘러싸여 처음 만난 사람들과 맥주잔 한 잔을 부딪히는 일이 이렇게도 어색하지 않았다는 게 신기하기도, 그리고 나 자신이 대견하기도 했다.



내친김에 호치민 길거리도 열심히 걸어 다녔다. 길거리를 돌아다니다 보이는 마사지 가게에 들어가서 마사지도 받았고, 처음 만난 우리지만 식당에서부터 마사지샵에서까지 이야기 꽃을 피우기에 바빴다.


“다음에 또 만나”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서로의 다음 행선지도 달랐고, 여행지에서 스쳐 지나가는 인연이라는 걸 서로가 알고 있었다. 그 말 대신에 “아프지 말고 몸 조심히 여행 잘해”라고 서로를 응원해주었다.


스쳐 지나가는 도시라고, 구경할 것 없이 그냥 하루 잠만 자고 지나갈 도시라고 말했던 호치민에서 생각지도 못하게 만난 첫 동행들 덕분에 나의 여행 첫날은 아주 성공적이었다.

좋은 친구들을 만나서 맛있는 저녁도 먹고, 좋은 기운도 듬뿍 얻었다. 왜 낯을 가리며 살았나 싶은 생각까지도 들었다.


이 도시에서 나는 다음 여행지에 대한 기대감을 얻었다.


‘다음 여행지에서는 어떤 사람들을 만나게 될까? 무슨 일이 생길까?’



숙소로 돌아오니 불이 다 꺼져 있고, 몇몇 침대의 커튼 사이로 노란 불빛이 새어 나왔다.

나도 얼른 들어와서 내 가방의 자물쇠가 잘 잠겨져 있는지부터 체크를 하고, 여전히 걱정덩어리였던 나는 이 가방을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에 빠졌다. (중요한 물건도 없지만 누가 훔쳐갈까 봐 걱정이 되었다)



결국 좁은 침대에서 가방과 나는 동침을 했다.

오전 내내 내 어깨를 무겁게 짓누르던 이 가방이 내 옆에 누워있으니 은근 든든한 느낌도 들었다.




첫날이라서 그런지 맥주를 마시고 피곤하게 돌아다녔음에도 불구하고 잠이 잘 오질 않았다.

옆 침대인지 아랫 침대인지 앞 침대인지 모를 사람의 코 고는 소리 탓일까? 아님 바뀐 이 잠자리 탓일까?


아니면 바로 그다음 날이 기대되어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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