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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tori Apr 09. 2020

여행의 매력

동남아 배낭여행 - 베트남, 달랏 (2)


달랏에 대한 정보는 많지 않았다. 달랏에 가기로는 했지만 정보를 따로 검색하고 가고 싶은 곳을 동그라미 쳐 놓는 건 해 놓지 않았다.

“언니 달랏에는 여기가 유명하고, 저는 여기 가보고 싶은데 어때요?” 

“저는 아무것도 몰라요! 계획도 따로 없어서 그냥 다 따라갈게요”


여기저기 정보를 찾아놓은 똑순이 동행 아가씨 덕에 여기저기 사진을 보면서 달랏이 이런 곳이구나 하며 지나가던 찰나에 내 눈을 사로잡던 한 장의 사진이 있었다.



어렸을 적 12색 크레파스가 아닌 48색 크레파스를 선물 받는 건 8살 인생 중에서 상상할 수 있는 선물 중에서 가장 큰 선물 중 하나였다.

크레파스를 열면 파란색도 색의 농도가 다른 종류로 여러 가지 이름을 가진 파란색이 있다.

파란색, 하늘색, 로열블루, 마린블루, 에메랄드색 등등..

사진에서 본 파란색은 12월의 탄생석인 터키색을 닮았다. 이런 색을 직접 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또 기분이 좋았다.


 “언니 여기는 정말 가기가 힘들대요. 날씨가 안 좋거나 하면 차가 올라갈 수가 없다는데 비가 와서 어떻게 해요..”

아침에 기분 좋은 보슬비 소리에 눈을 떴는데, 동행 아가씨는 벌써 울상이며 말했다. 

괜찮을 거예요 하고 우선 준비를 하고 아침을 먹는데 창밖으로 보이는 빗줄기에 나도 덩달아 걱정이 되었다.

택시 기사님과 굽이진 산길을 돌고 돌아 한참을 도착해서 아무도 없는 산기슭에 가니 카우보이 모자를 쓴 아저씨들이 서 계셨다. 

 지프차 한대를 타고 올라가야 하는 이름도 특이한 “뚜엣띤꼭” 흥정이 몸에 밴 우리지만 올라가기만 하면 된다 라는 마음에 돈을 지불하고 지프차에 몸을 실었다.


 그러나 이런 색을 지니고 있는 연못이라면 이미 사람들의 손이 타서 색이 퇴색되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을 텐데, 이 지프차에 몸을 싣는 순간 영롱한 터키색을 온전히 유지하고 있는 이유가 바로 설명되었다.


 절대 일반차, 택시를 타고는 올라갈 수 없는 곳이다. 지금 우리가 올라가고 있는 이 길은 이 지프차들이 억지로 만들었을 수도 있겠구나 라는 느낌이 들 정도의 길이었고, 길 사이사이에 아주 큰 구멍들과 비가 많이 왔었는지 큰 물웅덩이들도 있었다.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고 올라가는 느낌이었다. 유쾌하신 기사님과 함께 탄 베트남 부부 덕에 엉덩이가 들썩거릴 때마다  함께 소리도 지르며 한 20분은 올라갔다. 


 

 도착한 뚜엣띤꼭의 연못은 사진에서 본 그대로의 그 색이었다. 사람들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온전히 같이 차를 타고 올라온 우리와 그 연못 옆에 매점을 세워놓은 아저씨뿐이었다.


 선녀들이 사는 연못은 아마도 이런 연못을 보고 말하지 않았을까 싶다. 사람들이 쉽게 올라오지 않고, 물속에 풍덩 몸을 담그면 무언가 신비로운 기운이 나를 감싸줄 것만 같은 그런 느낌 말이다.


 한참을 풍경에 놀래서 멍하니 쳐다보다 누군가가 만들어놓은 하트 모양 나무에 몸을 싣고 연못 중간으로 가서 선녀가 된 양 사진도 남겼다. 직접 발을 담그고 보니 내가 동화 속에 있을 수도 있겠구나 라는 엉뚱한 생각도 해보았다.



 뚜엣띤꼭에서 시간을 보내고 우리는 랑비앙마운틴 으로 향했다. 이미 달랏까지 오는데 충분히 높은 산들을 넘고 넘었다고 생각했는데 시내에서 12km의 거리를 더 올라가니 해발 1929m의 랑비앙 산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침의 우중충한 날씨는 어디로 갔는지 누군가 물에 파란 물감을 떨어뜨려 놓은 것처럼 새파란 하늘과 초록초록한 랑비앙 산이 우리를 반겨주고 있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지프차를 빌려 타고 라비앙 산 정상까지 올라가는데, 지프를 타면 눈을 꼭 감고 뒤는 쳐다보지 않기를 추천한다. 맨 뒤에 타서 올라오는데 얼마나 멀미가 나던지 산에 올라가기 전에 하나님을 먼저 만나러 올라가는 줄 알았다. (나는 멀미가 심한 편이라서..)


 

 랑비앙 정상까지 어찌어찌 올라가 보니 달랏 시내가 훤히 다 보였다. 내가 가본 제일 높은 곳인 호스텔 창문에서 본 달랏이 전부인 줄 알았는데, 더 높은 곳에서 내려다본 달랏은 아기자기한 시내도 품고 있었고, 그 뒤에 자연 그대로의 모습도 담고 있었다. 지금 보니 우물 안 개구리가 바로 나였네.

 



 한참을 구경하고 동행친구가 떠나기 전에 달랏 시장으로 갔다. 여기에 맛있는 베트남 식 비빔국수가 있다고 해서 전 날 저녁에 왔는데, 어두컴컴하게 문이 닫혀서 무서워서 얼른 달려 나왔었다. 규모가 큰 달랏 시장에서 식당 찾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여기저기를 한참 걸어 다니다 저기 멀리 사람들이 옹기종기 앉아있는 곳에 가서 우리도 자리를 잡고 앉았다. 영어 메뉴는 없고 대충 옆 사람들이 시키는 걸 손가락질해서 음식을 주문했다.

그릇이 넘치도록 한가득을 담아주셨는데, 야채는 알아서 셀프로 올려 먹으라고 옆에 한가득 놓아주셨다. 신선한 야채를 듬뿍 넣어서 비벼먹은 분티느엉은 나의 잊지 못할 베트남 음식 중 하나다. 



 

 

 그리고 동행친구는 떠났다. 휴가로 온 여행이라 여기저기 보고 싶은 곳이 많다고 다음 여행지로 떠났다. 짧은 시간 동안 함께 다닌 게 정이 들어서 친구가 가는 뒷모습을 한참이고 지켜봤다. 그리고 혼자 호스텔 근처를 돌아다니는데, 둘이 함께 다닐 때에는 조잘조잘 말하느라 보지 못했던 풍경들이 보였다. 

 

 여행은 그렇다. 혼자일 때 볼 수 있는 풍경과 함께여서 볼 수 있는 풍경이 다르다. 혼자일 때에는 나 혼자서 차분히 여기저기를 둘러볼 수 있고, 함께일 때에는 내가 놓치고 보지 못하는 부분을 함께 있는 사람 덕에 볼 수 있다.

여행은 혼자일 때에도 또 누군가와 함께일 때에도 참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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