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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tori Apr 13. 2020

아보카도가 내게 준 교훈

동남아 배낭여행 - 베트남, 달랏(4)


 어느 순간부터 다이어트하는 사람들에게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아보카도는 단백질, 칼륨, 비타민 등 각종 영양소가 풍부하고 다이어트와 건강에 좋아 전 세계 사람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나 역시도 싱가포르에 건너와서 부드럽고 크림같이 고소한 맛이 나서 샌드위치, 샐러드, 심지어 과일쉐이크 등의 음식으로 쉽게 접할 수 있었고 큰 팬이었다.


 그러나 어느 날 인스타그램을 뒤적거리며 밤을 지내고 있었는데 아보카도가 환경파괴의 주범이라는 글을 보게 되었다.

 슈퍼푸드 중 하나인 아보카도가 어떻게 환경파괴범이라는 거지? 


 아보카도가 전 세계적으로 대중화된 후에 수입량이 급증하면서 아보카도 생산국의 사람들은 너도나도 할 것 없이 아보카도를 생산하기에 이르렀고, 이 아보카도를 수확하기 위해 농지를 개간하면서 산림이 마구 파괴되면서 매년 엄청난 규모의 숲이 사라지고 있다고 한다.

또한 아보카도 ‘한 알’을 키우는 데 드는 물의 양이 약 320리터로 성인 160명의 하루 섭취량이라고 한다. 그로 인해 오는 물 부족 및 가뭄으로 주민들이 입는 피해는 커지고 있다. 이 뿐만 아니라 아보카도를 운송할 때에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양도 무시 못할 정도로 많다고 한다. (비슷한 무게의 다른 과일과 비교했을 때 적어도 5배 정도가 많다.)


 이러한 이유들을 읽고 나는 그날 밤 급 지구를 지키기 위해 나 하나라도 도움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이후에 몇 개월 정도 아보카도는 입에도 대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동행친구가 달랏에서 꼭 가봐야 하는 신또 맛집이 있다고 함께 가자고 하여 길을 나섰다. 도착하 기 전까지는 그냥 과일 스무디 려니 했건만 도착하고 보니 아보카도 스무디에 코코넛 아이스크림이 한스쿱 올라간 신또 맛집이었다. 현지인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줄을 서서 똑같은 신또를 손에 들고 떠나는데 그 앞에서 참 많이 갈등을 하였다.


 몇 개월 내내 지켜온 나의 신조를 지킬 것인가 아니면 눈 한번 딱 감고 먹을 것인가

나의 주문 차례가 다가오고 나를 쳐다보는 동행친구와 주인아주머니의 눈빛을 받으며 나도 모르게 주머니에서 더듬더듬 돈을 꺼내서 주문을 하고 있었다.


난 이 날도 아는 동생이 맛있는 아보카도 샐러드를 먹고 있다는 말에 그 숟가락 당장 내려놓으라 마라 잔소리를 했는데, 나는 정말 뭐하는 사람이냐며 주문을 하고서도 속으로 죄책감에 몸서리를 쳤다.


사실 누가 시켜서 한 일도 아니었다. 그냥 어느 날 밤에 본 한 기사를 보고 내가 나 스스로에게 던진 약속에 나를 옭아매고 있었다. 



 아보카도 신또가 나오고 내 손에 쥐어진 후에 나는 사진을 찍어 그 동생에게 보냈다. 동생은 이 사람 뭐냐며 배꼽 잡고 웃었다. 그렇게 웃어주는 동생 덕에 죄책감은 조금은 덜어지면서 신또를 한입 먹었다. 

아.. 내가 이 맛을 잊고 살고 있었다니.. 크리미하고 부드러운 아보카도 신또에 내가 제일 좋아하는 코코넛 아이스크림을 한 입 먹으니 그냥 “정말 맛있었다”


 이 날 이후로 나는 아보카도를 먹는다. 하지만 아보카도를 억지로 주문해서 먹거나 찾아서 먹지는 않는다. 먹어야 할 상황이면 먹고, 먹지 않아도 될 상황이면 먹지 않는다.

뉴스에 나온 기사에서 ‘아보카도는 환경을 파괴한다’라는  기사를 보고 나 스스로 그 의견에 동참하여(오버하면서) “절대 아보카도를 먹지 않는다!” 라며 누가 시키지도 않은 일로 혼자 죄책감을 받고 옭아매는 일은 하지 않기로 했다.


 나는 나 스스로에게 얼마나 많은 기준을 잣대로 손가락질하고 채찍질하고 옭아매고 있었을까? 못하는 일보다 잘하는 일이 더 많을 텐데 왜 그렇게 나에게 관대하지 못했고 사랑해주지 못했을까?

나 스스로를 칭찬해주지 않고 사랑해주지 않는다면 과연 그 어느 누가 나를 나 자신보다 더 사랑해주고 칭찬해줄 수 있을까? (사실 내 주변에는 나보다 나를 더 사랑해주는 사람들이 많다..)


-스스로를 사랑하자, 예뻐해 주자, 잠깐 실수해도 그럴 수도 있지 하고 관대하게 넘어가 주자, 격려해주고 북돋아주자


 환경에 해가 되는 일은 안 하는 게 당연히 좋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나 스스로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선에서 하는 게 좋지 않을까?


 배달음식을 시킬 때 ‘일회용품은 주지 마세요’를 클릭하는 것도 우리가 환경을 생각하는 길에 한 발짝 나아가고 있다고 스스로를 칭찬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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