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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로이 Dec 30. 2018

01. 조금은, 이기적인 출발

대한민국, 인천

  사실 이번 여행은 시작 전부터 싸움의 연속이었다. 세상에 어느 엄마가 2달 넘게 혼자 여행을 가겠다는 딸을 걱정하지 않을까. 더군다나 엄마는 신혼여행으로 갔던 제주도 이후로는 비행기 한 번 타보지 않은 사람이었다. 엄마는 나를 이해하지 못했고 내가 여행에 맛을 들인 뒤로 줄곧 들어오던 잔소리가 뒤따랐다.     

  “여행이 뭐라고 그거에 이렇게 돈을 많이 써?"

  "엄마, 내가 번 돈이고 난 여행을 할 때 행복해."     

  잔소리가 반복되다 보면 나는 결국 내 돈 내가 쓰는 거라며 짜증을 내곤 했다. 싸움의 결과는 뻔했다. 엄마는 언제나 나에게 져주었으니까.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엄마는 내게 져주었고 나는 그냥 비행기 표를 끊어버렸다.             


                                            

  좋은 걸 보면 엄마가 먼저 생각날 때

  엄마가 내 걱정을 하는 게 아니라 내가 엄마 걱정을 할 때

  엄마가 나이 들었음을 느낀다고 하던가.

  몇 년 전, 처음으로 간 유럽여행에서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이 아름다운 풍경을 엄마와 함께 본다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 엄마는 이런 풍경 못 봤을 텐데.'     


  마침 그날, 바람은 선선했고 아름다운 햇살을 받은 블레드 호수의 풍경은 더할 나위 없이 완벽했다. 여행을 통해서만 느낄 수 있는 이 완벽한 순간을, 이 행복감을 엄마는 모를 거라는 게 미안했다. 그때 분명 언젠간 엄마와 함께 여행하자고 다짐했으면서 내가 하고 싶은 여행을 하겠다며 나는 계속해서 그 순간을 미뤄왔다.      

  지금까지도.     


  “여행이 뭐라고, 그거에 이렇게 돈을 많이 써?”     

  만약 엄마에게도 내가 여행을 하며 느꼈던 행복한 순간들이 있었다면 아마도 조금은 다른 잔소리를 하지 않았을까. 그 생각을 하니 조금 슬퍼졌다.     


  “우리 딸, 잘 다녀와.”

  “응, 잘 다녀올게. 사랑해.”          


  그전까지 반대했던 것이 거짓말인 것처럼 엄마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웃었다. 나도 평소와 똑같은 아침인 것처럼 밝게 인사했다.

                                              

1년 만에 다시 멘 배낭의 무게는

마치 어제 메던 것처럼 익숙했다.      

그렇게 나는 다시 길 위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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