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인천
사실 이번 여행은 시작 전부터 싸움의 연속이었다. 세상에 어느 엄마가 2달 넘게 혼자 여행을 가겠다는 딸을 걱정하지 않을까. 더군다나 엄마는 신혼여행으로 갔던 제주도 이후로는 비행기 한 번 타보지 않은 사람이었다. 엄마는 나를 이해하지 못했고 내가 여행에 맛을 들인 뒤로 줄곧 들어오던 잔소리가 뒤따랐다.
“여행이 뭐라고 그거에 이렇게 돈을 많이 써?"
"엄마, 내가 번 돈이고 난 여행을 할 때 행복해."
잔소리가 반복되다 보면 나는 결국 내 돈 내가 쓰는 거라며 짜증을 내곤 했다. 싸움의 결과는 뻔했다. 엄마는 언제나 나에게 져주었으니까.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엄마는 내게 져주었고 나는 그냥 비행기 표를 끊어버렸다.
좋은 걸 보면 엄마가 먼저 생각날 때
엄마가 내 걱정을 하는 게 아니라 내가 엄마 걱정을 할 때
엄마가 나이 들었음을 느낀다고 하던가.
몇 년 전, 처음으로 간 유럽여행에서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이 아름다운 풍경을 엄마와 함께 본다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 엄마는 이런 풍경 못 봤을 텐데.'
마침 그날, 바람은 선선했고 아름다운 햇살을 받은 블레드 호수의 풍경은 더할 나위 없이 완벽했다. 여행을 통해서만 느낄 수 있는 이 완벽한 순간을, 이 행복감을 엄마는 모를 거라는 게 미안했다. 그때 분명 언젠간 엄마와 함께 여행하자고 다짐했으면서 내가 하고 싶은 여행을 하겠다며 나는 계속해서 그 순간을 미뤄왔다.
지금까지도.
“여행이 뭐라고, 그거에 이렇게 돈을 많이 써?”
만약 엄마에게도 내가 여행을 하며 느꼈던 행복한 순간들이 있었다면 아마도 조금은 다른 잔소리를 하지 않았을까. 그 생각을 하니 조금 슬퍼졌다.
“우리 딸, 잘 다녀와.”
“응, 잘 다녀올게. 사랑해.”
그전까지 반대했던 것이 거짓말인 것처럼 엄마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웃었다. 나도 평소와 똑같은 아침인 것처럼 밝게 인사했다.
1년 만에 다시 멘 배낭의 무게는
마치 어제 메던 것처럼 익숙했다.
그렇게 나는 다시 길 위에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