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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터C Apr 05. 2020

작고 여린 숨탄것의 경고

<그리움 스물셋> 

- 곁에 있을 때는 소중함을 모르다가 막상 떠난 후에야 뒤늦게 잘못을 깨닫고 하염없이 그리워하는 어리석은 존재사람이어라     


    예전에는 흔하던 것들이 어느 순간 잘 보이지 않게 되면 궁금해지는 법이다. 시골의 아무 개울에서나 쉽게 볼 수 있던 도롱뇽이었는데 요즘은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도롱뇽은 올챙이처럼 물에서 태어나 성체가 되면 개구리처럼 육상으로 올라와서 피부와 폐로 호흡하는 양서류다. 전체적인 크기와 모습이 도마뱀과 흡사하지만 몸에 비늘이 없고, 항상 촉촉하며, 성격이 아주 온순하다.

    거제 지심도에 동백꽃을 마중하러 갔다가 때마침 어느 집 뒤란에서 돌나물 위를 기어가는 도롱뇽을 만났다. 고리, 이끼, 꼬리치레 따위의 희귀 도롱뇽이 아니었음에도 반가운 마음이 무척 컸다. ‘그까짓 게 뭐라고’ 치부해 버릴 수도 있겠지만 그래서는 안 될 일. 도롱뇽은 청정지역에만 서식하는 대표적인 환경지표종이다. 도린곁에서나 겨우 볼 수 있게 된 도롱뇽은 환경오염에 대해 무언의 경고를 던진다. 이삿짐을 꾸려 점점 깊은 곳으로 숨어들어야 하는 운명이 자신들에게만 지워진 굴레가 아니라고. 도롱뇽은 재빠르게 기어서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우물 안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세 마리의 도롱뇽이 더 있었다. 모두 배가 불룩한 것으로 보아 알을 낳기 위해 우물을 찾은 모양이었다.

    일제강점기 군사기지로 활용됐던 지심도는 광복 후 국방부가 소유하다가 지난 2017년 거제시에 반환되었다. 거제시는 지심도를 제2의 외도로 키우기 위해 개발아이디어를 쏟아내고 있다. 과연 지심도가 도롱뇽의 터전으로 계속해서 남을 수 있을지 걱정이다. 기존 환경에 최대한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개발한다지만, 말처럼 하기란 어렵다. 자꾸만 욕망이 개입되기 때문이다. 결국은 자기 자신을 밀어내는 어리석은 욕망이.


#도롱뇽 #뒤란 #도린곁 #환경지표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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