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 스물둘>
모든 걸 아낌없이 내어주었던 그 누군가가 죽도록 그리운 하루.
이제 열 살 된 소가 있다.
그간 꾀부리는 일 한번 없이
해마다 무거운 쟁기 끌어 논밭 다 갈고
산더미 같은 장작거리를 운반했으며
새끼도 일곱 마리나 낳은 복덩이.
그래서 혹여 따로 부르는 이름이 있나 물었더니
주문진읍 철갑령 중턱 오지마을인
삼교리의 장종진 할아버지가 웃으며 대답한다.
“소가 뭔 이름이 있드래요. 소는 그냥 소지.”
비록 이름 하나 갖진 못했어도
고맙고 짠하기야 이루 다 말할 수 없는
‘그냥 소’는 지난해 워낭을 달았다.
할아버지의 눈과 귀가 크게 어두워졌기 때문이다.
저벅저벅, 걸어갈 때마다
달랑달랑, 울리는 워낭.
저물녘의 고요를 파고드는
티 없이 맑고 아름다운 소리가
집으로 돌아오는 할아버지의 걸음을
안전하게 인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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