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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터C Apr 14. 2020

눈이 되어주는 소리

<그리움 스물둘> 

모든 걸 아낌없이 내어주었던 그 누군가가 죽도록 그리운 하루.     

    

이제 열 살 된 소가 있다. 

그간 꾀부리는 일 한번 없이

해마다 무거운 쟁기 끌어 논밭 다 갈고

산더미 같은 장작거리를 운반했으며 

새끼도 일곱 마리나 낳은 복덩이.

그래서 혹여 따로 부르는 이름이 있나 물었더니

주문진읍 철갑령 중턱 오지마을인

삼교리의 장종진 할아버지가 웃으며 대답한다. 

“소가 뭔 이름이 있드래요. 소는 그냥 소지.”     


비록 이름 하나 갖진 못했어도

고맙고 짠하기야 이루 다 말할 수 없는

‘그냥 소’는 지난해 워낭을 달았다. 

할아버지의 눈과 귀가 크게 어두워졌기 때문이다. 

저벅저벅, 걸어갈 때마다

달랑달랑, 울리는 워낭. 

저물녘의 고요를 파고드는 

티 없이 맑고 아름다운 소리가 

집으로 돌아오는 할아버지의 걸음을 

안전하게 인도한다.                

          




#주문진 #철갑령 #워낭소리 #저물녘의 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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