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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터C Apr 08. 2020

행복을 주는 우스운 얼굴

<그리움 열다섯> 

- 언제나 나를 기쁘게 하는 얼굴보고 또 봐도 그리운 얼굴.     

   


현재를 상징하는 관음리에서 미래를 상징하는 미륵리까지 이어진 시간길. 

역사적으로 가장 오래됐다고 기록된 고갯길. 

까마득한 높이에서 하늘과 맞닿아 있다고 하늘재. 

현재에서 미래로 건너가려면 하늘을 넘어야 한다고 하늘재. 

‘관음’과 ‘미륵’과 ‘하늘.’ 

의미심장한 그 이름들이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숲 우거진 길. 

그 길 끝에서 예의 아닌 줄 알지만, 

보자마자 ‘풋’하고 웃음이 터져 나오는 얼굴 하나를 만났다. 

커다란 바위 통째로 조각한 미륵부처 얼굴.

몸통은 어디로 가시고 얼굴만 덩그러니 남으셨나. 

떴는지 감았는지 모를 눈, 

긴 코와 긴 인중, 

얄팍한 입술, 

게다가 또렷한 팔자주름까지.

이건 뭐 작정하고 만들었네. 보고 웃으라고. 

그러니 내가 터트린 웃음이 예의 아닌 게 아닐 수도 있겠다. 

미륵리 초입을 지키는 이 얼굴 주인공은 미래의 문지기쯤 되려나. 

바라건대 가까운 미래든 먼 미래든 실제로 내 미래의 문을 열 때는 

이 조각상처럼 친근한 얼굴이 반갑게 맞기를. 

그리하여 행복한 웃음을 지으며 그 안으로 기꺼이 들어설 수 있기를.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나를 돌아보는 게 순서.

내 지금에 대해 납득 할 수 있을 때까지 스스로 묻고 또 물어야겠지. 

그런 후에는 마땅히 가야 할 길을 뚝심 있게 걷고 또 걸어야겠지.     


#미륵리불두 #미래 #행복 #웃음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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