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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터C Apr 08. 2020

한철의 미쁨이
여전히 나를 빛나게 하네

<그리움 열넷> 

- 오늘이 어제와 같기를 바라며 살면 그리움이 우울을 낳고내일도 오늘과 같기를 바라며 살면 기대감이 행복을 낳는다.     

    

    무엇이든 아름다운 한철이 있다. 그 시기가 지나면 쓸모를 잃은 물건처럼 폐기 될 일만 남는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 내 한철은 아직 멀었다고, 내 한철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또 노력해야 한다고, 자기최면을 걸며 죽을 만큼 힘든 중에도 얼마나 가혹하게 채찍질했던지. 

    송백정 원림의 배롱나무는 꽃이 다 지고 없었다. 여름내 더위와 장마를 이겨내 장하다 싶더니, 가을의 선선함이 더 무거웠던 것이다. 헐벗은 꽃자리가 너무나 애처로웠다. 그런데 놀랍게도 원림은 아름다웠다. 한철 피었던 꽃보다 더 많은 꽃이 연못에 피어 있었다. 좋았던 시절의 기억들이 핀 것, 낱낱이 빛나던 시간들이 핀 것, 전부이자 전무인 꿈들이 핀 것이었다. 

    그 떨어져 핀 꽃잎들 위로 배롱나무가 그림자를 드리웠다. 그러자 배롱나무의 한철이 연못에서 다시 시작되었다. 내 한철은 비록 끝날지언정 내 한철의 미쁨이 여전히 나를 빛나게 한다. 웃게 한다. 행복하게 한다. 그렇게 내 한철은 계속된다.               


#아름다운 시절 #자기최면 #송백정원림 #배롱나무 #꽃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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