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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터C Apr 11. 2020

그리움이 사무쳐도
부치지 못한 편지

<그리움 여섯>

그리움이 커지면 커질수록 시간은 점점 더 느리게 흐른다     


 

조금만 닮아도 그 사람 떠올라 미칠 것 같지만, 

아무리 닮아도 그 사람 자리는 대신할 수 없네. 

되레 그 사람 향한 그리움만 더 커질 뿐이라서.      


    염원을 담은 엽서를 바라는 누군가에게 무료로 배달해주는 간절곶 소망우체통. 한 노인이 그 안에서 나오며 연신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무슨 일인가 싶어 가까이 다가가 괜찮은지 묻자, 노인은 단지 티끌이 들어가서 그런 거라며 황급히 걸음을 옮기는 것이었다. 

    멀어지는 노인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느낌이 이상해서 안에 들어가 보니, 하얀 편지봉투 하나가 수기대(手記臺) 한쪽 구석에 반듯하게 놓여 있었다. 소망우체통 전용 엽서가 아니어서 우편함에 넣지 않은 걸까? 풀칠조차 하지 않은 봉투에는 수취인의 이름과 주소도 씌어 있지 않았다. 애초에 부칠 생각이 없었던 것. 슬며시 꺼내어 보니 노인이 방금 써놓고 간 편지가 분명했다. 내용은 이 한 줄이 전부였다. 

    “당신, 너무 보고 싶소. 오래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오.” 


    ……아, 읽지 말 것을. 읽지 말 것을.


#간절곶 #소망우체통 #엽서 #염원 #이별 #그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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