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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터C Apr 14. 2020

내 죽음은 어떻게 기억될까

<그리움 열둘> 

- 삶이란 죽음을 경외하고 한편으로 그리워하면서 써 내려가는 이야기.     

 


죽음은 삶의 그림자.

해를 향해 걸어갈 땐 보이지도 않다가

해를 등지자 비로소 슬금슬금 나타나지.

발아래서 무릎으로 

허리춤에서 어깨로. 

그림자는 쉬지 않고 자라지.

이윽고 찾아온 해거름. 

내 것일 리 없는 거대한 그림자가

왜소하고 초라해진 한 인간을

삼킬 듯 노려본다네.     


삶은 죽음의 푸른 장미.

태어나자마자 죽음을 찾아 나서지.

죽음은 항상 곁에 있지만 

누구도 얼굴을 알지 못하지. 

삶의 마지막 순간 단 한 번 

드디어 그 모습 드러내지. 

흘려보낸 삶의 시간이 

죽음의 표정을 만들지.

죽음은 몸이 아니라

이름을 업고 간다네.      


    망곡단 고인돌 위로 어둠이 내린다. 5~6년 전만 하더라도 집 뒤뜰을 버젓이 차지했던 고인돌이다. 사실 선후 관계를 따지자면 집이 고인돌 앞마당을 차지했다고 말하는 게 정확한 표현이다. 주인의 허락을 구하지 않고 불법적으로. 

    비록 선사시대 것이기는 해도 무덤은 무덤. 삶의 공간과 죽음의 공간이 한곳에 있었던 셈이다. 죽음이 삶의 전부를 앗아가듯이, 집이 철거되면서 그 모든 공간은 오롯이 죽음의 차지가 되었다. 아무튼 집과 고인돌이 함께 있었을 때는 지금처럼 어둠이 쓸쓸하지 않았다. 

    쓸쓸함은 사색을 부른다. 나는 가만히 고인돌을 바라도 보고 만져도 보면서 입에 올리기조차 껄끄러운 죽음에 대해 생각한다. 윽박지르지도 않고, 안다고 재지도 않고, 잘했다고 칭찬 한번 하지도 않고, 곁에 있는 듯 없고, 없는 듯 그저 말없이 지켜보지만, 누구보다 더 많은 깨달음을 주는 존재. 그것으로 말미암아 나는 내 현재를 되돌아본다. ……나 잘살고 있는 걸까?      






#삶의 그림자 #푸른장미 #죽음 #고인돌 #망곡단 #사색 #쓸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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