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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구석여행자 Jun 14. 2021

우울증 치료를 위한 첫 단추

남편의 정신의학과 병원 첫 방문


남편이 우울증인 걸 알게 된 이후부터 나는 조금 달라졌다. 사람은 하루아침에 변화하기 어렵듯이 달라지려고 노력한다고 하는 게 맞으려나. 그동안 어린아이에게 대부분의 관심을 주었다면, 남편의 병을 알게 된 이후 남편에게도 조금씩 관심을 갖고 있다. 그동안 무조건 내가 다 맞다, 옳다 했던 것도 남편의 입장에서 생각하려 노력하고, 남편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기 시작했다. 나와 다름을 무조건 틀렸다고 인정하지 않던 내가 다름을 인정해보려고 시작했다. 그동안 결혼한 뒤 남편에게 관심과 사랑이 부족했었다는 걸 깨닫고, 남편에게 지쳐 별로 관심이 없었던 남편의 기분과 컨디션을 아침마다 체크해주기 시작했다. 남편의 우울증이 나을 수만 있다면 뭐든 하고 싶었다. 왜 나는 남편이 아프고 나서야 비로소 깨달은 걸까. 늦게 깨달은 내게 할 말이 없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라는 말이 있듯이 그래도 이제라도 깨달아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남편에게 어떻게 병원에 갈 결심을 했는지 물었다. 남편은 병원 문턱을 넘기까지 많은 고민이 있었다고 했다. 아마 우리나라에서 아직 정신과, 정신병원이라고 하면 '이상한 사람인가' 하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나조차도 그랬으니까. 남편에게 들은 나와는 다른 세상(정신의학과)은 일반 병원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했다. 남편은 두 달 정도 고민을 했고, 병원을 가기 위해 여기저기 검색을 했다고 했다. 오랜 고민 끝에 한 병원을 방문했을 때는 세상의 인식, 편견과는 다르게 병원에 사람이 많았다고 했다. 예약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오랜 시간 동안 진료를 위해 대기를 해야 했다고.  

남편의 첫날 진료를 다녀왔을 때가 생각이 난다. 처음에 병원을 갔을 때 어땠냐는 나의 질문에 남편은 많은 검사지를 작성하느라 힘들었다고 들었다. 검사지 작성부터 지쳤었던 남편. 검사지를 작성하고, 진료가 끝나가는 시간 때문에 의사 선생님과 많은 이야기를 하진 못했다고 했다. 

"거기 믿을 만한 병원 맞아?, 나도 당신 진료받는 선생님 한번 만나보고 싶어. 

내 남편을 진료해주시는 선생님인데 나도 한번 만나보고 이야기를 들어봐야 하지 않을까?"

나는 남편의 선생님을 언젠가는 만나보고 싶다. 그게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남편은 내가 자신의 선생님을 만나는 것이 아직은 부담스러운 것 같았다. 그래서 여러 가지 이유를 대며 병원에 오지 말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런 남편의 심정을 헤아리며 며칠을 남편의 병원에 함께 가보고 싶다고 졸랐다가 포기를 했다.  대신에 남편이 병원을 다녀온 날이면 진료가 어땠는지 항상 물어보고 이야기를 들어주려 한다. 이야기를 들으면 과연 그 병원이 믿을 만한 병원인지 석연찮다. 그래도 본인이 선택한 병원을 믿어주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갑자기 스쳤다. 얼마나 심사숙고해서 결정한 병원일까.  내가 믿어주지 못하는 것 또한 남편의 우울증을 더 악화시키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대신에 남편이 하루빨리 호전됐으면 하는 마음에 진료를 다녀온 날이면 항상 물어본다.

"오늘은 선생님과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어? 특별한 것은 없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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