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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구석여행자 Jun 15. 2021

쏟아지는 졸음과의 사투

우울증 약 투약, 그 이후


남편은 요즘 부쩍 자신에게 오는 관심과 사랑에 꽤나 어색해했다. 왜 이렇게 갑자기 잘해주는 거냐고, 너 답지 않다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야기를 했다.

이게 정상인 건데. 그동안 남편에게 내가 참 무심했다. 나는 왜 그렇게 남편을 쏘아붙였던 걸까. 남편의 이야길 들으니 더 씁쓸해지면서 동시에 미안해졌다. 난 그동안 얼마나 나쁜 아내였던 걸까. 남편은 갑자기 자신에게 너무 잘해주지 말라고 한다. 본인이 느끼는 지금 감정이 너무 좋고 행복한데 이러다가 내가 지쳐서 다시 원래대로 돌아갈까 봐 불안하다고 이야기를 했다. "다시는 원래대로 안 돌아갈 거야."라고 남편을 안심시켰다. 남편이 웃는 날이 많아져 우울증이 나아지고 있는 것 같았다. 내 노력에 부응하는 것 같아 남편에게 조심스레 물었다.


"요즘 기분은 어때? 웃음이 많아진 거 같은데 우울증 이제 괜찮아진 거지?"


남편은 아직도 우울하다며 우울증은 그렇게 금방 낫는 병이 아니라고 했다. 병원에서 의사 선생님한테 진단을 받기로는 오랫동안 곪아있는 우울증이라서 치료하는데도 시간이 상당히 걸릴 거라고 했단다. 순간 우울증이라는 단어가 참 멀게 느껴졌다. 그동안 주변에 우울증에 걸렸다는 사람도 없었고, 나도 우울증에 걸린 적이 없었어서 그런지 우울증에 대해 무지했다. 어쩌면 우울증에 걸렸는데도 모르고 그냥 지나갔을지도. 


남편에게 듣기론 우울증은 감기 같은 거라고 했다. 마음의 감기. 감기가 우리 몸에서 자주 드나드는 질병이니만큼 우울증도 사람들의 마음속을 자주 드나든다고 한다. 다 나았다고 하더라도 언제든지 또 걸릴 수 있는 그런 병. 우울증.  


병원에서 처방받은 첫 번째 약을 먹었다. 보통 일반적인 병원에서의 약은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처방전을 받으면 약국에 가서 약을 받곤 하는데 정신의학과 병원에서의 약은 병원에서 조제를 해준다고 한다. 나중에 남편을 이해해보고자 우울증에 관련된 책을 읽었는데 그 책에 아마 정신의학과 병원에서 약을 조제해주는 것은 일종에 우울증 환자를 위한 배려 아니겠느냐 라는 내용이 쓰여 있었다. 그 책을 읽으니 그런 것 같았다. 남편은 처음에 병원에서 약까지 주는 걸 신기해했다. 처음 우울증 약을 처방받아서 먹었을 때 약을 먹고 났더니 기분이 괜찮다고 했다. 그래서 웃기도 잘 웃었고, 이야기도 많이 했었다. 남편이 약을 먹고 나면 기분이 업(?)됐다는 걸 나도 느꼈다. 남편의 밝아지는 모습이 좋았지만, 2-3시간 지나면 다시 컨디션 난조를 보이는 남편이 행여나 약에 의존하게 되진 않을까 걱정이 됐었다.    

두 번째 병원에 가서 상담을 받고 와서 약을 새로 지어왔다. 첫 번째 약을 먹고 난 뒤의 본인의 기분과 상태를 이야기를 했고, 의사 선생님은 남편이 극도의 긴장 상태라고 했다고 한다. 그래서 긴장을 풀어주는 약을 조제해주겠다고 했다고. 의사 선생님에게 새로운 약을 처방받아왔는데 그 약은 아무래도 긴장을 풀어주는 약이다 보니 먹고 나면 계속 잠만 잤다. 쏟아지는 졸음에 남편은 일상생활도 힘들어했고, 주말에는 낮잠을 무려 5-6시간을 잤다. 왜 낮잠을 5-6시간 자도록 깨우지 않았느냐는 타박이 돌아왔지만 평소에 자는 걸 좋아하고, 잠으로 스트레스 해소한다는 걸 알기에 나는 깨우지 않았다고 이야기를 했다. 남편은 낮잠을 너무 많이 자니 몸이 축 늘어지기도 했고, 계속 졸린 것처럼 보였다. 또 낮잠을 많이 잘 수록 밤에 잠들지 못할까 불안해했는데 그건 기우였다. 저녁에도 약을 먹으면 낮에 많이 잤었음에도 불구하고 밤에도 역시 잠을 잘 잤다. 잠이 너무 많아진 탓에 남편은 걱정을 했다. 나도 남편이 걱정이 됐다. 남편은 다음번 진료에 쏟아지는 잠을 이겨내지 못하고 의사 선생님께 약을 바꿔 달라고 해보겠다고 했고, 의사 선생님은 약을 먹고 긴장이 풀려서 잠이 많이 왔던 것 같다며 약을 줄여주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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