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산소 운동과 야간 산책을 즐기러 만수산 무장애 나눔길

by 방구석여행자

밤에 자고 있었는데 갑자기 새벽에 등의 오른쪽 날개 뼈가 너무 아팠었다. 자고 있는 남편을 부리나케 깨워 "못 일어나겠다고, 나 죽을병에 걸린 거 아니냐고, 혹시 암인가?" 난리를 부렸었다.

남편은 죽네 사네 하는 내게 "암이 아니라, 담에 걸린 거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금방 나을 거다"라고 타일렀었다. 이런 걸 걸려본 적이 없던 나였기에, 걱정이 앞섰다. 동이 트고, 그날 아침이 되자, 평소에는 아침마다 근력 운동을 하는 나인데, 도저히 근력 운동은 무리일 것 같았다. 그래서 이렇게 등이 아플 땐 유산소 운동이라도 하자 싶어 집 근처에 있는 만수산 무장애 나눔길을 걷기로 하고 집을 나섰다. 오랜만에 아침 공기를 마시면서 걷는 산은 신선하고 상쾌했다. 혼자 산행을 가서 그랬는지 비교적 여유로웠고, 평소에 산에 오르면서 그냥 지나쳤던 만수산에 있는 만수 8 경도 각각 보고 왔다. 산을 오르면서 느꼈던 점은 나 만큼이나 아침을 빨리 시작하는 부지런한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었다.

드디어 만수산 정상에 올랐다. 정상에서 못 보던 게 있었다. 바로 스탬프 도장을 찍는 곳. 스탬프 도장을 보니 스탬프 북의 도장을 찍고 싶다는 도전 욕구가 샘솟았다. 그런데 나는 스탬프 북이 없었다. 만수산은 남동 둘레길의 스탬프 명소 중 하나였고, 남동 둘레길 스탬프 북이 필요했다. 알아보니 남동 둘레길 스탬프 북은 남동구청에서 얻을 수 있었고, 그날로 바로 스탬프 북을 얻어왔다. 올해 남은 하반기 목표는 남동 둘레길 스탬프 북의 도장을 찍는 걸 목표로 정했다.

주말이 지나, 저녁에 아이를 친정에 데려다주고 집에 오는 길에 남편에게 만수산을 가지 않겠냐고 제안을 했다. 사실 만수산 야간 산행을 해보자는 나와 싫다는 남편 간에 몇 번 다투기도 했었다. 아침, 점심 만수산 등산은 많이 가봤는데, 조명이 들어오는 밤의 만수산이 궁금했었다. 야간 산행을 해보고 싶었다. 밤에 어떻게 조명이 들어오는지 궁금했었기 때문에. 드디어 내 소원이 이루어지는 순간이었다. 남편은 담 걸려서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는데 괜찮겠냐고 물어보고는 조금 망설이더니 같이 가보자고 했다. 왠지 이번에도 거절하면 또 싸울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나 보다. 도착해서 산에 오르는데 은은한 조명이 꽤나 운치 있고, 멋있었다. 밤에도 많은 사람들이 더위를 달래듯 만수산 무장애 나눔길을 걷고 있었다. 남편에게도 예쁘지 않냐고 물어봤는데 남편은 뭐가 그렇게 예쁘냐고 하면서 툴툴거렸다. 그냥 옆에서 뭐라 하든 너무 좋았다. 산에서 나는 향기가 기분이 좋았다. 남편에게 또 좋은 냄새가 나지 않냐고, 마치 피톤치드 냄새 같다고 했더니 남편은 그냥 흙냄새 아니냐고 역시나 산통을 깨기 일쑤였다. 그렇게 티격태격하며 오르니 정상에 도착을 했다. 그래도 정상에 올라가니 정상에서 보이는 멋진 야경에 남편도 등산하기 싫었던 마음이 조금은 녹아내려갔었던 것 같았다. 묵묵히 같이 야간 산행에 동참해준 남편이 고마웠다. 하기 싫지만, 어쩔 수 없이 같이 했던 야간 산행에 부부란 이런 것인가에 대해서도 느끼고 왔었다.

야간 산행에 대한 도전을 마쳤으니, 다음엔 둘레길의 스탬프 북 도장을 같이 모으자고 이야기하면, 남편은 아마 도망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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