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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구석여행자 Oct 28. 2022

남동 둘레길 1코스, 함께 나눔길을 걷고 오다.


둘레길을 걷게 된 계기

둘레길 걷기가 한창 유행이었던 적이 있었다. 제주도 올레길 걷기, 서울 둘레길 걷기, 인천 둘레길 걷기 등 각 지역별로 동네별로 우후죽순으로 둘레길이 생겨났었다. 제주도 올레길은 걸어보고 싶었지만 거리상으로 연속해서 걷기 힘들 것 같아 일찌감치 포기를 했었다. 서울 둘레길 같은 경우에는 해볼 만할 것 같아 서울시청을 직접 방문하여 스탬프북과 지도를 찾아왔었다. 걷는 걸 좋아하시는 엄마에게 말씀드렸더니 “엄마도 서울 둘레길 걸어볼래. 엄마 스탬프북도 가져와!”라고 말씀하셨어서 2개를 챙겼었다. 주말이나 시간 날 때 한 번씩 엄마와 걷자는 생각으로 걷기 시작했었다.



엄마와 처음 걸었던 서울 둘레길

우리 모녀가 처음 걸었던 서울 둘레길 코스는 가양부터 시작해서 석수역까지의 코스. 6코스였다. 낭만 있게 스탬프북과 지도를 펼쳐 들고 6코스 안양천을 차례대로 쭉 걸으며 코스마다 있는 빨간 우체통에서 도장을 쾅 찍었었다. 6코스의 끝인 석수역에서 도장을 찍고 마침내 우린 지하철을 타고 집에 돌아왔었다. 스탬프북에 찍힌 도장을 보며 힘든 줄도 모르고 보람 있었던 날들. 그렇게 6코스를 시작으로 계속 시간이 날 때면 걸을 줄 알았던 서울 둘레길은 주말에도 바쁘다는 핑계로 걷지 못했었다. 그렇게 ‘걸어야지, 걸어야지’하면서도 좀처럼 스탬프를 채워 나가지 못하고 있었는데 우연히 내가 살고 있는 인천 남동구에 남동 둘레길이 생겼다고 들었다. 동네에 생겼는데 어찌 관심이 없겠는가. 남동 둘레길을 걸어보고 싶었다



남동 둘레길을 걷다

인터넷을 검색하여 알아보니 남동 둘레길도 서울 둘레길처럼 코스마다 인증할 수 있는 스탬프북과 둘레길 코스를 알려주는 지도가 있었다. 둘레길에 필요한 지도와 스탬프북을 받기 위해 남동구청에 전화를 걸어 어떻게 받을 수 있는지 물어봤었다. 친절하게도 몇 개가 필요하냐고 물어봤었고, 바로 찾으러 오면 된다고 했었다. 스탬프 북과 지도가 아무래도 많이 남아있었던 모양이었다. 짬을 내어 남동구청을 찾아갔고, 스탬프 북과 지도를 가져왔었다. 이번에도 역시 엄마도 함께 걷고 싶다고 하시길래 엄마 것까지 2개씩 챙겨 왔었다.


지도를 살펴보니 남동 둘레길은 1코스부터 4코스까지 총 4개의 코스가 있었다. 동네의 명소들로 둘레길 코스가 구성되어 있어 남동구에 오래 살았던 나로서는 익숙한 명소들이 많았었다. 왠지 1주일 바짝 걸으면 금방 걸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언제 걸을지 날짜를 살펴보고 있었는데 1코스인 함께 나눔길은 장수동 은행나무-인천대공원-수현 부락-만수산-산 밑말 공원-만부마을 순이었다. 코스에 은행나무가 있었던 만큼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가 보고 싶었고, 빨갛게 단풍이 물드는 가을에 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었다. 요즘 바람이 많이 차가워졌고, 곳곳에 단풍이 물든 곳이 많이 생겼었다. 지금 1코스를 걷기에 최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엄마에게 연락이 왔다.


“딸, 우리 남동 둘레길 1코스 걸을까?”

“엄마! 스탬프북 챙겼어?”

“그럼, 언제 어느 순간 걸을지 몰라 항상 가방에 챙겨 다녀”


엄마와 함께 인천 2호선 지하철을 타고 인천대공원역에 내렸었다. 인천대공원 역을 내려 인천대공원을 걸으니 단풍잎과 은행잎이 곳곳에 빨갛게, 노랗게 물들어 있었고, 어떤 나무는 세찬 바람에 미처 색깔이 물들기도 전에 잎이 떨어져 있기도 했었다. 또한 아직 잎의 색깔이 물들지 않고 아직 초록색인 나무도 더러 있었다. 인천대공원의 끝자락에 있는 장수동 은행나무를 보러 가기 위해 열심히 공원을 걷는데 인천대공원 특유의 단풍터널이 곳곳에 보였어서 사진을 찍으면서 예쁘다고 감탄하면서 걸었었다.

“엄마! 나는 장수동 은행나무 오늘 처음 봐”

“어머, 너는 인천대공원을 어렸을 때부터 많이 왔었으면서 여태 은행나무를 몰랐던 거야? “

엄마는 은행나무를 처음 본다는 내게 조금 놀라신 눈치였었다. 정말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숱하게 인천대공원을 소풍 다니고 놀러 다녔었지만, 장수동 은행나무의 존재를 알지 못했었다. 그래서 엄마가 더 내게 1코스를 같이 가자고 하셨던 건지도 모르겠다.

처음이라 설레는 마음으로 장수동 은행나무를 찾아갔는데 햇빛을 받은 곳만 조금 노랗게 물들었을 뿐 잎의 대부분이 아직 초록색이었다. 높이 28.2미터에 둘레 9.1미터이며 나이는 800살이라는 장수동 은행나무는 2021년 2월 8일 가치를 인정받아 국가지정 천연기념물로 등록도 되었다고 한다.  스탬프 북을 펼쳐 살포시 도장도 찍어주고 왔다.

나는 왜 이 800살이나 된 은행나무를 이제야 알게 됐을까 싶었다. 인천대공원은 자주 왔었는데 말이다. 아직 대부분이 초록잎인 은행나무를 보면서 엄마와 함께 은행잎이 노랗게 무르익을 때쯤 다시 걷자고 약속을 하고 돌아섰었다.

그리고 인천대공원의 수목원을 지나 수현 부락을 쭉 걸어 만수산 무장애 나눔길로 향했었다. 이미 만수산 정상에서 스탬프를 찍었던 우리 모녀. 엄마는 만수산을 꼭 올라야겠냐고 하셨었지만, 나의 고집에 결국 함께 오르셨었다. 기어코 정상까지 걸어갔다가 남동구 전경을 쭉 훑어보고 내려왔다.

끼니도 스킵하고 걸었던지라 출출했던 엄마는 빨리 내려가서 밥 먹으러 가자고 성화 셨었다. 우리의 늦은 점심은 동네 맛집에서 우리 모녀가 좋아하는 쫄면과 잔치국수 그리고 김밥이었다. 많이 걷고 운동을 했으니 많이 먹어도 되지 않겠냐고 합리화를 하면서 배를 채우고 왔었다. 음식을 보니 배가 고파 허겁지겁 먹었던 우리.

모처럼만에 엄마와 운동 데이트였다. 간헐적으로 빨갛게, 노랗게 물든 단풍나무와 은행나무도 보고 왔고, 나에겐 처음이었던 800살 은행나무도 봤고, 스탬프도 찍고 왔었다. 수현 부락을 지나 만수산 무장애 나눔길 정상까지 올라갔다오고, 맛있는 점심을 먹으며 마무리를 했었다. 우리가 걸었던 남동 둘레길 1코스인 함께 나눔길이 가장 어려운 고급 코스였다고 스탬프북에 쓰여있었다. 걸으면서 그렇게 힘들다고 느껴지지 않았었는데 다음날 엄마는 조금 무리였는지 허벅지가 아프다고 하셨었다. 아무래도 엄마는 평지 걷는 건 괜찮은데 산을 오르는 건 조금 힘들다고 하셨다. 남동 둘레길은 총 4코스가 있는데 다음 둘레길 코스도 엄마와 함께 걸을 수 있을지 염려가 됐었다.

“엄마!

그래서 다음 둘레길 함께 걸을 수 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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