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알못의 노르웨이 미술 여행기
평소에 나는 미술관, 박물관 등을 관람하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가서 관람하는 것까지는 좋은데, 그 이후에 돌아서면 머릿속이 하얘져 '내가 여태까지 뭘 봤던 거지?'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유여행을 가면 미술관이나 박물관은 웬만하면 피한다. 그런 내가 첫 노르웨이 여행을 갔을 때 뭉크박물관을 찾았었고, 두 번째 엄마와 노르웨이 여행을 갔을 때는 국립미술관을 찾았었다. 두 군데 모두 노르웨이의 최고 미술가 뭉크와 관련이 있는 곳이다.
뭉크박물관 탐방기
비록 그림 알못이지만 노르웨이의 유명한 화가이자 학창 시절 미술 교과서에서 봐서 친근했던 뭉크는 꼭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슬로에는 뭉크박물관 이외에도 국립미술관이 있다. 국립미술관에는 뭉크 외에도 다양한 화가들의 작품이 많이 전시되어 있고, 학창 시절 미술 교과서에 나오는 익숙한 작품인 그의 대표작 <절규>또한 전시되어 있다. 그렇기에 국립미술관을 사람들이 많이 찾지만, 이름 때문인지 이때 당시에 나는 왠지 뭉크박물관을 더 가고 싶었다. 노르웨이를 대표하는 화가인 뭉크에 대해서 더 깊이, 속속들이 알 수 있을 것 같은 기분 탓이었다.
불행이라고 해야 할지, 운이 좋았다고 해야 할지. 내가 처음 뭉크박물관을 찾았던 날은 박물관의 리뉴얼로 인해서 일부만 관람할 수 있었다. 그래서 관람료를 받지 않았었다. 무료로 관람할 수 있었던 건 분명 좋은 일이었으나 힘들게 찾아갔는데 몇 작품 보지 못하고 나와야 했던 것은 나로서는 기운이 빠지는 일이었다. 박물관 내에 있던 카페에서 뭉크의 <절규> 작품이 그려져 있는 초콜릿이 얹어진 치즈케이크와 카푸치노로 지친 기운을 충전했었다.
국립미술관 탐방기
그로부터 몇 년 뒤 나는 다시 노르웨이 오슬로를 찾았다. 엄마와 함께 하게 된 이번 여행에서는 국립미술관을 가는 일정이 있었다. 미술관에는 뭉크의 작품 외에도 많은 화가들의 작품이 있었고, 엄마와 1층부터 찬찬히 둘러봤던 나는 수많은 작품들에 점점 지쳐갔다. 그림을 보는데 집중할 수 없었다. 2층에도 수많은 화가들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었지만, 우리 모녀의 목적은 단 하나. 바로 뭉크의 유명한 작품인 <절규>를 보는 것이었다. 2층을 올라가서도 한참 동안 찾을 수 없었던 <절규>를 마침내 엄마의 부름에 찾을 수 있었다. 다른 작품들과는 달리 유독 <절규>는 유리막이 쳐져 있었고, 그 때문에 작품과 나와의 간극이 느껴졌다.
<절규> 그림 앞에서 엄마와 나는 서로 사진을 찍어주었다. 이 유명한 그림 앞에서 사진을 안 남기고 올 수 없었다. 그림을 보고 난 후 더 이상 '<절규> 그림을 못 볼지도 모르겠다.'라는 초조함이 사라졌다. 자체적으로 관람을 마친 우리는 미술관을 나가면서 입구 옆에 <절규>가 전시된 곳을 알려주는 안내 현수막을 봤다. 이 안내 현수막을 미리 봤다면 과연 다른 작품을 주의 깊게 봤을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봤다. 아마 아닐 것 같았다. 엄마에게도 여쭤보니 엄마도 내 생각과 같았다. 우리 모녀는 일찍 안내 현수막을 발견하지 못했던 것에 대해 오히려 다른 작품까지 볼 수 있었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미술관을 나섰다. 미술관 내 작품을 전부 다 보고 나오지 않았지만, 그래도 핵심 작품인 <절규>를 봤으니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덥고, 갈증이 났던 우리는 아직 나오지 않은 일행들을 기다리며 미술관 근처 카페에서 시원한 아이스커피를 마셨다.
원래 나는 여행을 할 때 미술관, 박물관 투어를 좋아하지 않지만 함께 움직여야 하는 패키지여행의 특성상 이번 여행에서 국립미술관을 가게 됐었고, 뭉크의 유명한 작품인 <절규>도 실제로 볼 수 있었다. 학창 시절 미술책에서나 봤었던 그림을 실제로 눈으로 보게 되어 좋았다. 엄마 또한 이번 여행을 통해 이 유명한 그림을 직접 눈으로 보게 되어 좋았다고 말씀하셨다.
“딸 덕분에 유명한 그림도 봤네. 고마워.”
엄마의 이 한마디에 괜스레 부끄러웠었다.
국립미술관이 임시 폐쇄되었다가 리뉴얼 공사를 마치고, 2021년에 다시 오픈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미술관 가는 걸 그다지 좋아하진 않지만, 재오픈한 오슬로 국립미술관은 어떻게 바뀌었을지 궁금하다. 나중에 다시 찾게 된다면 그때도 역시 엄마와 함께였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