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잠시 쉬었다 가도 돼

급할수록 천천히

by 방구석여행자

여행을 좋아하게 된 계기
어렸을 적, 여행하고 나들이 다니는 걸 좋아하시던 아빠 덕분에 온 가족이 봉고차에 코펠, 부루스타, 얇은 이불을 들고 국내 방방곡곡 여행을 다녔었다. 그때 당시에는 '좋은 호텔 놔두고 왜 이렇게 우리 아빠는 사서 고생을 하는가.'불평을 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다 추억이었다. 부모님과 그 시절 여행했던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있으니까 말이다. 이렇게 따지니 요즘 유행하고 있는 차박은 나에겐 요즘 말이 아니었다. 역마살이 있는 아빠 덕분에 나는 일찌감치 여행을 다니는 걸 좋아하게 되었으니 아빠에게 감사하다. 점점 나이가 들어가면서 국내여행뿐만 아니라 더 큰 세상의 무대를 경험하고 싶었다. 그렇게 해외여행을 시작한 건 대학교 들어가기 전, 고3 수능이 끝나고 나서였다. 그때 미국에 사는 이모에게 2주 동안 놀러 갔다 온 걸 시작으로 평균적으로 1년에 한 번씩은 해외여행을 다녔었다.

멈추어버린 여행 시계
결혼을 하고도 여행을 다닐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결혼과 동시에 임신, 출산, 육아 등으로 인해 좀처럼 좋아하는 해외여행을 하지 못했다. 출산 이후 육아가 조금 안정기를 보이며 '이제 슬슬 해외여행을 다시 시작해볼까?'하고 마음을 먹으니,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바이러스라는 전염병이 기승을 부렸다.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으로 인해 나의 여행 시계가 올 스톱되어버렸다.

목적지에 도착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누구나 여행에는 목적지가 있게 마련이다. 나 또한 그랬다. 목적지를 정해 두고 항상 여행 중에 목적지부터 가봐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다. 그렇다 보니 나의 이제까지 여행은 목적지에 대한 정보만 찾아서 미리 그곳에서 무얼 할지 계획을 세워 두고 목적지만을 찾아가느라 주변을 돌아볼 여유는 없었던 그런 여행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돌아보면 늘 아쉬움이 자리 잡았었다. 누군가가 여행에 대해 물어봤을 때 “여기 갔다 왔으면 거기도 갔다 왔겠네?”라고 연관된 곳을 이야기하면 나는 항상 물음표였었다.

조금 늦게 도착했던 목적지
이번 엄마와의 노르웨이 여행은 이런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내 여행에 큰 전환점이 되었다. 처음에 이 여행상품을 선택을 할 때 패키지 상품이라 패키지여행이 싫었던 내가 고민이 됐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나 엄마와 트레킹을 하고 싶었는데 첫 도전이라 자유여행은 엄두가 안 났던 나는 ‘소규모’라는 말에 ‘괜찮겠지’ 싶어 덜컥 신청을 했었다. 막상 여행을 해보니 패키지여행이었지만, 소규모라서 시간에 큰 구애를 받지 않았다. 그동안 경험했던 다른 패키지여행들과는 분명 달랐다. 목적지는 분명히 있었지만, 일정이 비교적 자유로웠다. 피곤하면 "다음날 둘러봐요"하고 숙소로 와서 쉬면서 자유시간을 가졌고, 비가 올 때는 "비 오니까 어차피 가도 소용없을 것 같네요"라고 말하며 일정을 취소하기도 했었다. 가장 좋았던 점은 목적지를 향해 차를 타고 가다가 예쁜 풍경을 마주하면 잠시 차를 멈추고 “쉬었다 갈까요?”라고 이야기하고 멈출 수 있었다는 점이었다. 멈추고 싶을 때 말만 하면 자유롭게 멈출 수 있었던 것이었다. 내가 멈춰 섰던 곳이 어느 한 길가라 정확히 어디였는지는 모른다. 그저 마음이 시키는 대로 멈춰서 머물렀던 것뿐. 목적지를 가기 전에 언제든지 멈추어 휴식을 취한 후 느긋하게 갈 수 있던 여유로움은 엄청난 힐링이었다. 덕분에 이번 여행을 통해 뜻하지 않았던 곳에서도 엄마와 추억을 많이 남길 수 있었다.

다음에 또다시 여행을 간다면 목적지를 빨리 가기 위해 애쓰고 싶지 않아 졌다. 이번 여행을 통해 경험했던 잠시 쉬었다 가고 싶을 때 쉴 수 있는 여유로움이 그동안 목적지를 찾아가는데 급급하여 다른 걸 놓치고 있었던 건 아니었는지 다시 한번 돌아보는 계기였다. 비단 여행뿐만이 아니다. 앞으로의 삶에서도 앞만 보고 나아가기보다는 주변을 돌아보며 급하지 않게 천천히 살아 볼 참이다. 급하게 하다가 일을 그르칠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급할수록 천천히”라는 말이 생각이 난다.

keyword
이전 05화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우리가 놓친 여행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