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었지만, 괜찮아. 삶의 교훈을 얻었거든.

첫 트레킹 도전, 쉐락볼튼

by 방구석여행자

트레킹 여행을 위한 준비

나보다는 확실히 체력이 약하신 엄마에게 트레킹 여행을 같이 가자고 제안을 했었지만 정말 트레킹을 함께 할 수 있을지를 알아보기 위해 블로그, SNS 후기들을 찾아봤었다. 노르웨이 3대 트레킹으로 익히 알려진 프레이케스톨렌, 쉐락볼튼, 트롤퉁가의 난이도에 대해서 각각 조사를 했었고, 엄마들이 조금 힘들 순 있지만 해볼 만할 것이라는 후기들을 읽으면서 평소에 걷는 걸 좋아하는 우리 모녀였기에 거뜬히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과 자신감이 생겼었다. 떠나기 전 체력을 기르기 위해 엄마와 운동도 열심히 했었고, 함께 트레킹을 위한 장비와 옷을 사면서 준비에 박차를 가했었다. 어느덧 우리는 그렇게 고대하던 첫 번째 트레킹 여행지인 쉐락볼튼 시작점에 와있었다.

쉐락볼튼 트레킹, 첫 번째 고비를 만나다
쉐락볼튼 주차장에 도착했을 때 처음에 깜짝 놀랐었다. 분명 쉐락볼튼 트레킹에 대해 검색을 했을 때는 난이도가 '중'이라고 했었는데 로프와 가파른 암벽을 오르고 있던 사람들이 눈에 보였다.


'이 난이도가 중이라고?'


그 모습을 본 순간 멘붕이 왔었다. 호기롭게 도전했던 나의 첫 트레킹이었는데 가파른 암벽과 로프를 보자마자 기가 꺾어지는 순간이었다. 옆에 있던 엄마를 쳐다보았는데 겁에 질렸던 나와 달리 엄마는 오히려 도전해보고 싶은 욕구가 샘솟아 있으셨다.


“딸, 우리 빨리 가보자”


순간 엄마의 한마디를 듣고, 엄마는 이렇게 첫 트레킹에 의욕적이신데 내가 기가 꺾어져선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까지 와서 안 하겠다고 할 수도 없었고,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첫 트레킹 도전을 이대로 포기할 순 없었다. ‘엄마도 옆에 있는데 무서울 게 뭐가 있나. 같이 헤쳐나가면 되지.’ 그랬다. 우린 함께였다. 뒤로 물러서기보다는 함께니까 그냥 못 먹어도 고 해보자 싶어 한 발짝 한 발짝 오르기 시작했다.

두 번째 고비, 혼자 남겨진 엄마
우리의 첫 고비였던 로프를 잡고, 가파른 암벽을 오르는 구간은 성공을 했다. 마치 정상을 다 올라온 마냥 쉬고 있었는데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가이드님의 말에 정신을 바짝 차리고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출발을 했다. 초반 암벽 등반을 끝내니 비교적 순탄했던 오르막 내리막 코스였다. 그렇게 별 탈 없이 가고 있었는데 엄마는 조금 힘에 부치셨는지 갑자기 멈추셨다. 나도 따라 멈췄다.


“딸, 엄마는 이제 더 이상 못 가겠어. 이제부터는 너 혼자 올라가야 할 것 같아”


엄마의 이 말을 듣고 고민을 했었다. 이왕 온 김에 목적지였던 계란 바위까지 올라가고 싶었던 마음과 엄마와 같이 온 여행에서 엄마를 혼자 두고 목적지에 가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나 싶었던 마음. 두 마음 사이에서 나는 저울질을 하고 있었다. 엄마가 같이 올라가길 원했지만 이미 힘든 엄마에게 이건 내 욕심이었다. 엄마는 오늘이 트레킹 시작인데 오늘 무리하면 앞으로 있을 다음 코스들을 트레킹 하는데 지장이 생길 것 같다며 오늘은 여기까지만 가고 싶다고 하셨었다.


엄마는 마치 저울질하고 있던 내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엄마는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 혼자라도 계란 바위까지 다녀와”라고 하셨다.


“우리는 떨어지면 전화도 안되는데 그러다가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어떡해”

“여기에 가만히 있을게. 그럼 내려오다 만나겠지.”


엄마가 무척 걱정이 됐었지만 엄마는 괜찮다며 오히려 걱정하는 나를 안심시켜주었다.

세 번, 네 번의 고비, 그리고 도착
엄마의 격려에 힘입어 나는 그렇게 엄마를 혼자 남겨두고 다시 계란 바위로 향했다. 발걸음을 재촉하며 걷다 보니 어느덧 목적지인 계란 바위를 목전에 두고 있었다. 그러나 계란 바위로 가기 전 많은 돌산들이 오르락내리락 있어 이 돌산들을 밟고 지나가야 했었다. 계란 바위로 가는 길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마치 많은 일에 있어 목표에 도달하는 길은 쉽지 않다 라는 걸 알려주는 것처럼. 그런 나에게 가이드님이 다가오셨고, 돌산을 쉽게 건널 수 있도록 잡아 주셨다. 그래서 덕분에 계란 바위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다. 우리는 도착 기념 인증숏을 찍기 위해 줄을 섰다. 그런데 이렇게 네 번째 고비를 만나게 될 줄이야. 사진을 찍기 위해 계란 바위에 오르려는데 도무지 발이 떨어지질 않았다. 계란 바위 앞에 서니 다리가 후들후들 떨렸다. 조금만 세게 바람이 불고, 발을 헛디디면 그대로 나락으로 떨어질 것 같았고, 이 여행을 끝으로 뉴스에 나오고 싶지 않았다. 그렇지만 여기까지 올라와서 포기할 순 없었다. 포기하고 싶은 순간마다 엄마가 생각이 났다. 함께 목적지에 오지 못한 엄마 몫까지 더 열심히 해야 할 것 같은 마음. 결국 나는 마음을 다 잡았고, 무사히 최고의 인증숏을 찍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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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킹 이후 나에게 남겨진 것

날씨도 화창했고, 바람 한 점 없이 모든 게 완벽했었다. 하산하는 길에 계란 바위를 오를 때 집중하느라 먹지 못했던 간식들을 먹었다. 그리고, 중턱에서 쉬고 계셨던 엄마를 무사히 만났다. 엄마는 다행히 혼자 잘 계셨었다. 엄마는 비록 트레킹을 중도에 포기하셨지만, 그 자리에서 멈추지 않으셨고, 조금 더 올라오셨다. 덕분에 하산하는 길에 엄마를 좀 더 빨리 만날 수 있었다.


“엄마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어쩌려고 그 자리에 가만히 있지, 왜 움직였어?”

“엄마도 가보고 싶더라고. 그래서 조금 쉬었다가 쉬엄쉬엄 가봤는데 도저히 안 되겠어서 여기 있었던 거야.”


하산하는 길에 엄마를 빨리 만나서 좋았지만 걱정되는 마음에 괜히 툴툴거렸다. 힘들다고 하셨음에도 불구하고 그 자리에서 멈추지 않고 최선을 다해 노력하시던 엄마의 모습은 내게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우리 모녀는 약 5시간 정도 걸렸던 첫 트레킹을 무사히 마쳤다. 처음으로 트레킹을 했어서 그랬는지, 몇 번의 고비를 만났던 것 때문이었는지 몰라도 쉐락볼튼 트레킹은 다른 트레킹 코스보다 유난히 고단했고, 힘들었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내게 목표를 향하는 길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 고생 끝에 낙이 온다라는 인생의 가르침을 주었던 곳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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