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장. 말 그대로 5일마다 장이 열려서 오일장이라고 하는 거였다. 마침 집에서 차로 20분 거리에 있는 김포오일장은 2일, 7일, 12일, 17일, 22일, 27일 이렇게 열린다고 한다.
동네 엄마들에 의하면 김포5일장에 먹거리가 그렇게 많다고 하던데. 먹을 거에 관심이 많고 먹는 걸 좋아하는 나로서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그러나 장 규모가 워낙 크고 사람도 많아 평일 주말 가리지 않고 주차난이 심하다는 말에 주차 쪼렙(?)인 나는 도무지 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평일이나 주말이나 둘 다 주차난이 심하다면 이왕이면 남편이 있는 주말에 가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호시탐탐 2일, 7일 중 주말이 언제일까 기다렸는데 때마침 달력을 확인해 보니 지난 2일이 주말이었다. 남편에게 2일 아침 일찍에는 오일장을 가자고 진작부터 말해두었다. 남편도 주차를 어지간히 걱정했다. 드디어 말로만 듣던 오일장을 나도 가보게 되는구나! 처음 가는 오일장이 설렜다.
2일 날 아침, 아침 일찍 서둘러 움직였는데도 이미 오일장 앞 거리에는 이중주차가 남발이었다. 오일장 안에 있는 주차장에 들어가려던 차들과 이중 주차된 거리로 인해 난리통이었다. 이미 먼저 오일장을 다녀온 사람들의 말을 빌려보면 오일장에도 주차장이 있긴 하지만 주차장에 주차하기란 힘들다며 길가에 보이는 곳 적당한 곳에 차를 주차하는 편이 차라리 낫다고 했었다. 우리도 어쩔 수 없이 적당한 곳에 차를 이중 주차하고 오일장이 열리는 곳까지 걸어갔다.
먹거리에만 관심 있어서 몰랐는데 이곳 김포 오일장의 역사는 1770년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꽤 길었다. 이렇게 역사가 깊은 시장을 이제야 알게 되었네. 깊은 역사만큼이나 시장 안에 사람도 붐볐다. 이런 곳을 나는 이제야 와보다니.
시장 들어가는 입구부터 도래창이라는 고기가 코끝을 자극했다. 냄새부터가 정말이지 맛있어 보였다. 알맞게 구워진 고기는 내 눈도 자극했다. 남편에게 먹어보고 싶다고, 먹자고 신호를 여러 번 보냈지만 남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아침부터 고기 먹긴 싫었던 걸까? 하는 수 없이 첫 번째 음식이었던 도래창은 패스. 그리고 두 번째로 만난 음식이었던 쑥떡과 하얀색경단.
“어? 떡이다. 이건 꼭 먹어줘야 해”
이미 오일장을 여러 번 다녀왔던 동네 언니가 강추했던 음식이었기에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남편도 떡은 먹고 싶다고 했었다. 나의 지갑이 열린 순간이었다. 당장 맛보고 싶을 정도로 떡의 맛이 궁금했지만 참았다. 그렇게 다시 길을 나서는데 갑자기 남편이 걸음을 멈췄다.
“난 떡보다 옆에 술빵이 먹고 싶다는 거였는데.”
내가 떡이 정말 먹어보고 싶어서 그랬는지 남편을 오해했었나 보다. 여기까지 데려왔던 남편의 지분도 있었으니 술빵도 같이 샀다. 포장이 비교적 뜯기 쉬었던 술빵은 바로 맛볼 수 있었다. 이런 게 바로 시장의 묘미였다. 길거리에서 음식 먹기. 여기저기 구경하며 지나가는 길에 찐 옥수수를 발견했다. 다른 일반 재래시장에 비해 저렴하게 팔고 있었다. 아들 녀석이 찐 옥수수를 좋아해서 살까 말까 여러 번 고민하다가 아들을 위해 옥수수밥을 해주고자 옥수수도 두 자루 사 왔다. 찐 옥수수를 그냥도 먹지만 열심히 뜯어서 밥에 넣어줘야지. 그렇게 지나가면서 과일, 채소, 생선등을 열심히 구경하며 지나쳐오던 나의 레이더망에 포착된 녹두전.
“녹두전이다. 저건 꼭 먹어야 해”
남편과 아들과 함께 녹두전집으로 향했다. 김치 송송 숙주와 함께 지글지글 구워지는 녹두전은 참 고소하고 맛있어 보였다. 이 광경을 보고 어찌 그냥 지나칠 수 있으랴. 포장보다는 따뜻할 때 바로 먹는 게 좋을 듯싶어 자리를 잡고 앉았다. 잔치국수도 먹고 싶다는 남편의 말에 녹두전 2장과 잔치국수 하나를 시켰다. 녹두전을 두 장 시킨 이유는 홀에서 먹을 땐 녹두전을 2장부터 주문할 수 있다고 해서였다. 이윽고 녹두전 한 장과 잔치국수가 나왔다.
녹두전은 역시 바삭하고 고소했다. 김치와 숙주가 아삭하게 씹혀 더 식감이 좋았다. 남편은 잔치국수를 맛보더니 녹두전보다 잔치국수가 더 맛있다고 하면서 잔치국수를 후루룩 먹었다. 잔치국수가 생각보다 맛있긴 했지만 그래도 내 입맛에는 녹두전을 이기진 못했다. 남편과 내가 녹두전을 먹을 동안 국수를 좋아하는 아들 녀석에게 국수를 주니 얌전하게 잘 먹고 있었다. 참 고마웠다. 덕분에 녹두전을 맛있게 먹을 수 있었으니까.
녹두전 한 장을 다 먹고 나머지 킵해두었던 녹두전 한 장을 포장을 해갈지 그냥 먹고 갈지 잠시 고민을 했었다. 집에 포장을 해가면 왠지 여기서 먹는 맛이 안 날 것 같았다. 그래서 그냥 다 먹고 가는 편이 낫겠다 싶어 나머지 한 장도 싹쓸이했다. 그렇게 배를 두둑하게 채우고 우린 다시 길을 나섰다. 시장은 규모가 큰 만큼 구경거리도 쏠쏠했다. 그리고 나를 유혹하는 먹거리들도 많이 있었다. 떡볶이, 튀김, 닭강정, 칼국수, 등갈비 등등. 그런데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는 말이 있듯이 나만 먹고 싶다고 다 먹을 수 있는 건 아니었다. 남편은 술빵, 녹두전, 잔치국수로 배가 불렀는지 더 이상 먹고 싶은 게 없다고 했다. 나는 아직 더 먹고 가고 싶은데.
우리가 열심히 녹두전을 먹을 동안 잔치국수를 조금만 먹었던 아들은 양이 많이 채워지지 않았을 거란 생각에 저 멀리 보였던 꽈배기를 기다렸다. 꽈배기도 특히나 좋아해서 일부러 갔던 거였는데 아들 녀석이 입맛이 바뀐 건지 꽈배기를 입에 대지도 않으려 했었다. 결국 꽈배기도 내 입속으로 직행. 지나가면서 줄이 길게 늘어선 칼국수집을 봤다. 나도 저 긴 줄에 함께 동참해서 맛보고 싶었지만 내겐 이 시장통을 벗어나고 싶어 하는 남자 둘이 있었다.
“우리 이제 집에 갈까?”
“그래”
결혼 전에 집 앞에 재래시장이 코앞에 있어서 재래시장은 많이 가봤었지만 오일장은 처음이었던 나는 신선했고 시장 안을 구경하고 먹거리로 배를 채우는 게 재밌었다.
’아, 오일장은 이런 분위기구나 ‘
사람 많은 게 붐비고 정신없었지만 한편으로는 사람 냄새나서 정겹고 좋았다. 먹고 싶었던 먹거리로 배를 다 채우고 오지 못했던 나는 아직 오일장에서 먹어봐야 할 게 많이 남아있다. 이번에 오일장 맛을 본 나는 다음 2일, 7일이 주말이 되기만을 기다린다. 그땐 또 아침 일찍 김포오일장으로 향하겠지? 마침 글을 쓴 오늘 장이 열리는 날이다. 한달음에 가고 싶지만 주차쪼렙(?)인 나는 하는 수 없이 다음을 기약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