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지난번 그림책모임에서 다른 분의 짤막한 소개로 처음 알게 된 책이었다. 그때 이야기를 듣고 생각이 나서 도서관에 간 김에 빌려본 그림책이었다.
작가인 거스고든은 오스트레일리아 사람이다. 이 그림책의 앞에 표지를 보면 오스트레일리아어린이도서협회에서 올해의 그림책 상을 받은 그림책이라고 하며, 오스트레일리아에서 권장도서로 선정된 그림책이라고 쓰여있다. 궁금했다. 과연 무슨 내용 일까? CD와 레코드 LP판을 연상케 하는 그림, 주인공으로 보이는 허먼과 로지가 각각 악기를 불고, 노래를 하는 모습을 보아 이 책은 음악과 관련된 그림책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보며 펼쳤다.
책을 펼치면, 예술의 도시인 미국 뉴욕의 지도가 간략하게 나온다. 익숙한 도시, 동네지명들이 보이고, 그림책 곳곳에 뉴욕의 명소들이 그림으로 나오니 그리운 뉴욕여행에 대한 추억들이 떠올라서 인상적이었다. 한편으로는 작가는 오스트레일리아 사람인데 왜 이 그림책의 배경은 뉴욕일까?라는 궁금증이 생겼다. 아마 뉴욕이 예술로 유명해서 그런 걸까? 아니면 시끄럽고 바쁜 도시의 상징인 뉴욕이기에 도시의 삭막함, 주변은 바쁘지만 나는 혼자라 외로운 이런 걸 더 부각하고 싶었던 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앞속지에서는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인 허먼과 로지의 사는 곳, 배경에 대해 설명해 주는 듯했고, 맨뒤의 속지에서는 허먼과 로지의 미래에 대해 나타내주는 듯했다.
이 책의 또 다른 재밌는 포인트는 콜라주다. 이 책의 작가는 콜라주 효과를 즐겨서 이 책 다음 작품인 <여기 보다 어딘가>에도 역시 콜라주 기법을 사용한 걸 먼저 읽었다. 그림책 곳곳에 사진과 신문지를 오린듯한 기법은 중간중간 사실적이고도 생생한 효과를 나타내주었다.
주인공인 허먼과 로지는 옆 아파트에 살고 있다. 허먼은 오보에를 즐겨 불었고, 로지는 재즈음악을 듣고 노래하는 걸 좋아했다. 이들은 바쁘게 움직이는 도시에 살았다. 허먼은 전화로 물건을 파는 일을 했고, 로지는 레스토랑에서 일을 하면서 노래수업을 다니고, 클럽에서 공연을 하기도 하는 삶을 보냈다. 그러던 어느 날 허먼은 길을 지나가다가 한 노랫소리를 들었고, 그 노랫소리가 계속 귓가에 맴돌았었다. 아마 로지의 노랫소리였으리라. 허먼은 자신의 집 옥상에서 오보에를 연주했고, 로지는 그 연주를 듣고 감탄했다. 로지도 그 연주가 적잖이 좋았는지 그 멜로디를 잊지 않기 위해 흥얼거리며 다녔었다. 이들은 며칠 동안 이렇게 서로를 생각했다. 그러다가 허먼은 회사에서 잘리게 되고, 로지는 재즈클럽이 폐업을 하게 되면서 둘 다 시련과 고난을 만나게 되고, 힘든 일을 겪게 된 둘은 오보에 연주에 대한 흥미도, 노래에 대한 흥미도 없게 된다. 이렇게 살 수 없겠다 싶었던 둘은 오보에연주, 노래 외에 평소에 자신들이 좋아하던 활동들을 생각하고 하기 시작했다. 다시 원래의 삶을 살기 위해 회복하고자 했던 결심 아닐까? 그러던 어느 날 아침, 자고 일어나서 무엇 때문이었는지 생각이 바뀌었던 둘. 밖으로 나가 뉴욕일대를 걷고 걷다가 둘은 드디어 허먼의 연주를 듣고 로지가 찾아가 만났고, 함께 연주를 하고 노래를 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게 됐다는 이야기였다.
<여기 보다 어딘가> 책을 먼저 봤던 나는 중간중간 나오는 오리들이 <여기 보다 어딘가>의 주인공인 오리와 닮아 ’그 오리가 그 오리인가?‘하며 반가웠다. 또한 이 책의 출판사인그림책공작소가 책 곳곳에 나와 홍보효과를 주는 듯해 웃음이 났었다.
이 책을 보면서 인생은 언제나 행복할 수만은 없다는 것. 때로는 슬픔과 고난이 뒤따를 수 있는데 그때 어떻게 이겨내는가? 내가 고난과 슬픔, 스트레스를 겪을 때 나를 일어서게 하고, 이를 극복하게 하는 즐거움은 무엇이 있을까? 하고 생각해 보니 내게 허먼의 오보에와 로지의 재즈음악 듣고 노래 부르는 건 운동과 그림책이다. 운동은 처음에 운동을 하자고 결심하기까지는 힘들지만 막상 하다 보면 땀이 나게 되는데 그 땀이 근심, 걱정을 사라지게 하고 개운하게 해주는 효과가 있다. 그림책도 읽다 보면 그 책 속에 숨은 의미를 파악하고, 마음이 치유되는 효과가 있어 요즘 스트레스를 받을 때 이 두 가지를 하면 행복해지곤 한다.
이 책을 통해 스트레스를 받거나 고난과 시련을 만났을 때 어떻게 극복하는지, 해소할 수 있는 장치가 뭐가 있는지 나 자신과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