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 게 좋아

by 방구석여행자

이 책은 걷는 걸 좋아하는 내가 몇 달 전부터 제목을 보자마자 마음에 들어 온라인서점 장바구니에 담아두었던 책이었다. 때마침 도서관에 이 책을 찾아보니 있길래 빌려보게 되었다.


책을 딱 펼치는 순간, 내가 생각했던 내용으로 흘러가지 않아 조금 당황스럽긴 했었다. 만약 내가 내용을 모르는 상황에서 구입한 책이었다면 처음 읽을 때는 ‘괜히 샀나?’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도 있었다.


이 책은 걸음마를 막 떼기 시작한 아이의 모습을 나타낸 그림책이었다. 엄마 손을 잡고 항상 걷던 아이가 오늘만큼은 엄마 손을 잡지 않고 혼자 걸어보겠다며 혼자서 두발을 떼고 걷는 이야기를 그렸다. 그 과정에서 혼자 걷는 내내 살금살금 고양이처럼 걷기도 하고, 깡충깡충 토끼처럼 걷기도 하고 훨훨 새처럼 걷기도 하고 사자처럼 성큼성큼 걷기도 하는 등 갖가지 동물을 비유하며 혼자 걸어 나가는 아이의 모습 뒤에 그에 맞는 동물이 함께 그려진 게 인상적이었다. 걸음을 막 시작하는 아이가 엄마 손을 놓고 걷는 모습에서 비로소 성장하는 모습이 꼭 우리 아이 첫걸음마가 생각이 났다.


우리 아이의 첫걸음은 늦었다. ‘좀 있으면 걷겠지’ 애써 태연하게 말하고 생각했었지만 돌이 지나도 스스로 걷지 못하는 아이의 모습에 걱정이 됐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던 아이가 시간이 좀 지나니 스스로 걸음을 떼기 시작했다. 스스로 걸음을 시작하고 걷다 보니 혼자 걷는 게 재밌고, 신기했는지 넘어지더라도 손을 놓고 혼자 걸어보겠다고 고집 피웠을 때가 있었다. 그렇게 걷다가 꽈당하며 넘어지고 부딪혀도 울지 않던 아이. 거리에 있는 비둘기를 쫓아가본다고 작은 발로 총총 거리며 뛰어다니던 아들내미였다. 위험한 순간만 아니라면, 손을 놓고 걸어보겠다고 할 때 너의 도전을 막지 않았지. 넘어지게 되더라도 너의 도전을 응원했었어. 그렇게 첫걸음이 늦은 아이를 보면서 그리고 현재 아들의 현저히 느린 발달속도를 보면서 조급한 적도 있었고, 지금도 완전히 조급함을 버렸다고 할 수도 없지만 아들을 키우면서 느낀 건 모든 일은 때가 되면 일어난다는 것이다. 비록 걸음이 늦었고, 뛰는 것이 한참 늦었지만 지금은 그때의 걱정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너무 잘해주듯 말도 언젠가는 때가 되면 해줄 거라 믿고 있다. 아직 그때가 안온 것일 뿐.


새로운 해가 되고, 이 책을 본 건 지난해에 있었던 일은 지난해로 묻어두고 다시 첫걸음을 떼 보자는 마음으로 올 한 해를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이 책을 펼쳤다. 너와 나, 우리 올 한 해는 꼭 손잡고 걸어가 지금 우리가 처한 어려움을 극복해 내자. 이후에 이 책의 아이처럼 꽉 잡았던 엄마손을 놓고 양팔을 벌려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혼자 걷는 걸 해냈을 때의 그 뿌듯함과 같은 성취감 이런 감정을 느끼길 바란다. 내 손을 놓고 앞으로 걸어가게 될 너의 앞날을 응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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