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모임 선정도서라 알게 된 책이었다. 처음에 딱 이 책을 봤을 때는 그림체가 내가 좋아하는 그림체가 아니라서 읽고 싶지 않았던 마음이 사실이었다. 그런데 어쩔 수 없이 그림책모임에서 이야기할 책이었기에 읽게 되었는데 어느새 두고두고 읽고 싶은 그림책이 되어버렸다. 같은 곰을 주제로 한다는 점에서 인지 먼저 읽었던 <곰이 강을 따라갔을 때> 그림책과도 결이 비슷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세상 끝에 있는 너에게. 제목만 들어봤을 땐 무겁고, 슬프고, 음침한 내용이 꼭 주를 이룰 것 같았다. 그러나 이 그림책은 겨울을 맞아 계속 곰과 같이 지내던 새가 따뜻한 곳으로 떠나버렸고, 그 새가 그리워 새를 찾아가는 곰이 새에게 보내는 편지형식의 그림책이었다. 곰은 원래 겨울에 겨울잠을 자야 하는 동물이다. 겨울잠을 자야 하는 곰이 새를 그리워한 나머지 겨울잠도 포기하고 다른 동물들의 응원을 받으며 새를 찾아 남쪽으로 길을 떠나게 된다.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포기하면서까지 새를 그리워하며 여정을 떠나는 곰을 보면서 ‘얼마나 새가 그리웠으면’, ‘저건 정말 찐사랑이다’ 하고 감탄하며 봤다. 어찌 보면 우리가 미련함을 이야기할 때 상징처럼 이야기하는 곰. 미련곰탱이란 말이 있듯이 자신의 생활방식을 포기하면서까지 새를 찾아 떠나는 걸 보면서 미련스러워 보이기도 했다. 새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항상 “나의 새에게”, “너의 곰이”라고 쓰는 대목에서 이 책에 나오는 곰이 세상 다정해 보이기도 했다.
어두컴컴한 숲을 지나는데 아무도 다니지 않는 숲이라고 곰이 이야기를 했다. 꼭 누군가 곰을 쳐다보는 것 같다는 장면에 희미하게 나무 뒤에 숨어있는 사람과 악어가 눈에 띄었다. 곰이 혼자 숲을 지나가면서 쓸쓸하고, 외롭고 한편으론 무섭고 하는 것들을 표현하고 싶었겠지? 숲을 지나 바다를 건너고 화산과 전쟁터, 사막을 지나면서 곰은 모진 풍파를 겪었다. 이렇게 힘들게 새가 떠났다는 남쪽에 도착을
했지만, 새를 만날 수 없었던 곰이었다. 새도 곰이 그리웠던 나머지 곰을 만나러 북쪽으로 갔었기 때문에. 둘은 엇갈렸던 것이었다. 곰은 자신이 구구절절 새를 찾아오면서 썼던 자신의 여정의 편지들이 새에게 전해지지 못했다는 걸 알았을 때 얼마나 허무하고 좌절했을지가 책을 뚫고 느껴졌다. 모진 풍파를 겪고 찾아왔는데 없는 그 허탈감이란.
이렇게 세상의 모진 풍파를 겪는 와중에 참 신기하게도 곰은 좋은 동물들을 많이 만났었다. 새를 찾아가기 전 오소리, 여우, 비버 친구들, 세이렌 인어, 부엉이, 까치밥나무즙을 준 고양이, 곰 그리고 그리웠던 새를 둥지를 만들어서 무사히 만나게 해 준 새의 친구새들까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주변에 도와준 좋은 동물들이 있었기에 마침내 새도 만날 수 있었던 것이었고, 그 어려움도 견딜 수 있었던 것이었다. 이 책을 통해 내 인생도 돌이켜보았다. 순탄하게 살았다고 생각했던 내 인생도 돌이켜보면 어렵고 버티기 힘든 순간들이 있었다. 삶을 도망치고 싶다고 느낄 때마다 주변에 좋은 지인들이 응원해 주고 격려해 주었기에 삶을 버틸 수 있었고, 지금도 버티고 있는 것 같다. 역시 세상은 혼자 살기 힘들다는 말이 있다. 더불어 살아야 한다고. 이전에는 세상은 혼자 사는 거라고 자신 있게 외치고 다녔었지만, 결혼을 하고, 한 아이의 엄마가 되고 난 후 여기저기서 도움과 응원, 격려를 많이 받아서인지 주변에 좋은 지인들이 있다는 게 참 감사하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또한 이 그림책은 위에서도 말했듯이 겨울잠을 자야 하는 곰이 잠을 포기하고 모진 풍파를 겪으며 새를 만나러 가는 모습에서 정말 새를 그리워하고, 새를 사랑하는 모습이 마치 육아를 하는 엄마들의 모성애와도 연결시킬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우여곡절 끝에 서로 만나 포옹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참 찡했다. 서로 그리워만 하던 둘이 결국 만나 비로소 세상 끝을 마주한 둘. 나의 세상 끝은 과연 뭘까? 어떻게 될까?
그림이 마음에 들지 않아 읽고 싶지 않았던 첫 느낌과 다르게 이 책은 읽으면 읽을수록 소장하고 싶고, 곁에 두고 싶은 책이었다. 읽을 때마다 느낌이 달라 계속 보고 싶은 그림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