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질문

by 방구석여행자

그림책필사모임을 하는 날이었다. 그림책필사모임은 책방에서 원하는 그림책을 집어서 그 자리에서 읽어본 후 감명 깊은 내용을 도화지에 그려 넣고, 글을 적는 시간이었다. 이 시간이 좋은 이유는 내가 집에 있는 그림책을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갑작스럽게 끌리는 그림책을 그 자리에서 바로 읽어본 후 서툰 그림실력으로 인상 깊은 장면을 도화지에 그려 넣고, 색칠을 하고, 인상적이었던 문장을 적어내는 것. 정해지지 않고, 갑작스럽다는 점에서 서프라이즈를 유독 좋아하는 내게 참 딱인 그런 모임이었다. 항상 집에서 책방으로 출발하기 전 ’ 오늘은 이 책을 읽고 그려야지 ‘라고 생각하는데 막상 책방에 도착하면 다른 책을 보고 있는 나다. 그래서 이번에 선택했던 그림책은 <행복한 질문>이라는 그림책이었다.

행복한 질문. 아내와 남편의 일상에서 있을법한 그럴듯한 대화. 아내는 남편에게 먼저 계속 질문을 한다. 마치 사소한 질문을 하면서 남편의 사랑을 확인하는 듯하다. 그런데 남편은 하나도 모난 대답을 하지 않고, 참 신기하게도 아내가 듣고 싶어 할 법한 대답을 해준다. 내가 아내였다면 듣기 좋았을 대답들. 그리고 이 그림책을 보면서 우리 부부생활에 이입했다. 각 질문을 우리 남편에 한다면 우리 남편은 어떻게 대답을 했을까?


모든 질문과 대답, 일상적인 소소한 대화체가 좋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나의 이목을 끌었던 아내의 질문은 아이를 낳기 전 여행하기를 좋아했던 나였기에 여행에 대한 질문에 가장 눈길이 갔다.


남편과 결혼을 약속할 때도 최소 1년에 한 번은 해외여행을 가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었다. 결혼을 약속하기 전 연애할 때의 우리의 모습이 생각이 났다. 그때 우리는 데이트를 하고 있었는데, 마주 보고 앉아 “내가 혼자 한 달 동안 북유럽을 여행하고 올게”라고 했었다. 그때 남편은 눈이 동그래지면서 걱정이 되는데 꼭 가야겠냐고 물었었다. 나는 꼭 가야겠다고 하며 고개를 끄덕이고 여행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었다. 내 강한 의지를 꺾을 수 없겠다고 예감했던 남편은 가기 전날까지만 해도 걱정 한가득이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때 생각이 나면서 언젠가는 혼자서 세계일주도 하고 싶었던 나였기에 책 속의 “내가 갑자기 혼자 세계일주 하고 올게”라고 말하면 어떻게 할 거야?라는 질문의 남편 대답이 궁금했다.

아내만 질문하다가 남편의 질문이 나온다. 아내의 답변 또한 세상 달달했다. 아내의 듣기 좋은 말에 정말 사랑받는 데는 하기 나름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우리 남편 또한 이 책처럼 내게 사소한 질문을 많이 한다. 이 책의 아내나 남편처럼 ”만약에 ~라면 어떨 것 같아? “라는 류의 질문을 하는데 그때마다 나는 이렇게 달달한 답변을 못했던 것 같다. ”만약이 어딨어 “라고 찬물을 끼얹었던 나의 남편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반성해 보았다. 오늘 아침에 일어났을 때 남편이 내게 사랑한다고 말해주었다. 그런데 나는 그의 말을 듣고 기분이 좋았는데 남편이 나의 대답을 기다릴 때 그에 걸맞은 답변을 끝끝내 해주지 못했다. 변명 아닌 변명을 해보자면 표현하기 쑥스러웠다. 분명 나중에 지나고 나면 후회할지도 모를 텐데. 이 책에 나오는 남편과 아내가 부러웠다. 서로 마주 앉아 사랑스럽게 바라보면서 나누는 소소한 대화들. 남편에게 바라기 전에 투덜대지만 말고 나부터 먼저 실천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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