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전지엄마

by 방구석여행자

이번 그림책모임에서 이야기하게 될 그림책 <건전지엄마>이 책이 나왔을 당시 워낙 유명해서 이 책을 알고는 있었지만 읽어보진 않았었다. 그리고 오늘 읽으면서 새롭게 안 사실이었는데 <건전지아빠>가 시리즈로 있다는 건 알았지만 <건전지아빠>가 더 먼저 나왔었다는 건 처음 알았던 사실이었다. 특히 <건전지아빠>는 2022년 대한민국 콘텐츠 대상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과 샌프란시스코 국제영화제 가족영화 부문 골든게이트상 까지 받은 그림책이었다고 하니 대단했다. 애니메이션이 따로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이 책의 그림 때문인지는 몰라도 보면서 실례지만 백희나작가의 그림책들이 생각나기도 했다.


표지를 보면 건전지가 야광 연두색 조끼를 입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평소에 우리를 안전하게 지켜주는 안전요원들이 야광 연두색 조끼를 입고 계시는 모습에 빗대어 ’ 건전지가 이를 입고 있는 모습에서 누군가를 지켜주는 이야기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면서 여기 나오는 건전지의 활약이 기대가 됐다.


어린이집에 출근한 엄마 선생님과 함께 움직인 건전지. 엄마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비눗방울을 불어주기도 하고,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주기도 하고 요리를 해주기도 하고 아이들이 잠들었을 때 체온계로 체온을 재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건전지 또한 엄마 가방 속에서 같이 출근하면서 이와 같은 기기들을 움직이느라 바쁘게 움직였다. 그렇게 할 일을 다 하고 잠시 쉬고 있던 건전지. 갑자기 어린이집에 불이 나기 시작한다. 화재경보기를 울리기 위해 미친 듯이 뛰던 건전지. 겨우 화재경보기 안으로 들어가 모든 사람들이 들을 수 있도록 화재경보기를 울렸고, 어린이집에서 아이들도 엄마 선생님도 무사할 수 있었다. 건전지 덕분에. 그렇게 다사다난했던 하루가 끝나고 엄마선생님 가방 속에 쏙 들어가 같이 집에 들어온 건전지. 집에 들어오자 건전지도 아이들을 찾는다. 아이들은 여기저기 숨어있었다. 건전지는 잠시 이불에 들어가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다. 건전지 아이들이 숨어있던 엄마 곁으로 다가와 엄마 건전지에게 안겼다. 힘들었던 하루를 아이들의 따뜻한 포옹으로 극복한 건전지. 역시 엄마들은 아이들의 포옹이 약이었다.


“우리 엄마는 못하는 게 없어. 우리가 심심할 때나 아플 때 언제나 가장 먼저 달려와” 엄마란 존재는 그런 것 같다. 내가 어렸을 때도 나는 아프거나 무서운 게 있거나 심심할 때 항상 엄마를 가장 먼저 떠올렸고, 아빠보다 엄마를 먼저 찾았었다. 그리고 내가 엄마가 된 지금, 아이는 심심할 때 뭔가 필요할 때 나에게 가장 먼저 달려와 나를 부르고 아이가 아플 때 나는 가장 먼저 알아차린다. 아이의 이상한 기운을 엄마인 내가 가장 빨리 감지하는 것 같다. 나는 원래 참 다양한 이유로 못하는 게 많았다. 못하는 것보다도 하기 귀찮고, 하기 싫었다는 표현이 맞겠다. 그런데 엄마가 된 지금 하기 싫어했던 일들을 아이를 위해서라면 내가 스스로 먼저 하게 되었다. 오직 내 아이에게 뭐 하나라도 더 해주고 싶어서 서툰 솜씨로 자꾸 하다 보니 나 스스로도 아이로 인해서 더 성장하게 되었다는 걸 느낀다. 이렇게 아이를 사랑하고 아이를 위해 살고 있는 나지만 나 또한 아이를 키우다 보면 이불속에 웅크리고 혼자 숨어 있고 싶을 때도 있다. 그래서 때로는 혼자서 몸을 웅크리고 이불속에 혼자 숨어있지만, 아이는 곧바로 알아차리고 다가온다. 바로 이 책의 건전지 아이들처럼. 그리고 나를 있는 힘껏 껴안아준다. 서로 껴안는 우리. ”너를 제일 사랑해, 언제나 사랑해 “라고 귀에 소곤소곤 이야기해 준다. 요즘 육아에 전념하면서 내 몸 안에 배터리를 닳게 하는 것이 아이일 때가 있지만 아이가 다가와서 날 껴안는 순간 내 몸 안에 배터리를 완전히 충전해 주는 것도 결국 아이의 포옹과 사랑이었다. 나 또한 건전지 엄마처럼 충전완료다.


아이를 육아하면서 힘에 부치면 자칫 잊을 수 있는 아이에 대한 사랑을 다시 상기할 수 있는 그림책이다. 결국 엄마는 아이로 인해 살고 아이로 인해 힘을 얻는 존재였다. 나는 아이 덕분에 새롭게 도전하는 것도 많이 생겼고 아이 덕분에 몰랐던 것도 새롭게 알게 되기도 했고 아이 덕분에 용기도 얻게 되었다. 연두색 야광조끼를 입고 자신의 배터리가 닳도록 열심히 일하고 사람들을 지키는 건전지의 모습에서 매일매일 아이를 위해 살신성인하는 나와 다른 엄마들의 모습을 본 그림책이었다. 조만간 건전지아빠도 빌려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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