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두사엄마

by 방구석여행자

이전에 그림책심리지도사 2급 과정을 공부할 때 처음 알게 되었던 그림책이었다. 그때는 그림책을 처음 접하고, 그림책을 사 모으는 게 취미였던지라 그림책쇼핑을 많이 했었다. 그래서 그림책을 빌려본다기보다 무조건 사서 봤었다. 이 책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리고 이번에 진행될 그림책 모임에서 이 책으로 함께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다. 그림책심리지도사 2급 과정을 공부할 때 보고 오랜만에 꺼내보는 메두사엄마 그림책이었다.


이 책의 앞면지와 뒷면지를 보면 해파리가 그려져 있다. 처음에는 메두사를 그리스로마신화에 나오는 메두사만 생각했었다. 그래서 책 제목이 메두사 엄마인데 왜 해파리가 그려져 있나 의아했었다. 알고 보니 메두사가 프랑스어로 해파리라는 뜻이 있다고 책에 쓰여있었다. 이렇게 또 하나 배웠다.


얼굴이 보이지 않는 길게 늘어뜨린 머리칼을 가지고 있는 한 여자가 있었다. 산파 두 명이 그 여자를 찾아갔고, 산파들의 도움으로 그 여자는 딸아이를 낳았다. 그 아이의 이름은 이리제였다. 긴 머리칼을 가진 엄마는 딸을 몹시 사랑했다. 다른 사람이 딸을 만지지도 못하게 했다. 아이를 받아줬던 산파였을지라도. 딸을 너무 사랑해서 긴 머리칼로 항상 지켜주고 싶었다. 그런 딸이 이제 조금 커서 엄마를 벗어나 또래 친구들과 놀고 싶어 했다. 그러나 엄마는 딸이 밖에 나가는 것이 걱정됐었다. 이러한 부분도 딸의 발달 수순인 건데 엄마가 너무 가로막는 건 아닐까 싶었다. 그러나 이렇게 책 속의 이리제를 걱정하는 나도 생각해 보면 이 메두사엄마와 다를 게 없었다. 아들이 무언가를 만져보고 새로운 경험을 하게 했어야 했는데 위험하다고 싫어한다고 스트레스를 받게 하고 싶지 않았다. 손이 더러워진다고 못 만지게 했었다. 내가 다 해줬었다. 그래서 아들은 다양한 경험을 하지 못했었다. 어느 날 엄마는 이리제가 바깥에서 놀고 있는 친구들의 모습을 자꾸 쳐다보는 걸 느꼈다. 이리제의 그런 모습을 외면했던 엄마. 그러나 딸의 친구들과 간절히 놀고 싶어 하는 모습을 봤고 학교에 가고 싶어 했던 딸아이에게 위험한 곳이라고 하며 학교를 보내지 않았었는데 학교를 보내게 되었다. 학교에 이리제를 데려다 주기 위해 함께 가려했던 엄마를 향해 딸인 이리제는 혼자 가겠다고 한다. 엄마의 긴 머리칼의 모습이 다른 사람들에게 무서움을 준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이 장면을 보면서 요즘 아이들이 엄마에게 학교에 올 때 꼭 화장하고 오라는 말을 한다는 웃픈 이야기가 생각나기도 했다. 이리제는 친구들과 잘 지내며 학교생활에 잘 적응했다. 엄마가 괜한 걱정이었다. 항상 엄마들의 걱정이 지나치다. 이런 말 하는 나 또한 아이가 처음 유치원에 입학할 때 많은 걱정을 했었다. 떨리고 만감이 교차했었다. 이런 학부모들에게 유치원 선생님들은 말한다. “너무 걱정 마세요. 아이들은 부모님이 생각하시는 거에 비해 빠르게 기관에 적응한답니다.” 정말 선생님의 말처럼 아이는 내가 생각했던 것에 비해 빠른 시간에 유치원 생활에 익숙해졌다. 놀라웠다. 그래도 아마 초등학교 갈 때쯤엔 초등학교는 또 다르니까 하면서 걱정하겠지?! 학교가 끝나고 다른 친구들은 엄마, 아빠가 데리러 왔었다. 이리제는 혼자 가려고 하는데 그때 멀리서 이리제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바로 긴 머리를 자르고 온 엄마였다.


처음에 이 책을 봤을 때는 메두사 엄마의 아이에 대한 집착 수준의 엄청난 사랑만 보였었다. 아이가 또래들과 함께 지내며 발달, 성장을 해야 하는데 그걸 막는 모습이 어찌 보면 안타깝기도 했고, 아이를 너무 사랑해서 아이의 모든 걸 해주는 듯한 모습에서는 마치 거울을 보는 듯 내 모습이 보이기도 했었다. 우리 아이의 발달이 느린 것도 이러한 내 모습이 어느 정도 작용한 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으니까.


그런데 이번 독서모임을 계기로 이 책을 다시 꺼내 들었을 때 나는 메두사엄마의 긴 머리카락에 초점을 맞추게 되었다. 어쩌면 메두사엄마는 긴 머리카락으로 자신의 모습을 숨기고 싶었던걸 지도 모르겠다. 긴 머리카락으로 형체를 못 알아볼 정도로 숨겼던걸 미루어보아 자신의 모습이 자신이 없었을 수도,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을 드러내고 싶지 않았을 수도 있다. 아마 자존감이 낮았던 사람으로 보인다. 그런 메두사엄마가 딸의 말 한마디에 긴 머리카락을 자르고 세상밖으로 나오게 되었다.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 보이면서 세상을 향해 한 발짝 내디딘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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