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무씨의 달그네

by 방구석여행자

이 그림책은 믿고 보는 고정순 작가의 그림책이다. 이분의 그림책을 몇 권 보진 않았지만 여태까지 내가 봤던 이분의 그림책 몇 권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면 이분의 그림책은 그림에 깊이가 있었고, 결코 이야기가 가볍지 않았다. 이번에 온라인그림책모임에서 이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자고 한 후 이 책을 처음 봤을 때 역시나 표지에서부터 주는 무게가 있었다.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 기대되는 마음으로 페이지를 펼쳤다.


무무씨가 친구 마니에게 보내는 편지형식의 그림책이었다. 이 그림책을 보면서 친구 마니에 대해 궁금했는데, 마니에 대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보면서 마니가 미스터리였다. 도대체 마니가 누굴까? 이런 의문을 품고 온라인그림책모임에 참여해서 똑같이 이 질문을 던졌다.


“도대체 마니가 누굴까요?”


어떤 분이 말씀해 주셨다. “확실하진 않지만 추측건대 무무씨가 없을 무에, 무소유 무. 없고 없으니까 마니는 많이의 의미가 아닐까요?” 듣고 보니 무릎이 탁 쳐지는 이야기였다. 정확한 작가의 의도는 아니라 확인할 순 없지만, 역시 그림책은 함께 봐야 제맛이다. 이렇게라도 어느 정도 납득이 갔으니까.


구둣방을 하는 주인공 무무씨는 다른 손님들이 저마다의 사연으로 다 달에 가고 싶어 하고, 달나라로 여행을 가고자 할 때 혼자 남겠다고 했다. 어떤 손님은 엄청나게 큰 가방을 짊어지고 가기도 했고, 어떤 손님은 화분을 맡기고 가기도 했다. 그러면서 손님들은 무무씨에게 하나같이 궁금해했다.


“당신은 달에 가고 싶지 않나요?”, “왜 달에 가고 싶지 않나요?”


무무씨는 그때마다 이야기를 했다. “달그림자가 내려앉는 고요한 강을 좋아한다”라고, “달에 가면 달을 볼 수 없기 때문에”라고.


이 <무무씨의 달그네> 그림책을 보면서 떠오른 그림책이 있다. 다들 달나라에 가고 싶어 하고 달나라를 가려할 때 가지 않는 무무씨처럼 거스고든의 <여기보다 어딘가>라는 그림책의 주인공 조지 또한 다들 여행하고 싶어 할 때 여행을 가지 않고 빵을 굽고, 파이를 만든다. 그러나 무무씨와 조지가 달랐던 점은 무무씨는 현실을 만족했던 것이었고 조지는 너무 떠나고 싶었지만, 겁이 나서 갈 수 없던 것이었다. 그래서인지 결국 조지는 나중에 파스칼이란 친구와 여행을 떠나게 되었지만, 처음에는 가지 않으려 했다는 점에서 결이 비슷하다 생각해 이 그림책을 떠올리게 됐었다.

“행복을 찾아 달로 떠난 손님들이 과연 달에 가서 행복했을까?”라는 질문으로 이 그림책은 끝난다. 이 질문에서 짙은 여운이 남았다. 분명 행복했을 수도 있겠고, 예전의 나였다면 행복을 확신했었다. 나도 한 때 현실에서 도망치고 싶을 때 잠시 쉬고 싶고, 행복을 찾고 싶을 때 비행기를 타고 훌쩍 해외여행을 가곤 했었으니까. 여행을 떠나 다른 나라, 다른 세계에 가면 현실과 달리 행복할 수 있을 줄 알았었던 때였다. 그렇게 해서 떠났던 해외여행들. 물론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음식을 먹고, 일상에서 보지 못했던 새로운 풍경들을 보니 설레고 즐겁고 행복하긴 했었다. 그러나 점점 여행을 하면서 어느 순간 ’ 사람 사는 거 다 똑같구나 ‘를 느끼게 되었다. 꼭 여행을 떠나지 않더라도, 어디에 있든 본인이 행복하다고 느끼면 어디에서든지 행복할 수 있었다. 중요한 건 내가 어떻게 마음먹기에 따라 달린 마음가짐이었다.


주인공 무무씨가 달에 가지 않는 대신 고요한 강에 비친 달그림자를 보는 걸 좋아하는 것처럼, 그네를 만들어 그네를 타면서 달의 움직임을 보는 걸 좋아하는 것처럼 나 또한 달그림자이자 달그네를 찾았다. 그건 바로 그림책을 보고, 그림을 그리는 일. 아직 못 가본 곳이 너무 많아 궁금해서 완전히 여행에 대한 갈망을 지웠다고 할 순 없지만 적어도 현실적인 이유로 못 가고 있는 지금 좌절하거나 우울하진 않게 되었다. 그림책을 보고 그림을 그리며 여행을 떠나는 만큼 가치 있는 행복을 누리고 있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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