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쉬르, 몽블랑에 오르다

by 방구석여행자

오늘 그림책모임인 책동색동에 가는 날이었다. 오늘이 유독 특별했던 이유는 내가 좋았던 그림책을 추천하는 날이었는데 오늘 나는 <소쉬르, 몽블랑에 오르다>를 소개했다.


모임회원들이 하나같이 이런 말을 했다. “이 책은 내가 추천하지 않았으면 보지 않았을 그림책이라고.” ”나였기에 이 그림책을 선정했고, 내 관심사를 그림책 하나만으로도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 이러한 반응들은 당연했다. 주변 지인들 중에 “등산을 좋아하세요?”라고 물어보면 열에 아홉은 산보다 바다가 더 좋다는 답변들이 많으니까.


<소쉬르, 몽블랑에 오르다> 책을 소개하면서 소쉬르와 몽블랑에 대해 조사해 가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검색하고 찾아봤다. 소쉬르는 귀족 출신인데 등산과 빙하에 관심이 많았던 등산학자였다. 귀족 출신이라면 더 좋은 걸 할 수 있었을 텐데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사람이 무언가에 한번 빠지면 걷잡을 수 없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아는 나였기에 그리고 내가 관심 있는 등산분야였기에 등산을 좋아하는 소쉬르가 더욱더 이해가 잘됐다. 몽블랑은 프랑스어로 흰 산이란 뜻이다. 빙하에 만년설로 뒤덮인 산인데, 소쉬르는 알프스의 꼭대기인 몽블랑을 보고 그만 사랑에 빠졌다. 몽블랑을 오르려고 여러 번 도전했지만, 실패했던 소쉬르. 몽블랑을 너무 오르고 싶었던 나머지 소쉬르는 본인 대신 오르는 사람에게 상금을 지급하겠다고 했다. 결국 자크 발마와 미셸 파카르에게 최초 타이틀을 뺏기고 말았다. 소쉬르는 몽블랑을 포기하지 않았다. 간절하면 이루어진다 했던가. 그렇게 계속 몽블랑을 도전했던 소쉬르는 이듬해 몽블랑에 오르기 위해 다시 원정대를 이끌고 결국 몽블랑 정복에 성공하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그림책이 바로 이 <소쉬르, 몽블랑에 오르다>였다.


이 책의 그림체는 간략하게 그린 것 같지만 몽블랑에 대한 광활한 자연경관을 그린 장면들이 멋있었고 원정대 각각 사람들의 몽블랑을 오를 때의 모습 하나하나를 캐치해 내는 재미도 있었다.


무엇보다도 내가 이 그림책이 좋은 이유는 비록 몽블랑은 아니지만 나의 인생여행지인 노르웨이 3대 트레킹 코스 중에서도 왕복 28,000미터의 트롤퉁가를 오르고 내릴 때 상황이 생각나서 나도 모르게 이 책에 몰입해서 봤다. 트롤퉁가를 오를 때도 새벽 5시에 일어나 동이 틀 때쯤 오르기 시작했었다. 소쉬르 원정대처럼 현지 가이드와 동행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몇 명의 낙오자를 제외하고 함께 고개를 넘고, 나무와 호수를 지나 각자가 가져온 간식을 나눠먹으며 마지막으로 쉬기도 했었다. 우리에게 시간은 많이 없는데 갈길은 멀었으니까. 그렇게 처음 만났지만 서로를 의지하며 끝내 정상인 트롤의 혀라고 부르는 트롤퉁가에 올랐던 우리들. 새벽부터 일어나 목표했던 트롤퉁가를 오른 순간, 마침내 진짜 다 올라온 거구나! 하고 광활한 자연을 맞닥뜨렸을 때 너무 경이로워 나 또한 넋을 잃고 말았었다. 정말 자연 앞에서 인간은 너무 작구나!라는 생각도 들었었다. 그렇지만 올라왔으면, 내려가야 했다. 내려가는 길 또한 올라온 만큼 이동해야 했다. 이 책처럼 내려올 땐 썰매 타듯, 미끄럼틀 타듯 굴러 내려올 수 있었다면 얼마나 재밌었을까? 올라올 땐 목표를 향해 걷느라 힘든 줄 몰랐던 우리는 거의 하산에 다다르자 긴장이 풀렸는지 굉장히 편안한 아스팔트 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산의 흙길을 밟는 것보다 발바닥이 타 들어갈 것 같았고 고통스러웠던 기억이 있다. 이러한 기억들이 있기에 이 그림책이 나에겐 더 와닿았던 것 같다.

그동안은 내 경험에 빗대서만 이 책에 접근했었다면 이번에 이 그림책을 보면서 지금 흘러가는 인생도 생각해 보게 됐다. 살면서 무슨 일이 생길지, 어디로 흘러갈지 모르는 삶을 살아가는 우리. 우리 삶이 항상 맑을 수만은 없고, 가끔 하얀 구름 속에서 안개를 만나 갈피를 잡지 못할 때도 있겠지만 다시 맑은 날은 올 거고 앞으로 수많은 날들을 살아가면서 이런 일들이 계속 반복될 거라는 것, 그리고 고비를 만나더라도 그 고비를 언젠가는 극복하지만 우리가 가야 할 길은 아직 많이 남아있고, 또 다른 고비가 찾아올 수 있다는 것, 고비를 만나고 극복하고의 일련의 과정들이 계속 반복되는 게 인생이라는 생각이 이 그림책을 또다시 펼치면서 들었다. 추억이 회상되는 점도 좋았고, 앞으로 살아가고 있는 인생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 있던, 살면서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계속 펼쳐보고 싶은 인생그림책이다.

처음에는 이 책 말고 이 책을 보면서 새롭게 알게 된 그림책인 에베레스트 등정기인 <에베레스트에 오르다> 그림책을 같이 소개했는데 <소쉬르, 몽블랑에 오르다> 책보다 이 책에 더 눈길이 가는 모임회원들을 보면서 당황스럽기도 했었다. 그러나 <소쉬르, 몽블랑에 오르다> 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나중에는 이 책의 매력에 빠진 모임회원분들을 보고 뿌듯함이 느껴졌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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