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괴짜친구에게

by 방구석여행자

이 책이 세상에 나온 건 작년 12월이었다. 그때 책이 나오자마자 서울 조그마한 책방에서 북토크가 열린다는 소식이 들렸고 나는 덜컥 신청하게 되었다. 처음으로 북토크에 당첨됐다. 이런 거에 당첨된 적 없던지라 굉장히 설렜다. 그 이후로도 원화 전시회가 있다는 소식에 비를 뚫고 파주까지 달려갔던 적도 있었다. 이렇게 이 그림책과 특별한 추억이 있기에 더 애착이 가는 그림책이다. 그 후로도 이 책을 여러 번 꺼내보게 되었고,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듯이 알면 알수록, 보면 볼수록 더 깊이 빠져들게 되었다. 이 책의 주인공 글렌굴드에게.


이 책의 주인공 글렌굴드는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다. 그의 아버지는 음악교사, 그리고 글렌굴드는 어머니에게 피아노를 배웠다고 하는 거 보면 그는 자연스레 피아노를 접하고 피아노를 좋아할 수밖에 없었던 가정환경이었던 것 같다. 동물도 좋아했던 그는 항상 피아노를 칠 때마다 개를 옆에 두고 피아노를 쳤었다. 친구들과 노는 것보다 피아노를 치는 걸 더 좋아했다던 글렌굴드. 이 대목에서 친구들과 노는 것보다 혼자 노는 걸 더 좋아하는 남들과는 반대로 길을 거닐고, 조금 다르게 자라고 있는 우리 아들이 생각이 났다.


가족들은 피아노를 너무 사랑했던 그런 글렌굴드를 걱정했었다. 글자보다 악보를 먼저 읽었다던 글렌굴드는 훗날 피아노 곁을 떠나지 않는 피아니스트가 되었다. 젊었을 적 미소년이었던 글렌굴드는 사람들의 환호소리가 본인의 연주 때문이 아닌 외모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외모보다는 실력으로 인정받고 싶어 했다. 그래서 더욱더 연주하는데 몰두했고, 연주하기 전 따뜻한 물에 손을 담가놓기도 하고 여름에도 외투를 입고 다니는 등 몸관리를 철저히 했었다고 한다.


한평생 피아노와 음악에 미쳐있었던 글렌굴드. 이 책을 보면서 내 일생도 돌아보았다. 나는 과연 여태까지 살면서 무언가에 미쳐본 적이 있던가. 바로 지금인 것 같다. 어렸을 적 나는 꿈이 항상 바뀌었다. 처음에 엄마 따라 동네 약국을 갔을 때 흰가운을 입은 약사분이 너무 멋져 보여서 약사가 되고 싶기도 했었고, 영어를 배우다 보니 영어가 멋있고 재밌어서 영어선생님과 영어통역관, 외교관 이런 직업이 되고 싶기도 했었다. 회사에 다니며 일을 열심히 하는 이모가 멋있어 보여 커리어우먼이 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고, 여행과 글 쓰는 게 좋아서 여행작가가 되고 싶기도 했었다. 지금은 아이 덕분에 그림책에 빠져들어 그림책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고 지금 현재 내가 몰두하고 있는 건 그림책이다. 아이와 함께 읽기도 하고, 나 혼자 읽기도 하니까. 그래도 글렌굴드처럼 치열하게 살진 못하는 것 같다. 다른 사람의 시선은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의 분야에서 열심히 몰두하는 글렌굴드의 삶이 멋있고 본받고 싶다.


이 책을 보다 보니 오늘 또 새로운 사실을 하나 발견했다. 그동안 이 책을 볼 땐 연주할 때만 아빠가 만들어준 의자에 앉아 연주를 하는 건 줄 알았는데 아빠가 만들어주셨다는 그 의자를 글렌굴드는 연주할 때뿐만 아니라 쉬기 위해 산책을 갈 때도 옆구리에 끼고 의자를 들고 다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마치 어린아이들이 부모님과 떨어져 불안할 때 물건에 집착하는 애착인형처럼 아빠가 만들어주셨다는 의자를 연주할 때뿐만 아니라 어디에서든지 항상 계속 들고 다니는 모습을 보며 의자가 글렌굴드에게 그런 애착 물건이 아니었을까?


이 책을 몇 번째 꺼내보는 건지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발견은 늘 재밌다. 그러기에 읽었던 그림책도 이렇게 다시 꺼내보게 된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