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

by 방구석여행자

내일 있을 그림책모임 선정도서다. 진작 빌려놨었는데 뭐가 그리 바빠 계속 펼치지 못했다가 오늘에서야 꺼내 들었다. 한번 읽고 나서 여운이 남아 계속 펼쳐보았다. 낙엽과 도토리의 관계. 꼭 나와 우리 아이, 부모 자식 간의 관계를 말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더 이 그림책을 못 놓고 있는지도.


도토리의 갈참나무가 되기까지의 성장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이다. 도토리가 떨어질 때가 되자 나무에서 떨어졌다. 떨어진 도토리는 땅이 낯설었다. 그때 나뭇잎으로 함께 있었다가 먼저 땅에 떨어진 낙엽들이 도토리를 보살펴주었다. 도토리는 여러 차례 위기를 겪었다. 나무에 있던 도토리를 장대로 마구 흔들어 땅에 떨어뜨리고 많은 양의 도토리를 주머니에 담아 가져가려는 할아버지로부터, 먹이를 찾던 쥐들로부터 위험했지만 그때마다 낙엽들은 도토리의 몸을 숨겨주었다. 그렇게 낙엽들의 도움을 받은 도토리는 자신도 낙엽들이 힘든 일이 있을 때 도와주고 싶었다. 자신이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묻자, 낙엽들은 그냥 그렇게 잘 자라주면 된다고 한다. 꼭 부모들이 자식들에게 다른 건 바라지 않으니 건강하게만 잘 커줬으면 한다는 마음처럼.


그렇게 낙엽 뒤에 숨어서 자신의 몸을 숨겼던 도토리. 숨어 지내는데 현타가 왔던 것일까? 낙엽들에게 숨어 지내지 말고 할아버지의 주머니와 쥐들의 먹이가 될 걸 그랬다고 한다. 그때도 낙엽들은 도토리에게 꼭 살아남아야 한다고 힘을 실어주었다. 나 또한 육아를 하면서 힘들 때마다 엄마로서 내가 역할을 과연 잘하고 있을까? 이게 맞는 걸까? 하며 고민할 때가 많았다. 그때마다 엄마에게 “너는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어”라고 격려를 받았었다. 이 그림책을 보면서 엄마와 나의 관계도 떠올랐다.


낙엽들은 도토리에게 훗날 나무가 될 거라고 말해주었다. 도토리는 자신의 작은 몸집에서 어떻게 큰 나무가 된다는 건지 도통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런데 겨울이 되고, 눈이 내려 어느덧 눈이 쌓이게 되었다. 추워야 하는데 춥지가 않았다. 오히려 포근했다. 눈 덮인 땅에서 도토리는 잠이 들었고, 꿈을 꾸었다. 시간이 지나 눈이 녹았고, 도토리의 몸은 젖어있었고, 낙엽들은 어느덧 썩어가고 있었다. 그런 썩어가는 낙엽들을 바라보며 아무것도 해줄 수 없었던 도토리. 그런데도 낙엽들은 괜찮다고 하며 도토리를 껴안아주었다. 그런데 그때 도토리가 갑자기 아파왔다. 그러더니 나무로 성장해 가던 도토리. 낙엽들은 도토리가 큰 나무로 성장해갈 수 있도록 계속 보듬어주었고 마침내 도토리는 싹을 틔웠다. 숲에 수많은 어린 갈참나무들이 출렁거렸다.


온몸이 터질 듯이 아픈 고통을 참기 위해 눈을 꽉 감아버리는 도토리. 그런 도토리가 갈참나무로 성장해갈 수 있도록 낙엽들은 끊임없이 안아주고, 격려해 주고 보듬어준다. 자신들의 몸이 썩어감에도 계속 도토리를 보살피고 격려해 주는 낙엽의 모습과 나약한 도토리가 낙엽의 격려와 보살핌을 통해 갈참나무로 성장해 가는 모습을 보면서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가 보였다. 아픈 만큼 성장하는 거고, 실패해도 괜찮다는 말을 통해 어떠한 결과에도 한결같이 자식들을 응원하고 격려하는 부모의 모습. 이러한 모습을 이 책의 낙엽에서 봤다.


우리 아이도 지금 성장이 많이 더딘 만큼 더 단단해져서 새싹이 돋아나기를(성장 속도를 맞춰가기를) 도토리를 보살피던 낙엽처럼 옆에서 보듬어주는 엄마가 되리라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아 본다.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서로 도와주면서 함께 살아간다고 이 책에서 말해주었다. 나는 낙엽으로서 도토리인 우리 아이가 갈참나무로 성장하기 위해 도와주기도, 내가 우리 엄마에게 응원과 격려를 받는 나약한 도토리가 되기도 했다. 나는 도토리이자 낙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