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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구석여행자 Mar 31. 2024

빨간 벽

온라인그림책모임인 그림책오티움 마지막 시간에 봤던 그림책 <빨간 벽>. 빨간 벽 그림책을 보면서 여러 동물들이 주인공으로 나오고 대화하는 형식과 동물들의 특징이 나타난다는 점에서 <가만히 들어주었어> 그림책이 생각나기도 했고, 두려움, 마음의 벽에 관해 이야기한다는 점에서 <문밖에 사자가 있다> 그림책이 생각나기도 했었다. <빨간 벽> 그림책을 보며 생각을 했다. 꼭 빨간 벽이어야 했을 이유가 있었을까?


벽. 마음의 닫힘, 두려움을 상징한다. 마음의 벽이라는 말도 들어봤다. 그리고 지금과 달리 소극적이고, 낯가림이 심해 타인에게 먼저 다가가지 못하고 잘 웃지도 못할 때 “너는 타인에게 벽을 치고 있다”라는 말을 들어보기도 했었다. 벽은 그렇게 폐쇄적인 걸 의미하는데 왜 하필 빨간색이었을까? 검은색, 회색, 파란색 등 어두운 색깔도 많은데. 곰곰이 생각을 해봤을 때 빨간색에는 죽음과 부활의 의미가 담겨있다고 들었다. 두려움과 두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에 대해 빨간색으로 표현하고 싶었던 건 아니었을까?


나의 첫 번째 벽은 첫 번째 사회생활이었다. 그때 당시 나는 많이 서툴렀다. 모든 걸 배워야 하는 시기였고, 열정이 가득했던 시기였다. 학교와 집에서는 항상 칭찬만을 받았던 내가 첫 직장 상사에게 호되게 혼이 났었다. 그분은 내가 뭐가 그렇게 마음에 안 들었던 걸까? 나는 집이나 학교에서 들어본 적 얘기들로 마음이 아팠고, 상처를 받았었다. 한번 터지기 시작했던 울음은 수도꼭지처럼 콸콸 흘러나왔다. 회사에 가기 싫어서 통근버스도 놓치기 일쑤였고, 결국 아빠가 회사에 태워주셨었다. 마치 도살장에 끌려가는 마냥 더 이상 참을 수 없었고 결국 나는 아빠에게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그러나 돌아온 아빠의 대답은 너무나 가혹했다.


“지금 이곳에서 버티지 못하면, 앞으로 네게 사회생활은 없어. 어떻게 직장을 다니려고 해. 버텨”


그래도 ‘다른 곳에는 좋은 분들만 있겠지, 잘 다닐 수 있겠지’라고 생각했고 결국 나는 첫 회사에 종지부를 찍었다. 이후로 나 자신을 열심히 갈고닦아 공부도 하고 다양한 경험을 쌓으며 재충전의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다시 회사에 취업할 때가 왔는데 두려웠다. 아빠가 이전에 말씀하셨던 것처럼 더는 직장생활을 할 수 없으면 어떡하지?


그런데 나는 그때보다 한 뼘 더 성장해 있었다. 물론 다른 직장에서도 나를 괴롭히는 직장상사들을 만났었다. 그런데 그때마다 ’ 어딜 가던지 이런 사람은 존재한다 ‘는 걸 알았고, ’어떠한 일도 쉬운 일은 없다 ‘라는 것도 알았다.


”인생에는 수많은 벽이 있을 거야. 어떤 벽은 다른 이들이 만들어놓지만 대부분은 네 스스로 만들게 돼. 하지만 네가 마음과 생각을 활짝 열어 놓는다면 그 벽들은 하나씩 사라질 거야.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발견할 수 있을 테고. “


이 말을 통해 두려움을 깨고 생각을 전환한다면, 이 세상에 못할 건 없고, 더 아름다운 세상이 열리게 된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다. 과거에 내가 만든 벽에서 생각을 조금만 달리하니 세상은 살만했었다.


나는 다음 주면 강의를 하게 된다. 수강생들을 어떤 사람들을 만나게 될지 만나면 무슨 이야기를 어떻게 해야 될지 설레기도 하지만, 두렵기도 하며 수업준비를 하고 있다. 이 또한 두려움을 나 스스로가 만들고 있는 것이겠지? 두려움을 깨야 하는 지금 이 시점에서 이 책이 옆에 있어 참 다행이다


또한 우리 아들에게도 말해주고 싶다. 고집스럽고 완벽한 성향 때문에 도통 말하는 걸 주저하는 우리 아들. ”두려워하지 말고 일단 무슨 말이든지 해봐. 무슨 소리든지 내보렴. 그렇게 두려움을 깨고 자꾸 뭐든 소리를 낸다면 우리가 같이 재미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 아름다운 세상이 펼쳐질 거라고. “ 사람들과 대화하는 게 얼마나 재밌고 즐거운 일인지 나중에 꼭 깨달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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