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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구석여행자 Apr 11. 2024

치킨마스크 그래도 난 내가 좋아!

이 그림책은 요즘 그림책감성큐레이터 공부를 하면서 알게 된 그림책이다. 자존감 파트를 공부하면서 알게 된 그림책인데 당분간 자존감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 이 그림책이 떠오를 듯하다. 소개해준 그림책들 중에서 이 그림책이 나에겐 제일 와닿았다. 자존감이 낮은 이들이 보면 도움이 될 것 같은 따뜻한 그림책이었다. 나 또한 어렸을 적 자존감이 많이 낮았었는데 나의 어린 시절을 어루만져주는 듯하여 마음의 치유를 받은 그림책이었다.


치킨마스크는 잘하는 게 없는 친구였다. 반에 있는 다른 동물친구들은 잘하는 게 한 가지씩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치킨마스크는 본인은 잘하는 게 없다고 생각하고 다른 친구들과 비교하는 자존감이 낮은 아이였다. 그런데 치킨마스크에게 다른 마스크를 써볼 기회가 생겼다. 여러 마스크를 써봤다. 마스크를 써볼 때마다 각각 잘하는 게 달랐다. 치킨마스크는 무얼 잘하는지 몰랐다. “이거나 저거나 굉장한 마스크였다. 내 머릿속은 엉망진창이 되었다.”라는 문장에서 정체성의 혼란이 온 치킨마스크였다. 치킨마스크는 과연 뭐가 됐을까?


잘하는 게 없다고 생각했던 치킨마스크는 사실은 배려심이 깊었다. 그런 치킨마스크의 배려심을 알아주었던 건 치킨마스크가 우울할 때마다 갔던 비밀의 공간인 나무동산의 친구들이었다. 눈에 잘 띄지 않는 자신들을 신경 써주고 눈여겨봤던 것이었다. ”치킨마스크, 부탁이니까 다른 마스크가 되지 마 “


자세히 보니 치킨마스크의 반 친구들이 다 치킨마스크가 있는 나무동산으로 와있었다. 비어있었다고 생각했던 자신의 그릇에 무언가 들어찼다는 기분이 들게 된 치킨마스크로 이 이야기는 끝이 났다.


나 또한 어렸을 적 내 그릇은 비어있었다고 생각했다. 왜 태어났는지 태어난 이유도 몰랐었다. 그래서 나 같은 건 왜 태어난 거냐고 엄마에게 물어보며 엄마 가슴에 대못을 박는 이야기를 했었다. 공부를 잘했던 동생에 반해 공부도 잘하지 못했고, 손재주도 없었고, 악기연주나 노래 부르기도 잘 못했고 운동신경도 없었던 나. 이 치킨마스크 책을 보는데 마치 거울을 보듯 어린 시절의 내 모습과 참 많이 닮아있었다. 항상 동생을 향한 자격지심으로 똘똘 뭉쳐 있었다. 잘하는 것도 없고 장점이라곤 하나도 없는 것 같다고 생각했었다. 부모님께는 나는 공부를 잘 못하니까 나보다 더 공부를 잘하는 동생에게 내 몫까지 많이 지원해 주라고 했었다. 또한 엄마는 손재주가 있으신데 나는 뭐든 건드리기만 하면 망가뜨리고, 만들기도 하면 번번이 실패하는 똥손이라 나는 왜 이렇게 엄마를 닮지 않은 거냐고 원망도 했었다. 이 세상에 잘하는 게 없는 나 같은 건 없어도 그만이라는 생각까지 들었었다. 어른들은 그럴 때마다 내게 “살아가면서 꼭 공부가 다가 아니란다. 네가 가진 장점도 많아, 네가 태어난 이유는 분명히 있을 거야. 그게 좀 늦게 나타날 뿐이란다”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셨지만 믿지 않았었다. 이렇게 나는 부정적인 인생을 살고 있었다.


그런데 인생을 살아가다 보니 나도 어른이 되었고,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되면서 정말 어른들의 말씀대로 공부가 다는 아니었다. 어른들의 말씀 틀린 거 없다고 하던데 정말 살아가다 보니 맞는 말씀만 하신 것 같다. 정말 사람에겐 누구나 다 뜻이 있고, 길이 있었다. 어렸을 적에는 비록 열등감과 자격지심으로 똘똘 뭉쳐있던 나였지만 지금은 내가 해내려고 하는 건 뭐든 해내려고 하는, 추진력 갑인 사람이 되어있었다. 이게 나의 가장 큰 장점인 것 같다. 내가 하고자 하는 건 무엇이든 해내려고 하는 사람. 지금도 살아가면서 부족한 게 많고 실수 투성이지만 그래도 이제 더 이상은 나 자신이 못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렸을 적에 엄마에게 “엄마 왜 나는 나인 거야? 난 나로 사는 게 싫어. 나 좀 바꿔줘”라고 지금 생각해 보면 참 얼토당토않은 이야기를 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지금은 내가 나인 게 좋다. 나로 살 수 있어서 좋다. 이 그림책을 꼭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에게 꼭 추천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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