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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구석여행자 Apr 08. 2024

넌 할 수 있을 거야

이 책을 오랜만에 펼쳐본 이유는 현재 함께 그림책모임하고 있는 회원들과 문집을 만들어보기로 했는데, 색깔을 주제로 그림책을 골라보기로 했었다. 개인적으로 빨간색을 좋아해서 빨간색 그림책을 하고 싶었지만 공평하게 사다리 타기를 진행했고, 남색이 당첨됐다. 남색 그림책은 뭐가 좋을까? 한참을 생각하다가 여러 남색 그림책 중에 이 책을 다시 열어보게 되었다. 앞이 캄캄하고 안갯속에서 헤매고 있는 지금 마음 상태에서 이 책은 내게 한줄기 빛과 희망 같은 책이었다. 언젠가는 될 거라는 그런 작은 희망.


책 앞표지를 보면 무언가를 바라보고 있고, 간절히 원하고 바라는 것처럼 보이는 한 소녀가 있다. 눈을 감고 무언가를 지그시 바라보고 있는 소녀. 그림책지도사수업 강사님께 들은 이야기인데, 사람은 무언가를 깊이 떠올릴 때 눈을 감는다고 한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무얼 간절히 바라고 있는 것일까? 앞표지에서 심각했던 소녀의 얼굴이 뒤표지를 펼쳐보니 주변에 나뭇잎들이 있고 팔랑팔랑 날아다니는 나비를 보며 소녀는 활짝 미소를 짓고 있다. 소녀가 바라는 대로 뭔가 이루어진 걸까? 앞면 지를 살펴보면, 아무것도 없는 황무지 같은 척박한 땅에 소녀 혼자 덩그러니 서 있다. 뒷면 지를 살펴보니 푸르른 땅에 물길이 생겼고, 나무가 생겼고 새가 날아다니는 모습이 보였다. 무에서 유를 창조했달까? 앞표지, 뒤표지, 앞면지, 뒷면지를 통해 내용을 예측해 보며 그림책을 살펴본다.


이 책의 글작가 이모겐팍스웰은 영국 옥스퍼드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이자 예술가이며 강가에서 스케치하는 것을 즐긴다고 한다. 이 책이 작가의 첫 그림책이라고. 그림작가 아나쿠냐는 브라질출신의 예술가로 국제적으로 활동하며 20권이 넘는 책의 일러스트를 그렸다고 한다.


그림책에는 겉주제와 속주제가 있다고 배웠다. 척박하고 메마른 땅에 작은 씨앗을 심어 물과 거름을 주고 잘 보살펴주자 나무에 드디어 열매가 맺었고, 구름이 만들어지고 비를 뿌렸다. 강물이 흐르고 나무가 무성해지며 동식물들이 살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내용을 놓고 봤을 때 이 그림책의 겉주제는 작은 씨앗을 심고 정성껏 보살펴 메마른 땅에서 오아시스를 이루는 지구를 살리는 그림책으로 보인다.


그러나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모두가 안된다고 아니라고 할 때 희망을 잃지 않고 될 거라는 믿음과 가능성으로 작은 씨앗을 심어 작은 구멍을 파서 그곳에 물을 주고, 거름을 주며 정성껏 돌보니 마치 작은 나비의 날갯짓으로 세상을 바꾼다는 나비효과와 같은 기적이 일어나게 되는 이야기로 희망을 잃지 말자는 메시지가 숨어있었다.


나는 지금까지 살면서 힘들고, 포기하고 싶은 순간들이 참 많았다. 그런데 그때마다 나를 믿어주고 지지해 주는 이들이 있었기에 나는 힘낼 수 있었다. 이 책이 지구를 살리는 그림책이라고 하지만, 내겐 좀 더 특별하게 다가왔다. 우리 아들은 지금 만 4세이다. 그러나 또래들에 비해 발달이 늦다. 그래서 아직 말을 하지 못하고 타인과의 의사소통이 조금 힘들다. 현재 아들의 발달상태는 내게 척박한 땅과도 같다. 이런 척박한 땅에 물과 거름과 같은 아들이 따라 할 수 있도록 나의 말과 행동, 다양한 경험 등을 아이에게 보여주면 언젠가 아이와 대화로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는 날이 올까? 이 책에서 황무지가 오아시스가 된 것처럼 말이다. 그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이 책을 통해 어느 누군가도 희망을 잃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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