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방구석여행자 Apr 15. 2024

아름다운 실수

이 그림책은 지난 시간 온라인그림책모임인 그림책오티움 선정도서였다. 책표지가 노랑노랑해서 봄의 느낌이 물씬 났던 그림책이었다. 볼로냐 라가차상 수상작이기도 한 이 그림책은 작가가 멕시코에 있는 한 커다란 나무를 보고 생각한 그림책이라고도 했다. 줌인 줌아웃 형태의 그림이 독특했던 그림책. 연필, 색연필, 수채물감을 이용하여 실수를 표현한 그림책이었다.


아름다운 실수. 실수가 아름다울 수 있을까? 어떻게 실수가 아름다울 수 있지? 음미하며 책장을 넘겼다. 처음에 아이의 얼굴을 그렸는데 실수로 한쪽눈을 크게 그리는 실수를 해버렸다. 그리고 팔꿈치는 뾰족하고 목은 너무 길게 그리는 실수를 범해버렸다. 이러한 실수들을 만회하기 위해 동그란 안경도 그리고, 목과 팔에 레이스 장식을 그려 넣었다. 개구리인지 고양이인지 젖소인지 알 수 없는 이런 걸 그렸다. 이것 또한 실수였다. 아이의 신발과 땅 사이가 너무 떨어져 있게 그렸다. 이것도 실수였다. 그렇지만 롤러스케이트를 신긴다면? 이건 실수가 아니게 된다. 롤러스케이트를 타고 가던 아이. 얼굴에 그만 검정잉크를 맞게 된다. 실수였다. 하지만 이 실수는 아이의 모자가 되었다. 아이는 노란 풍선을 들고 롤러스케이트를 타고 큰 나무 쪽으로 달린다. 이런저런 실수들이 모여 멋진 그림이 완성되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또 하나의 그림이 시작되었다.


보통 사람은 실수를 하면, 창피하고 부끄러워한다. 나 또한 이런저런 실수를 하면 부끄럽고 창피해서 실수를 감추려고만 했었다. 그런데 이 책을 보니 제목처럼 실수가 아름다웠고, 내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실수를 해야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이 책의 원서 제목은 The Book of Mistake였다고 한다. 원래대로라면, 그냥 실수의 책이었다. 아마 그냥 실수의 책이라고 해석이 됐다면, 이 책에 나오는 크고 작은 실수들이 이렇게 빛날 수 있었을까? 실수를 통해 성장하는 내용이 돋보였다.


세상에 실수를 안 하면서 사는 사람이 있을까? 누구나 살아가면서 실수를 많이 하며 살아간다. 이 책을 보니 실수는 더 이상 창피하고 부끄러운 게 아니었다. 실수는 또 다른 시작을 의미했고, 실수를 통해 상상력을 자극하고, 성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아름다운 실수>라는 번역제목은 좋은 것 같았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유명한 말도 있듯이.


온라인그림책모임에서 독후활동으로 각자 종이에 주황색 점을 실수로 떨어뜨렸을 때 무엇을 표현할지 나눠보는 시간을 가졌다. 각자가 생각하는 게 다 달랐다는 것도 신기했다. 처음엔 뭘 표현해야 할지 막막했는데 갑자기 태양이 떠올랐고, 해변가의 반짝이는 물과 모래사장이 떠올랐다. 해변가에서 더위를 즐기는 나의 모습을 표현했다. 점 하나 흘린 걸로 이렇게 멋진 생각을 할 수 있고, 이 생각이 작품이 될 수 있다는 점. 성장의 밑거름이 되는 실수가 하고 싶어 진다.

매거진의 이전글 빨강머리토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