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그림책감성큐레이터 과정을 공부하는데 이번 시간에는 용기가 주제였다. 그래서 용기와 관련된 그림책을 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중에서 수업시간에 메인 그림책으로 <모치모치나무>라는 그림책이 소개되었다. 이 책을 보면서 나는 어느 순간에 용기가 나는지, 나만의 모치모치나무는 언제 반짝거리는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주인공 마메타는 다섯 살 겁쟁이다. 할아버지와 단둘이 모치모치나무 옆 오두막집에 살고 있다. 낮에는 괜찮은데 캄캄한 밤이 되면 밖에 있는 화장실을 혼자 못 가서 할아버지를 깨워 꼭 할아버지와 함께 화장실을 간다. 용감했던 아빠는 곰에 맞서 싸우다가 돌아가셨다. 할아버지와 아빠는 겁이 많지 않았기에 겁쟁이 마메타가 이해가 안 되는 할아버지. 그렇지만 마메타가 해달라는 건 다 해주는 할아버지였다. 마메타가 살고 있는 오두막집 옆에 있는 나무 모치모치나무는 마메타가 지은 별명이었다. 모치모치나무에 열매가 열리는데 그 열매를 따다가 할아버지가 빻아 가루로 만들어 떡으로 먹으면 그 맛이 꿀맛이었다.
어느 날 할아버지는 마메타에게 말했다. 산신령의 축제가 있는데 모치모치나무에 불빛이 들어온다고. 그런데 이 불빛은 한 명의 용감한 아이만 볼 수 있다고. 할아버지와 아빠는 봤다고 했다. 마메타는 자신이 겁쟁이라고 생각해 자신은 볼 수 없을 것 같다며 일찌감치 포기를 했다.
그런데 어느 날 밤 마메타는 잠을 자려고 하는데 옆에서 신음소리 같은 게 들렸다. 할아버지의 신음소리였다. 놀란 마메타는 할아버지를 애타게 불렀지만 할아버지는 계속 배를 움켜쥐고 끙끙 앓았다. 할아버지를 구해야겠다는 생각에 사로잡힌 마메타는 의사 선생님을 불러오기 위해 캄캄한 밤에 혼자 오리나 되는 거리를 맨발로 눈을 밟으며 뛰었다. 의사 선생님을 만난 마메타는 할아버지의 상태를 설명했고, 의사 선생님에게 업혀서 집으로 갔다. 집에 가는 길에 반짝이는 모치모치나무를 본 마메타.
오직 용기 있는 아이만 볼 수 있다는 산신령의 축제인 모치모치나무에 불이 켜진 모습을 마메타가 본 것이었다. 그 이후로는 의사 선생님을 도와 할아버지를 치료하느라 모치모차나무가 어떻게 됐는지 몰랐다. 다음날 아침 할아버지의 상태는 다행히 좋아졌다. 할아버지의 상태가 좋아지자 마메타는 다시 겁쟁이 마메타로 돌아갔다.
그래도 할아버지가 아팠던 긴급했던 순간에 할아버지를 살리겠다는 간절한 마음으로 밤에 혼자 의사 선생님에게 뛰어갔던 마메타. 용기는 두려움으로부터 오는 거라던데. 할아버지가 사라지면 어쩌나 하는 마메타의 두려움이 할아버지를 살리겠다는 간절한 마음과 합쳐져 용기가 났던 것이 아니었을까?
다음날 거짓말처럼 배앓이가 나았던 할아버지를 보면서 어쩌면 겁쟁이 마메타에게 반짝거리는 모치모치나무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할아버지의 꾀병은 아니었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던 나였다.
이 책을 보면서 과연 내가 살면서 용기를 내는 순간이 있었던가? 언제인가? 를 돌아보게 되었다. 기억나는 용기를 냈던 순간은 아마 몇 년 전 엄마와 노르웨이 트레킹 여행을 갔을 때 첫 트레킹 명소였던 쉐락볼튼이라는 곳을 갔었다. 다른 트레킹 장소들에 비해 이곳은 밑이 바로 바다이고 발 디딜 틈이 좁아서 바람이 불면 떨어질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던 곳이었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손에 땀이 날 정도. 실제로 이곳에서 떨어져 죽은 사람들이 많다는 뉴스도 봤었다. 그래서 이 좁은 틈을 디딜 때 많은 생각이 오갔었다. 그런데 이 순간만을 생각하며 올라왔던 나 자신과 뒤에 이 바위의 틈을 밟아보기 위해 줄 서서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을 보며 용기를 냈다. 두려움을 극복한 내게 준 선물이었는지 다행히 바람이 불지 않은 좋은 날씨였고, 무사히 도전을 끝마칠 수 있었다.
아이를 출산하고 육아하는 요즘 매일매일이 도전이고, 용기를 내야 하는 것 같다. 아이가 없었다면 항상 두려워만 하고 시작도 못해봤을 일들을 아이 덕분에, 엄마라는 이름표를 달고 헤쳐나가는 중이다. 용기는 두려움으로부터 시작된다라는 말이 더더욱 와닿는 그림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