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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구석여행자 Apr 19. 2024

용기모자

겁이 많고 두려운 게 많았던 겁쟁이 메이스가 용기모자를 통해 두려움을 극복하는 성장기를 담은 그림책


보통 책 앞표지에 지은이가 쓰여있는데 이 책은 도통 보이지가 않았다. 자세히 살펴보니 신문지로 접은 용기모자에 작은 글씨로 쓰여있어서 찾기 힘들었다. 지은이를 이렇게 숨겨놓은 장치가 특이했다. 용기모자의 신문지에 글씨 중 일부였던 것처럼 보였다.


겁쟁이 메이스는 겁이 많았다. 지나가다 마주친 컹컹 짖어대는 털북숭이 큰 개도 무서웠고, 노란 집 안에서 우르르 내달리는 그림자들도 무서웠다. 과자를 먹을 때마다 요란하게 날개를 푸드덕 대는 비둘기들도 무서웠고, 메이스를 눈부시게 하는 빛줄기도 무서웠다. 그리고 침대 밑에 사는 악어도 무서웠다.  꼭 침대 밑을 기어 다니는 것만 같았다. 이런 걱정이 많고, 겁이 많은 메이스에게 걱정을 말해보라고 했었고 할아버지는 메이스의 걱정거리를 들었던 할아버지는 신문지로 용기모자를 접어주셨다.


할아버지가 접어준 용기모자를 쓴 메이스는 용감해질 수 있었다. 그동안 무서워했던 노란 집의 그림자도 더 이상 무섭지 않았고, 비둘기도 무섭지 않아 할아버지와 함께 비둘기 먹이를 줬다. 빛줄기도 무섭지 않아 할아버지와 털북숭이 큰 개와 함께 보는 여유도 생겼다. 메이스가 용기모자를 쓰고 용기를 낼 때마다 옆에는 용기모자뿐만 아니라 용기모자를 만들어준 할아버지가 있었다.


반전이었던 건 메이스는 침대밑에 사는 악어가 무서웠지만, 악어 또한 메이스처럼 빛줄기와 컹컹, 우르르, 푸드덕 소리가 무서워서 침대밑에 살고 있던 것이었다. 이런 악어에게 메이스는 자신이 할아버지가 자신에게 해줬던 것처럼 용기모자를 접어주기로 한다. 할아버지에게 받은 걸 자신의 처지와 비슷한 악어에게 베푸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용기모자를 쓴 악어 또한 마법처럼 용감해진 모습이었다.


메이스는 침대 밑에 사는 악어는 무서웠지만 공룡은 무섭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방 곳곳에 공룡 장난감이 많았고 벽지에도 공룡 그림이 붙어있었으며 공룡책으로 추정되는 그림책을 보고 있던 모습에서 의아했었다. 또한 책 뒤표지를 살펴보면 악어를 본 비둘기가 갑자기 용기모자를 쓰고 있다. 용기모자를 쓰지 않았던 비둘기가 악어와 함께 있는 모습에서 용기 모자를 쓰고 있던 비둘기를 보니 비둘기는 악어가 무서웠던 걸까?라고 유추해 보는 재미도 있었다.


이 그림책은 메이스가 무서워하는 것들을 스탬프 같은 걸로 강조하는 듯 표현했다. 그리고 극복을 한 것조차 도장을 찍은 듯한 효과를 주어서 흔히 우리가 미션을 달성했을 때 “도장 깨기 “라는 말을 쓸 때가 있는데 그 말이 생각이 났다. 그리고 글밥이 적고 ”메이스는 종종 겁이 나요 “라는 반복적인 문장이 나와 겁이 많은 아이에게 읽어줘도 지루해하지 않고 재밌어할 것 같았다. 또한 책 뒷면지에 용기모자 접는 방법이 나온다. 겁이 많은 우리 아이에게 용기모자를 접어주면 우리 아이도 겁이 없어질까? 좀 더 크면 용기모자 접는 활동도 함께 해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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