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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구석여행자 Apr 22. 2024

작은 눈덩이의 꿈

작은 눈덩이가 있었다. 작은 눈덩이 뒤로 큰 눈덩이 그림자가 보였다. 작은 눈덩이는 큰 눈덩이에게 어떻게 하면 큰 눈덩이가 될 수 있는지 물었다. 큰 눈덩이의 모습이 작은 눈덩이에게는 너무나 멋져 보였다. 큰 눈덩이는 작은 눈덩이에게 “그냥 눈밭을 굴렀을 뿐”이라고 말을 했다.


작은 눈덩이는 큰 눈덩이처럼 되고 싶어 열심히 눈밭을 굴렀다. 구르는 건 정말 쉽지 않았다. 나무를 피해야 했고, 비탈길에서는 속도가 빨라져 덜컥 겁이 나기도 했다. 그러다가 작은 눈덩이는 눈밭에 박히고 말았다. 몸은 괜찮았는데 머리에 나뭇가지가 박혀 도무지 흔들어도 빠지질 않았다. 그때 까마귀 한 마리가 다가왔다. “내가 도와줄까?”


까마귀는 쉽게 작은 눈덩이의 머리에 박혀있던 나뭇가지를 빼주었다. 까마귀는 작은 눈덩이를 호기심 있게 봤고, 왜 그렇게 눈밭을 구르는지 궁금했다. 작은 눈덩이에게 왜 큰 눈덩이가 되고 싶은지 물었다. 큰 눈덩이가 멋져 보였다고 말한 작은 눈덩이. 까마귀는 작은 눈덩이에게 함께 다녀도 되는지 물었고, 둘은 함께 다니게 되었다. 작은 눈덩이가 열심히 눈밭을 구르는 동안 까마귀는 언제나 함께 있었다.


작은 눈덩이와 까마귀는 눈밭을 구르면서 부서진 큰 눈덩이도 만났고 자신의 몸에 붙으라는 구르지 않고도 큰 눈덩이로 만들어 주겠다는 울퉁불퉁한 큰 눈덩이도 만났고 햇볕에 녹고 있는 큰 눈덩이도 만났다. 그러면서 까마귀는 저 큰 눈덩이들이 네가 만났던 큰 눈덩이였는지 물었고, 작은 눈덩이는 아니라고 부인했다.


작은 눈덩이는 눈밭을 구르면서 힘들었다. 옆에 있던 까마귀에게 “내가 정말 크고 멋진 눈덩이가 될 수 있을까?”, “나도 그냥 바위에 부딪힐까?”, “햇볕에 녹으면 어떡하지?”, “힘들게 구르지 않고 그냥 다른 눈덩이에 붙어버릴까?” 여태까지 만났던 큰 눈덩이들처럼 될까 고민을 하기도 했었다. 그때 옆에 있던 까마귀는 작은 눈덩이를 지지해 주고, 믿어주었다. 잠시 흔들렸던 작은 눈덩이도 다시 크고 멋진 눈덩이가 되겠다고 결심하며 눈밭을 구르겠다고 다짐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누군가 작은 눈덩이에게 다가와 인사를 했다. “어떻게 하면 당신처럼 커질 수 있어요?” 작은 눈덩이는 자신도 모르게 어느새 커져버렸고 본인이 꿈꿨던 것처럼 누군가의 꿈이 되어있었다. 작은 눈덩이도 자신이 들었던 것처럼 똑같이 답해주었다. ”난 그냥 계속 내가 가고 싶은 곳으로 굴렀을 뿐이야 “


이 그림책은 표지나 내용을 봤을 땐 눈밭에서 일어나는 일이었어서 그런지 차가워 보였다. 그러나 내용을 보니 스르르 녹는 마음이 따뜻해지는 그런 그림책이었다. 작은 눈덩이가 처음에 구를 때 구르는 건 쉽지 않았다는 말에서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 데는 수많은 일이 있다. 쉽지만은 않다는 걸 보여주는 것 같았다. 그리고 까마귀가 다가오고, 작은 눈덩이와 함께 하게 되면서 아무리 어렵고 힘든 일이 닥쳐도 세상에는 이렇게 나에게 도움을 주고자 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도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래서 쉽게 죽으란 법 없고, 인생은 참 살만하다는 것도.


어서 내 몸에 붙으라는 큰 눈덩이를 통해 세상을 살아가면서 내게 쉬운 길로 가도록 유혹하는 사람들도 존재함을 보여줬고, 햇볕에 녹고 있는 큰 눈덩이를 통해 삶을 포기하려는 사람들도 존재함을 보여줬다. 작은 눈덩이가 눈밭을 구르면서 이러한 약한 모습의 큰 눈덩이를 만나고 본인이 눈밭을 구르며 힘들어 포기하고 쉬운 길로 가려할 때 이를 잡아준 건 까마귀였다. 인생을 살아가는 게 쉽지 않겠지만, 분명 어려운 일이지만 지지해 주고 격려해 주고 믿어주는 이가 있다면 다시 힘든 일을 훌훌 털고 힘내서 살아갈 수 있다는 것. 까마귀 덕분에 마음을 다잡을 수 있던 작은 눈덩이였다.


그러던 어느 날, 작은 눈덩이와 까마귀 곁으로 작은 눈덩이가 다가와 말을 걸었다. ”어떻게 하면 커질 수 있어요? “

작은 눈덩이는 자신도 모르게 어느새 커져버려 누군가의 꿈이 되어있던 것이었다. 그런 작은 눈덩이는 또 다른 작은 눈덩이에게 말해준다 ”난 그냥 내가 가고 싶은 대로 굴렀을 뿐이야 “


까마귀는 작은 눈덩이에게 이제 어디로 가는지 물었다. 작은 눈덩이는 어디든지 가겠다고 답한다. 물론 함께.


그냥 가고 싶은 대로 굴렀을 뿐인데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커져버린 작은 눈덩이. 무언가 끈기 있게 열심히 노력하고 간절히 원하면 꿈은 꼭 이루어진다는 희망찬 메시지가 담겨있는 그림책이었다. 또한 꿈을 이뤘다고 자만하지 않고 더 멋진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작은 눈덩이가 멋있어 보인다. 물론 그 옆에는 까마귀가 있다. 작은 눈덩이와 같은 꿈을 이루려고 노력하는 사람도 되고 싶고, 상대의 꿈을 이루기 위해 도와주는 최고의 동반자 같은 조력자가 되고 싶기도 하다. 욕심이 너무 과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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