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으로 가는 지하철 책을 읽고 리뷰를 했었다. 이 책은 지하철을 좋아하는 성찬이가 지하철을 타고 모아이석상도 보고 오고 사막도 보고 오고 마침내 남극에 가서 펭귄을 만나고 왔다는 내용을 담은 그림책이었다. 지하철을 타면 어디든 갈 수 있다는 지하철을 타고 여행하는 콘셉트로 만들어진 그림책. 그래서 이 책을 보면서 생각났던 여행을 주제로 하는 그림책을 몇 권 소개해본다.
#1 아슬아슬한 여행
이 그림책은 중고거래로 다른 그림책을 사면서 곁다리(?)로 내 품에 온 그림책이었다. 큰 관심이 없었는데 이번에 여행을 주제로 그림책을 보기로 하면서 이 책이 눈에 들어오게 되었다. 앞면지 뒷면 지는 아무것도 없는 회색이었다. 또한 1985년에 만들어진 옛날 그림책인데 우리나라에 처음 나온 건 2016년이었던 조금은 오래된 그림책이다. 그래서 그런지 그림체가 세련되진 않았다. 약간 올드한 느낌이었다
주인공은 밀림에 산다. 어느 날 주인공의 엄마는 등교를 함께 하다가 이제 더 이상 데려다주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엄마가 학교 가는 길에 동물이 많다는 걸 모르진 않을 텐데. 혼자 학교를 등교하는 길에 만나는 동물들과의 아슬아슬한 여정을 담은 그림책이었다. 과연 주인공은 무사히 학교를 갈 수 있을까? 궁금함과 호기심으로 페이지를 넘겼다. 각 페이지마다 곳곳에 숨어있는 동물들을 찾아보며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책 뒤편에 책 속에 어떤 동물들이 있는지 나와서 책을 다 본 후에 책 속에 무슨 동물들이 숨어있었는지 어떤 동물들을 찾았었는지 확인하는 재미는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나는 동물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고 그림체도 내 스타일이 아니라서 조금 아쉬웠던 그림책. 동물을 좋아하는 아이가 본다면 정말 흥미롭게 볼 수 있을 것 같았던 그림책이었다. 또한 아이들에게 동물에 대해 알려주기에도 좋을 것 같은 교육적 그림책이기도 했다.
#2 봄이의 여행
이 그림책은 작년 그림책 연수를 들었을 때 강사님이 속표지가 특별하다고 추천해 주셨던 그림책이었다. 이 그림책의 속표지가 특별했던 이유는 바로 컬러링북처럼 되어있어 내 마음대로 색칠하여 나만의 속표지를 만들 수 있다는 게 특징이었다. 그래서 내게 소장욕구를 불러일으켰던 그런 그림책이었다.
이 책의 앞면지와 뒷면지는 샛노란색으로 되어있는데 어디선가 찾아봤을 때 노란색은 자유를 상징한다고 봤었다. 이 책이 북한과도 연관이 있던 만큼 통일에 대한 염원이 담겨있어 면지를 노란색으로 색칠했던 의미가 나름 있어 보였다.
이 책의 주인공 봄이와 할아버지는 틈날 때마다 장터여행을 떠났다. 할아버지는 장터 곳곳을 다니며 손자 봄이와 봄이가 만난 사람들을 함께 그림으로 담곤 했다. 할아버지와 봄이는 자동차를 타고 다니며 공주장, 안성장, 양평장, 철원장, 원산장, 북청장, 나진장 등 남한과 북한의 장터들을 아울러 소개해주며 화합을 나타내기도 하며 통일에 대한 염원을 은연중에 책에 나타내주었다. 이 책에 그려진 장터여행을 보며 내가 얼마 전에 남편과 아이, 친한 언니들과 함께 갔었던 오일장에서의 추억이 생각나기도 했다. 시장은 참 푸근하고 사람냄새가 나는 곳이라 갈 때마다 좋다.
봄이가 성장하며 비록 할아버지는 없었지만 두만강역에서 지하철을 타는 그림을 보여주었다. 이를 통해 남과 북이 하나가 되어 이산가족들도 가족들을 하루빨리 만나며 더 이상 슬퍼하지 않기를 조용히 바랐다. 내가 어렸을 적만 해도 20년, 30년이 지나면 통일이 되고 하나가 될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세월은 왜 이렇게 빨리 흘러 20,3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남과 북은 하나가 되지 못했다. 하나가 되는 길은 왜 이렇게 험난한 건지. 한국전쟁으로 뿔뿔이 흩어져 서로를 그리워하는 이산가족들이 생각나서 참 마음이 아팠던 그림책이었다. 언젠가는 이 책에 나온 것처럼 꿈이 아닌 실제로 살아생전에 나진장에 가서 개마고원 꿀호떡을 먹고, 평양에서 평양냉면도 먹어보고, 금강산도 올라가 보고, 기차 타고 세계일주를 하게 되는 그런 날이 오기를 손꼽아 고대한다.
#3 여행의 시간
여행을 갈 때는 우리 모두가 그렇듯이 가슴 설레기도 하지만, 여행 가는 곳이 처음 가는 곳이라면 두려움이 앞서기도 하는 우리의 모습을 그린 그림책이다
작가는 우리가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유명한 도시들을 여행하러 갔다. 먼저 다녀온 지인들로부터 그 여행지의 유명 관광명소들을 둘러보고 오라고 추천을 받았는데 정작 작가의 눈에 들어왔던 건 그런 유명 관광명소에서 봤던 것들이 아닌 자신만의 색깔 있는 장소들, 추억들이었다.
이 그림책을 보면서 나의 지난 여행에서의 추억들을 쭉 돌아보았다. 나 또한 유명 여행지의 관광명소들만 둘러보고 왔던 여행 같은 경우에는 나중에 시간이 지나니 남는 게 없었다. 언젠가부터 유명 여행지의 관광명소에 집착하지 않고 자유롭게 여행하게 되었는데 나만의 장소를 찾은 것 같고, 나만의 여행 색깔 스타일이 생긴 것 같아 뿌듯하기도 했다.
한 번은 여행을 떠났는데 차를 타고 떠났었다. 도로 한복판을 달리다가 예쁜 풍경들을 마주했는데 그때 차를 잠깐 갓길에 세워두고 멈춰 서서 구경했었는데 그때 그 어딘지 이름도 모르는 그 장소들이 계속 머릿속에 맴돈다. 다시 여행을 하게 된다면 관광 명소를 찾는데 급급한 게 아닌 나만의 특별한 추억이 담긴 여행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다.
이 책은 다른 사람들의 추천 여행지, 명소들을 여기저기 급급하게 체한 듯 봐서 나중에 기억도 못하는 그런 여행 말고 내가 설레는, 내 마음이 동요하는 그런 특별한 여행을 만들어보자는 이야기가 담긴 그런 그림책이었다.
<남극으로 가는 지하철> 그림책을 보고 생각났던 여행을 주제로 하는 몇 권의 그림책을 소개했다. 요즘 나도 현실적으로 비행기를 타고 해외여행을 가고 싶지만 가기 힘들어서가지 못하고 있는데 이렇게 그림책을 통해 상상과 추억을 바탕으로 밀림도 다녀오고 다양한 동물들도 보고 북한도 다녀오는 등 전 세계 방방곡곡을 다녀올 수 있었던 것 같았다. 여행이라는 말에는 “여기서 행복할 것”이라는 뜻도 있다고 한다. 어디를 여행하냐 장소는 중요치 않을 수도 있겠다. 어떻게 여행하느냐에 따라 장소가 어디든 행복할 수도 있다는 걸 이 책들을 보면서 다시금 느낀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