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아들 간의 함께했던 추억을 침대에 누워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대화형식의 그림책이었다. 엄마와의 추억이 생각나기도 하고, 내가 엄마가 된 지금의 입장에서 나중에 우리 아들과 이 책에서처럼 침대에 누워 도란도란 추억 이야기를 할 수도 있겠다는 상상에 즐거워하며 책장을 넘겼다.
“기억나니?”
엄마가 먼저 추억이야기를 꺼냈다. 들판에 가족들이 함께 놀러 갔던 때 아들은 뱀이랑 벌레를 찾아다녔었다. 아들이 움켜쥔 손에 들고 온 것은 바로 산딸기였다. 엄마가 꺼낸 추억 이야기는 분홍색으로 쓰여있었다.
“엄마, 기억나요?”
이에 질세라 아들도 추억이야기를 하나 꺼내 보였다. 아들이 꺼내는 추억 이야기는 파란색으로 쓰여있어 구분이 되어 보기 좋았다. 아들의 생일날 엄마아빠는 아들에게 자전거를 선물로 줬다. 엄마가 잡고 있던 자전거 손잡이를 놓자 바로 넘어져버렸던 아들. 그때 아들은 건초더미에 넘어졌지만 참 즐거워했었다. 아들의 즐겁고 해맑아 보이는 모습에 그 행복감이 그림을 보는 순간 고스란히 전해졌었다.
이렇게 엄마와 아들은 “기억나니?”, “기억나요?” 하며 번갈아가면서 서로의 추억을 이야기한다. 침대에 누워있는데 그 앞에 추억에 관련된 물건들이 있다. 이를 보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들이 꼭 한 편의 애니메이션 영화 같았다.
나도 아이와 함께 있다 보면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고, 기억하고 싶은 순간들이 있다. 아이가 해맑게 웃는 모습만 봐도 저절로 행복해지는 그런 때. 그때의 내가 떠올랐던 그림책이었고, 아이와 자기 전 침대에 누워 그림책을 읽으며 아이가 할 수 있는 대화를 조금씩 나눈다. 그림책을 다 읽고 나면 불을 끄고 서로 껴안고 웃으며 잠이 든다. 이 책을 보며 아이와의 매일밤 자기 전 풍경이 생각나서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아이가 아직 원활하게 대화를 하지 못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진 못하지만 언젠가는 나누게 될 이야기들을 상상하며 이 책을 봤다.
“걱정하지도 두려워하지도 않았어요.
우린 잘 지낼 줄 알았으니까요.”
그런데 이 책의 이 문장을 보는데 갑자기 마음이 쿵 하고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엄마가 아팠던 걸까?, 엄마는 세상을 떠난 걸까?’
이 책의 뒤에 보면 엄마에게 바치는 그림책이었다. 단순히 엄마와의 추억을 도란도란 침대에 누워 가볍게 대화하는 건 줄로만 알았는데 마지막 장면에서 엄마와 침대에 누워있는 그림이 하얗게 흐릿해지며 회상하는 장면인 것 같아 엄마의 길고 긴 여행을 추모하는 건 아닐까? 하고 다시 생각해 보게 만들었던 그림책이었다.
작가 시드니스미스의 그림책들은 이름을 많이 들어본 유명한 그림책들이 많았지만, 처음 펼쳐봤을 땐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그림은 아니었다. 그래서 유명하지만 안 보려고 했던 것도 있었다. 그러나 보면 볼수록 한 문장, 한 문장 그리고 그림들이 마음을 사로잡는 무언가가 있었다. 작가에 대해 조금씩 알게 되는 점들이 크게 내 마음에 울림을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