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내가 처음 만났던 건 작년에 나와 비슷한 성향의 예민한 아이를 키우고 있다는 그림책 지인이 내가 봐도 좋을 것 같은 그림책이라고 해서 빌려줬던 책이었다. 처음에는 그림을 봤을 때 내 스타일의 그림이 아니라 그렇게 크게 와닿진 않았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다시 이 책을 보게 되었다. 어느 책이나 다 그렇지만 그림책은 보면 볼수록 더 풍성해진다고 하는데 이 책이 이번에 참 크게 다가왔었다.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이 그림책을 보면 나의 하나뿐인 아들이 생각이 나 보면서 더 마음이 무거울 수밖에 없었던 책이었다. 작가도 말을 더듬었다고 했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입밖에 작은 소리를 낸다는 것조차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걸 ‘나는 돌멩이처럼 조용해요’라고 표현하는 내용이 아직 말하는 게 힘든 아들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었다.
우리 아들은 요즘 그래도 유치원을 재밌게 잘 다니고 있다. 아직 아들에게 그의 유치원 생활을 직접 말을 들을 순 없지만 아들이 아침마다 유치원에 가자고 하면 함박웃음 지으며 유치원 가방이 있는 방으로 뛰어가 가방을 챙겨 현관문으로 달려간다. 선생님들 또한 아들이 유치원에 오면 그래도 잘 지내는 편이라고 하셔서 그나마 마음이 놓인다. 그런 아들이 유치원에서 가장 싫어하는 건 바로 <이야기시간>.
선생님께 아들의 유치원 생활에 대해 간혹 이야기를 듣는데 그때마다 하시는 말씀이 다음과 같았다.
“어머님, xx 이는 다 잘 지내는데, 유독 이야기시간을 힘들어해요”
이 책을 다시 보기 전에는 이렇게까지 아이의 기분을 헤아리지 못했었다. 지금도 전적으로 헤아린다면 거짓말이겠지. 그래도 이젠 알 것 같다. 다른 아이들은 선생님과 함께 조잘조잘 이야기를 이어 나갈 텐데 말이 어눌하고 서툴고 입안에 맴돌고 있는 우리 아이는 얼마나 이 시간이 부담으로 다가올까 싶어 마음이 많이 무거웠다. 그래서 자신에게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어지는 틈을 타 조금이나마 관심을 받고자 다른 쪽으로 자꾸 눈을 돌리고 자리도 이탈하고 하는 것이겠지.
이 책의 주인공도 학교에서 발표시간에 자신에게 이목이 집중되는 걸 부담스러워한다. 친구들이 자신의 발표 이야기보다 자신이 말할 때 바뀌는 입모양이나 표정들에 집중하는 것 같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에서 자신감이 없어지고, 의기소침해지는 것 같다. 우리 아들도.
그때 아빠가 딱 나타났다. 그리고 아빠는 아들의 힘없는 모습을 봤다. 아빠는 아들을 강물로 데려갔다. 아빠와 강물에 간 아들은 평안했다. 그러나 계속 발표시간에 있었던 수치스러움이 떠올랐다. 아빠는 아들에게 강물처럼 말한다고 했다. 강물은 물거품이 일고 소용돌이치고 굽이치다가 부딪힌다. 그러다 보면 강물도 잔잔해지고 반짝일 때가 찾아온다.
다음 날 주인공 아들은 학고에 가서 가장 좋아하는 곳에 대해 발표를 할 때 이 강물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아빠와 함께 갔던 강물. 말하기 힘들 때 아빠의 강물처럼 말한다는 말을 떠올리면서.
언젠가 우리 아들도 이런 강물 같은 장소를 떠올릴 수 있을까? 아들에게 이런 강물 같은 장소를 찾아주고 싶다. 무언가 깨달음도 얻으면서 마음의 안식처와 같은 그런 장소. 아직 요구표현정도에 그치지만, 우리 모자는 노력하고 있다. 아들이 사회적으로 더 많은 소통을 배우기를. 그리고 우리 모자는 계속 강물과 같은 장소를 찾아다니고 있다.
너의 강물을 찾는 그날, 너에게도 자신감이 충만해지겠지?! 그날을 기다리고 응원하고 격려해! 이 책에 나오는 아빠처럼 엄마가 옆에서 도와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