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부터 제목은 익히 들어봤던 나온 지 꽤 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그림책이다. 오늘은 어제 한 약속대로 이 책을 읽었다. 이 책에는 한 남매가 나오는데 여동생 롤라가 참 심한 편식쟁이라 오빠가 밥을 차리는데 적잖이 애를 쓰게 된다. 롤라를 보면서 우리 아들이 많이 생각이 났다. 뭐도 싫고, 뭐도 싫고, 다 싫은 롤라와 참 비슷한 게 많은 우리 아들. 우리 아들도 절대 안 먹는 게 참 많은데 이 책을 읽으면 도움이 좀 되려나.
롤라는 당근도 싫다. 완두콩도 싫다. 양배추, 꽃양배추도 싫고, 감자도 안 먹고 생선튀김도 안 먹는다. 무엇보다도 가장 싫은 것은? 책 제목에도 나와있듯 토마토는 절대 안 먹는다고 선언 아닌 선언을 하는 롤라. 오빠는 이렇게 무조건 안 먹는다는 동생을 어떻게 먹일 것인가? 과연 먹일 순 있는 것일까? 여기서 오빠의 기지가 발동된다. 오빠가 참 지혜롭고, 똑똑함이 돋보였던 대목이었다.
“오빠, 그거 당근 아니야? 난 당근은 안 먹어”
“어? 이거 당근 아닌데?”
“그럼 뭔데? 당근 같은데? “
”이건 당근이 아니고 목성에서 나는 오렌지뽕가지뽕이야 “
”당근이 아니라면 한입 먹어볼까? “
이런 식으로 오빠는 롤라가 싫어하는 음식들의 이름을 바꿔 이야기를 해준다. 초록색 완두콩은 초록방울, 감자는 백두산 제일 높은 봉우리에 걸려있다는 구름보푸라기, 생선튀김은 바다 밑 슈퍼마켓에서 사 왔다는 바다얌냠이라고 불렀다. 자신이 알던 당근, 감자, 완두콩, 생선튀김이 아닌 신기하고 재밌는 이름으로 불려지니 왠지 호기심이 발동하여 음식들을 먹어보고 싶었던 롤라. 내가 들어도 이름들이 참 재미있었다. 왠지 맛이 더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잘 먹었다. 그리고 마침내 롤라는 ”저거 좀 줘 “라고 오빠에게 이야기한다. 오빠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롤라가 달라고 했던 건 새빨간, 롤라가 절대 먹지 않겠다고 했던 바로 그 토마토였기 때문이었다. 롤라도 재밌어졌나 보다.
”오빠, 설마 저걸 토마토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
”그럼 뭔데? “
”저건 바로 달치익쏴아야.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이라고. “
나는 어렸을 적 처음 보는 음식을 먹을 때 어른들이 몸에 좋은 음식이라고만 하면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고 싶은 욕심 때문인지 눈을 딱 감고 먹었다가 의외로 맛있어서 계속 먹게 된 음식 경험이 있다. 그런데 우리 아이는 예민하고 까다로운 성향 때문인지 처음 보는 건 아예 입에도 대지 않으려 하고 먹어본 음식 중에서도 반찬을 편식하는 아이에게 끼니때마다 챙겨줘야 한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같은 음식을 바로 다음 끼니에는 먹지 않아 매 끼니를 항상 바꿔서 준비해야 했을 때 음식의 폭이 좁아서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과연 이건 잘 먹을까? 저건 잘 먹을까? 잘 안 먹는다면 어떻게 해줘야 잘 먹을까? 늘 고민에 빠졌었다. 어떤 걸 준비해 주든 뭐든 잘 먹는 아이를 키우는 사람들은 끼니를 준비할 때 훨씬 수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어줬을 때 꽤나 관심 있어 보였는데 이런 우리 아이에게도 이 책에 나온 여동생 롤라처럼 흥미를 끌만한 이름으로 싫어하는 음식들을 바꿔서 부른다면 뭐든 스스로 잘 먹을 수 있을까? 한번 아이와 놀이하는 셈 치고 해 봐야겠다. 잘 안 먹는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고 혹시 또 아나? 우리만의 암호라고 생각하여 먹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