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이자리

by 방구석여행자

모든 그림책의 내용은 다 좋고, 다 갖고 싶지만 오랜만에 정말 나의 인생 그림책을 만났다. 바로 <거북이자리>다. 얼마 전 <그림책이 참 좋아> 전시회를 가서 알게 된 그림책이었다. “조금 느리고 서툴더라도 저마다의 속도로 제자리를 찾아가는 아이들에게 보내는 위로“라는 작가가 남긴 메시지를 보고 원래는 이 책을 몰랐었지만 제목만 보고 느낌이 딱 왔었다. ‘아 이 책은 꼭 봐야겠다!’ 이 책의 주인공은 뭘 하든지 속도가 느린 친구 서우다. 그런 서우를 보면서 자연스레 발달이 느린 우리 아들이 떠올랐다. 다른 또래 아이들은 너무나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하는 것들을 꾸준한 연습과 반복을 통해 익혀야만 하는 우리 아들. 그런 아들을 보고 있자니 늘 속상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언젠가는 우리 아들의 발달속도도 제자리를 찾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봤던 그런 그림책이었다.


서우의 별명은 북이다. 뭘 하든 행동이 느려 친구들이 붙여준 거북이의 줄임말인 북이. 달리기 시합이 있던 날 1등을 하고 있던 서우네반은 서우가 달리기 시작하자 늦어지더니 결국 1등을 하지 못하고 끝이 났다. 그리고 학교가 끝난 후 옆 친구들에게 들려온 말. ”아 북이만 아니었어도 이길 수 있었는데. “ 이 말을 옆에서 들은 서우의 얼굴이 화끈거리는 모습에서 그 감정이 고스란히 느껴져 마음이 많이 속상했다. 서우가 마치 내 아이 같아서. 옆에 있었다면 당장 달려가 “괜찮다”라고 말하며 안아주고 싶었다.


서우는 모자를 푹 눌러쓰고 집에 가는데 한 수족관 앞에 멈춰 섰다. 그리고 그곳에서 빠르게 헤엄치는 물고기들 사이로 이를 바라보는 거북이를 만난다. 집에 돌아온 서우는 거북이가 눈에 아른거리고, 거북이에게 친구가 되어주기 위해 서랍에 거북이를 위한 공간을 만들고 색종이로 곱게 접어 거북이를 만든다. 그리고 서랍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서우.


그곳에서 서우는 거북이와 물고기 친구들을 만난다. 거북이와 물고기 친구들은 물속에서 경주를 하게 된다. 서우는 이곳에서도 느린 건 자신 뿐이라고 자괴감이 들지만, 이런 서우를 거북이가 위로하고 자신의 등에 올라타라며 함께 가자고 한다.


“나 때문에 늦으면 어떡해?”

“괜찮아! 함께라 더 좋아, 재밌어”


그러나 모두가 거북이 같지 않았고, 다른 물고기들은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앞다퉈 헤엄을 쳤다. 그러다가 물고기 한 마리가 다치게 된다. 이를 치료해 주는 서우. 이제 대회, 경쟁은 없고 함께 긴 줄을 만들어 뛰다가 줄이 걸리면 걸리는 대로 다 같이 뛰어논다.


이 모든 건 꿈이었다. 알람소리에 깬 서우는 다시 현실세계로 돌아왔다. 학교에 간 서우는 거북이를 좋아하는 다른 친구를 만나게 되며 끝이 난다.


느려서 친구들에게 놀림받는 서우를 보며 우리 아들도 유치원에 가면 이럴까?라는 생각을 했다. 친구들이랑 놀고 싶은데 자신이 말을 잘하지 못해 일부러 피하거나 주눅 든 듯한 모습을 지켜보고 있으면 늘 속상하다. 서우도 느리다고 반 친구들에게 북이라고 놀림받으며 주눅 들어 있다. 모자를 푹 눌러쓰고 다니는 모습은 자존감이 낮아 보였다. 그런 서우는 종이접기를 참 잘했다. 자신이 무얼 잘하는지 발견한 모습, 그리고 친구가 생기는 광경을 보며 우리 아이도 좋아하고 잘하는 걸 빨리 찾았으면 좋겠는 마음도 들었다. 아이가 찾기 힘들어한다면 내가 옆에서 길잡이가 되어줘야겠다는 마음도 들었다.


다른 아이들의 성장속도와 내 아이의 성장속도를 비교하며 거기에 끼워 맞추려고 했을 때는 많이 힘들었다. 그런데 이제는 내 아이는 내 아이만의 속도로 커가는 모습을 보며 더 이상 비교하지 않는다. 비교하지 않으니 내 마음도 많이 편해졌다. 이 책에서 주는 메시지인 저마다의 속도가 있다는 말은 내가 우리 아이를 보면서 항상 드는 생각이다. 아울러 내 속상한 마음에 대한 나의 위로의 말이자 주문이기도 해 이 책을 만나고 더 반가웠다.


매일 나는 생각한다. 우리 아이도 우리 아이만의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고. 그리고 요즘 하루하루 성장이 느껴져 뿌듯하다. 느린 아이이기에 하나라도 뜻밖의 성장을 발견하면 몇 배로 더 기쁘다. 거북이가 서우에게 일깨워줬듯이 함께라는 기쁨과 행복을 선물해 준 고마운 우리 아이를 언제까지나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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