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아무것도 없었어요. “
속 면지 이후 책장 첫 페이지를 넘기면 아무 그림도 없는 하얀색 바탕에 적힌 이 한 문장이 참 강렬했다. 이 그림책은 처음에 정말 아무것도 없던 삶에 둘이 되고, 셋이 되는 가족의 탄생을 행복하고 아름답게 그려낸 그림책이었다. 이 책을 보면서 우리 가족의 셋이 된 과정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깊고 푸른 눈을 가진 한 여자와 달콤한 미소를 가진 한 남자가 있었다. 이 둘은 만나 포근한 둥지를 지었고, 아이는 자라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았다. 그런데 점점 콩알만 해지는 아이. 남자는 아무것도 몰랐지만, 여자는 서서히 느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혹시, 어쩌면, 내가?’
아이에게 심장이 생겼고, 그 심장이 힘차게 뛰기 시작했을 때 둘은 병원을 찾았고, 의사 선생님의 확인이 끝났다. 남자는 여자를 끌어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둘은 서로가 서로를 닮기를 바랐다. 비가 내렸던 어느 날 둘은 병원에서 나와 아이 사진을 품에 고이 간직한 채 손을 잡고 거리를 걷고 있었다. ‘남자아이일까? 여자아이일까?’ 궁금해하면서 말이었다.
아이는 점점 자라 희미하지만, 엄마 아빠인 남자와 여자의 목소리를 듣게 된다. 그리고 여자의 배는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풍선만 해졌고 어느덧 아이의 움직임도 느낄 수 있었다. 남자는 여자의 배에 손을 얹고 아이의 움직임을 느끼자 감동하고 말았다. 아이가 세상 밖으로 나올 시간이 다 되어 갈수록 남자와 여자는 아이의 방을 꾸며놓고 아이가 나오기를 기다렸다. 남자와 여자는 아이를 기다리며, 설렘, 기대도 있지만 불안감과 초조함도 동시에 느끼게 된다. 아이가 드디어 나왔고, 한 가족이 만들어졌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없었지만, 둘이 되었고 셋이 됐다.
이 책 제목이 우리셋이라 우리 가족도 셋이기에 더 인상적이었다. 나 또한 처음에는 아무것도 없었는데 남편을 만나고, 둘이서 보금자리를 꾸리고 그 보금자리에서 남편은 눈치를 못 챘었지만, ‘어쩌면……. 벌써?’라는 생각을 품었던 그때를 떠올렸다. 남편과 나 둘이서 마음을 졸이며 병원을 찾았던 때. 병원에서 아기집을 확인하고, 예상했던 것보다 빠르게 우리 곁을 찾아와 준 아이를 처음에는 많이 당황해했었다. 그러나 정신을 차렸고 선물처럼 찾아와 준 이 아이에게 ”축복이 “라는 태명도 지어주고, 아이에게 책도 읽어주고, 음악도 들려주고, 배도 쓸어주며 말을 걸어주었던 지난 나날들, 병원에서 힘찬 심장박동소리를 들으며 행복해했던 나날들, 남편과 나 또한 길을 걸으며 ”우리 아이 남자아이일까? 여자아이일까? “ 궁금해했던 순간들, 배가 점점 풍선만 해지면서 꼬물꼬물 움직임이 느껴지니 신기했던 나날들까지 이 책을 보며 추억들을 회상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나올 듯 말 듯 애태웠던 아이. ”태변으로 인해 아이가 위험할 수 있다. “라는 의사 선생님의 말 한마디에 정말 있는 힘을 다하자 드디어 세상에 빛을 볼 수 있었던 아이였다. 남자아이든, 여자아이든 중요하지 않았다. 그 순간만큼은 남편과 나 둘 다 이 책에서처럼 이야기할 수 있었다. ”우리 아이 예쁘다. “
내 아이라서 인가? 팔불출이라고 세상사람들이 뭐라 한들 정말 태어나면서부터 이렇게 예쁜 아기는 처음 본다고 자신했다. 벌써 만으로 5살이 된 우리 아이. 남편도 그렇고, 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서로 미울 때도 있고, 화가 날 때도 있지만 이 책을 보며 다시금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