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보라

by 방구석여행자

책제목만 봤을 때는 눈을 좋아하는 내가 생각했을 때 참 아름다운 이야기가 펼쳐질 것 같았다. 그런데 책을 보다 보니 내 예상과는 달랐다. 책을 보면서 가슴이 아프기도 했고, 슬프기도 했고, 화가 나기도 했다. 매년 빙하가 녹고 있는 북극에 살고 있는 북극곰에 대한 이야기를 그렸는데 지구 온난화와 같은 환경문제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만들고, 또 우리들의 이면을 돌아보게 만드는 보면 볼수록 생각이 많아지고, 하고 싶은 이야기도 많아지는 그런 그림책이었다.


눈보라가 몰아치던 날 태어났다고 해서 이름이 눈보라인 북극곰이 있었다. 북극에는 매년 빙하가 녹고 있어 눈보라는 바다로 사냥을 나가지 못해 굶주리고 있었다. 그런 눈보라는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사람들이 사는 도시로 내려오게 되었고, 그곳에서 먹을 것을 찾아 쓰레기통을 뒤지고 있었다. 그때 눈보라의 눈에 사진 한 장이 보였다. 그 사진에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팬더곰이 보였다. 그때 갑자기 문을 열고 나온 꼬마 아이가 소리쳤다. “북극곰이다!”


그 소리에 마을사람들이 모두 뛰쳐나와 북극곰 눈보라를 내쫓기 위해 혈안이었다. 마을에는 사냥꾼이 있었는데 그 사냥꾼에게 북극곰 눈보라에게 총을 겨누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쫓아오던 사람들이 무서웠던 눈보라는 그만 진흙탕에 엎어졌고, 팔 한쪽에 검게 흙이 묻었다. 그 순간, 눈보라는 생각했다. 그리고 바닥의 흙을 집어 팔과 다리, 눈두덩이에 묻혔다.


오죽하면, 하얀 북극곰이 몸에 흙을 발라 판다가 되고 싶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에 둘러싸인 판다가 부러웠던 나머지 사람들이 본인을 사랑해 주길 바랐던 건 아니었을까? 판다처럼 사랑받고 싶었던, 북극곰의 외로움이 느껴져 안타까웠다.


다음날이 되자 마을에서 놀고 있던 아이들은 처음 보는 광경에 신기했다. 아이들은 저마다 소리쳤다. ”우와 판다다! “ 마을 사람들은 처음 보는 판다에 깜짝 놀랐지만, 사냥꾼만이 판다를 믿지 않았다. 의심했다. ‘아무리 봐도 북극곰 같은데’라고. 판다를 보고 그저 신기했던 마을 사람들은 줄을 서서 판다와 함께 사진을 찍으려 했고, 너도나도 좋아했다. 판다는 마을의 마스코트가 되었고, 판다를 이용한 다양한 상품을 만들고 동상도 세워 관광지로 하려고 했다. 눈보라는 난생처음 받아본 사람들의 사랑에 행복했고, 하늘을 나는 기분이었다.


판다가 된 눈보라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만지고 껴안던 마을사람들. 눈보라는 갑자기 이상한 분위기를 감지했고, 사람들을 쳐다봤다. 눈보라의 흙이 벗겨지고 자신들이 너무나 사랑했던 판다가 사실은 북극곰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사람들은 또다시 눈보라를 마을에서 내쫓기 시작했다. 사냥꾼을 찾아 사냥꾼에게 빨리 눈보라에게 총을 겨누라고 했던 마을 사람들. 사냥꾼은 눈보라를 향해 총을 겨눴지만, 첫 번째는 눈보라의 귀를 스쳐갔다. 겁에 질렸던 눈보라는 더 빠르게 도망쳤고, 그 순간 눈이 많이 내리기 시작했다. 마을 사람들은 빨리 총을 쏘라고 했지만 술을 좋아하는 사냥꾼은 취기가 있었고, 두 번째는 빗나갔다. 세 번째 총을 겨누려고 했지만 눈이 너무 많이 오는 나머지 앞이 보이지 않아 총을 쏠 수가 없었다. 사냥꾼은 마을 사람들에게 말했다. “앞으로 북극곰은 영원히 오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북극곰은 사라졌다고 하고 이야기가 끝났는데, 이 책에 마지막에 ”사라졌습니다 “ 이 부분을 타이포그래피로 흐릿하게 표현해 준 점이 더욱더 북극곰 눈보라에 대해 안타깝게 느껴져 인상 깊었다. 마치 열린 결말인 것처럼 북극곰 눈보라의 운명이 어떻게 됐는지 궁금하게 한다고 할까? 그리고 마을 사람들의 판다는 사랑하지만 북극곰은 배척하는 모습에서 같은 곰과의 동물인데 어떻게 생각하는 것이 이렇게 다를 수 있을까? 싶기도 했다. 그런 면에서는 판다나 북극곰이나 대하는 게 한결같았던 사냥꾼이 마을사람들과 비교했을 때 더 나아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이 판다를 사랑하는 모습을 볼 때는 한 때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푸바오가 생각나기도 했다.


만일 북극의 빙하가 녹지 않았다면 과연 눈보라가 인간들이 살고 있는 마을로 내려왔을까? 어찌 보면 북극곰이 사람들이 사는 마을로 내려온 원인 또한 우리 인간들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지구를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아 지구온난화와 같은 환경문제가 생겼고 이로 인해 빙하가 녹아 사냥을 할 수 없던 굶주린 북극곰이 먹을 것을 찾아 내려오게 된 것이니 말이다. 이 책을 보면서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산에서 도시로 내려오게 된 멧돼지 이야기를 그린 <지혜로운 멧돼지가 되기 위한 지침서> 그림책이 떠오르기도 했다.


단지 배가 고팠던 것뿐이었는데, 사랑이 고팠던 외로운 북극곰 눈보라.

그를 사지로 내몬 건 우리 아니었을까? 생각을 많이 하게 만드는 그런 그림책이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