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제일 바쁜 마을

by 방구석여행자

그림책의 매력 중 하나는 자신의 상황에 맞게 그림책이 보인다는 점이다. 이 책에는 정말 많은 직업의 사람들이 자신들의 바쁜 일을 작은 괴물 때문에 멈췄다고 나온다. 그러나 작은 괴물의 정체를 알게 되었을 때 이들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엄마인 내가 이 책을 펼쳤을 땐 책 속에 많은 직업들이 나오고, 마을로 비유가 됐지만 결국 아이를 키우고 있는 요즘 부모들의 행태에 대해 꼬집는 듯했다. 부모라면 모름지기 가장 신경 써야 할 것은 무엇일까? 내게는 부모가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 부모의 역할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던 그림책이었다.


세상에서 제일 바쁜 마을이 있었다. 이 마을에는 교수, 경찰, 건축가, 가수, 애완견 등등 저마다 모두 바빴다. 그런데 이 바쁜 마을에 갑자기 작은 괴물이 나타났다. 열심히 학생들을 가르치느라 바빴던 교수는 이 작은 괴물을 보자마자 가르칠 내용을 까먹었고, 도둑을 잡느라 바빴던 경찰 또한 이 작은 괴물을 보자마자 멈췄다. 노래 연습을 하느라 바빴던 가수 또한 이 작은 괴물을 보자마자 멈췄다. 이들 모두 바쁜 자신들을 멈추게 한 작은 괴물을 잡으러 갔고, 작은 괴물에게 화를 냈다.


“너 때문에 내가 하던 걸 멈췄잖아!”


갑자기 이 작은 괴물이 가면을 벗었고, 정체가 드러났다. 이 작은 괴물의 정체는 바로 꼬마아이였다. 이 작은 괴물의 정체가 드러나자 저마다 바빴던 이들, 작은 괴물에게 화를 냈던 이들은 아이에게 더 이상 화를 낼 수 없었다. 잠시 후 오후 12시를 알리는 알람이 울렸고, 사람들은 모두 점심을 챙겨 먹었다. 바빴던 마을에 평화가 찾아왔다.


이 책을 보면서 세상에서 제일 바쁜 마을, 그리고 이 책의 뒷 면지를 보면 두 번째로 바쁜 마을로 향하는 작은 괴물을 보게 되는데 이는 부모를 말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조심스러운 생각이 들었다. 집에서 작은 괴물인 아이가 같이 놀자고, 놀아달라고 할 때마다 “엄마는 바쁜데.” 라며 집안일을 하고 개인적인 일을 하느라 아이는 뒷전이었던 나를 잠시 반성해 본다. 최대한 아이의 제안에 바로바로 응해주려고 노력했지만 문득 느껴지는 아이의 서운함은 어쩔 수 없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나의 어렸을 때가 잘 기억은 안 나지만, 나 또한 이 작은 괴물처럼 사랑받고 관심받고 싶어 했었을 거란 생각이 든다. 그래서 나도 작은 괴물처럼 괴물 가면을 썼던 적이 있었을 것이다. 요즘 아이들은 바쁜 어른들 혹은 스마트폰만 보는 어른들을 보며 관심받고 싶어 이렇게 가면을 쓰는 건 아닐까? 요즘 아이들이 가족을 그려보라고 하면 엄마 아빠 얼굴을 그리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엄마 아빠는 스마트폰만 하고 있어서 얼굴을 그리지 않는다는 말에 적잖이 충격을 받았었다. 이런 사실이 안타깝기도 했고. 작은 관심이 얼마나 아이들에게 중요한지, 관심 하나하나가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이 책을 보며 더욱더 뼈저리게 느꼈다. 아이가 우리에게 다가와 관심을 표현하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이 말은 아직 아이에게 만회할 기회가 있다는 뜻일 테니 말이다.


어느 날 작은 괴물과도 같았던 아이가 바쁘고, 힘들었던 내게 다가왔다. 그날따라 유독 잠시 침대에 누워 쉬고 싶던 고되고 힘들었던 하루였다. 그리고 쉬고 싶어 했던 아빠에게도 다가갔다. 우리는 아이의 부름에 휴식을 중단하고 아이에게 다가갔다. 아이가 스스로 그만 놀자고 할 때까지 함께 시간을 보냈다. 아이가 즐거워하는 모습에 우리는 뿌듯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