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기차를 통해 이야기하고 싶었던 역사의 민낯을 보여준다. 불편하지만 우리가 마주해야 하는 진실들에 대해 이야기하여 점점 잊혀가는 우리의 역사를 기억해야 함을 강조한다. 기차가 주는 상징적 의미 또한 눈여겨볼 수 있다. 이 책에 나오는 기차는 가두고 옭아매는 폐쇄적 공간으로 쓰인다. 우선 앞 면지를 살펴보면 황무지 같은 벌판에 회색빛의 건물들 사이로 한 여자아이와 할아버지가 지나가는 장면이 그려져 있다. 뒷 면지를 살펴보면 맑은 하늘에 공원에서 뛰노는 활기찬 사람들과 평화를 상징하는 비둘기 몇 마리가 보인다. 한껏 밝아진 분위기다. 책장을 넘기면 할아버지와 아이의 대화가 책의 포문을 연다. 할아버지가 아이에게 들려주고픈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는 과연 무엇인지 궁금증을 유발한다.
평화로웠던 한 작은 섬에 기차가 왔다. 기차는 집보다 컸고 시커멓게 뿜어내는 연기는 단숨에 압도했다. 그때 갑자기 기차에서 큰 소리가 들렸다.
“잘 들어라- 위대한 기차가 왔다. 너희들을 보호하기 위해 여기에 왔다. 규칙을 잘 지키고 내 말을 잘 들으면 잘 살게 될 것이고, 내 말을 듣지 않으면 기차에 태워가겠다.”
기차의 이 소리를 듣고 세부류로 나뉘었다. 좋아하는 사람, 맞서 싸우는 사람, 무관심한 사람. 생각이 다르고 큰소리치는 사람들은 모두 기차에 실려갔고, 그때부터 사람들은 무서워서 함부로 이야기하지 못했다. 또한 책을 많이 읽는 사람, 맞서 싸우는 사람 등등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으면 모두 기차에 실어가기 일쑤였다. 기차에 실려가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졌다.
기차는 평범했던 일상의 모든 것을 앗아갔다. 기차에 맞서 싸우던 할아버지의 아버지도 그렇게 기차가 데려간 후 가족의 품으로 다시 돌아오지 못했다. 어느 날 기차는 갑자기 사라졌고 기차에 실려갔던 많은 사람들은 돌아오지 못했다.
기차가 사라진 후 자유로운 세상이다. 이는 기차에 맞서 싸운 사람들 덕분에 우리가 평범한 일상을 누릴 수 있는 것이었다. 우리가 조금만 마음을 놓는다면 기차는 언제든 다시 돌아올 수 있다는 것도 상기해야 한다.
이 책을 보면 5.18 민주화운동과 6.10 민주항쟁이 떠오른다. 점점 잊혀가지만 우리가 절대 잊어서는 안 될 역사의 진실. 계엄, 탄압, 억압적인 독재 정부에 불복하며 민주화를 지켜내려 한 희생자들 덕분에 우리가 지금 이렇게 자유롭게 살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
”우리가 조금만 마음을 놓는다면 기차는 언제든 다시 돌아올 수 있음을. “
우리가 그동안 너무 마음을 놓았던 것일까? 얼마 전 우리는 또다시 마주하고 싶지 않은 역사의 현장을 마주할 뻔했던 아찔했던 사건이 있었다. 국회의원들은 국회로 뛰어갔고, 국회를 막고 있던 군인들과 시민들은 기꺼이 싸웠다. 이러한 시민들의 노력이 더해져 국회의원들은 간신히 국회를 지켜낼 수 있었다. 우린 또다시 한데 모여 촛불과 피켓을 주말마다 들어 올리며 평화적으로 우리의 권리를 지켜냈다.
이 책의 작가가 대만사람이라는 것에 놀랐다. 우리 역사와 비슷한 부분들이 대만의 역사이기도 했다. 역사에 대해 한번 더 강조하고 되새겨보는 계기가 됐던 그런 그림책이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다른 5.18 민주화운동과 관련 있는 그림책을 찾아보았다. <건축물의 기억> 이 책도 같이 보면 좋을 듯해서 추천한다.